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니차니피디 Sep 16. 2020

아빠의 책 읽기

책은 도끼다. 고정관념을 쪼개는!


지난 두 달간 책을 더 가까이하고 있다. 평소에는 한 달에 두 권 정도 읽었는데 요즘은 매주 책을 사고 읽는다. YES24에서는 플래티넘 회원이다. 매달 10만 원 이상의 책을 구입했나 보다. 좋은 책은 한번 읽고 끝낼 수가 없다. 세 번은 읽어야 할 것 같다. 직장에서 점심시간에 간헐적 단식을 시작해 1시간 동안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마음이 편하다. 새로운 취미가 되고 있다.


40년을 살면서 책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독서 환경을 만들지도 않았다. 겨우 자격증 수험서나 직장에 필요한 재무, 인사 관련 서적이 전부였다. 사실, 책은 간접경험을 준다. 직접 경험주의자인 나는 책을 일부러 멀리했는지 모른다. 포항에 내려와서 인사팀에 근무하니 직원 교육을 위해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되었다. 김도연 총장님께서 강조하신 독서의 중요성을 느껴보고자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글쓰기를 했다. 젊은 대학생들과 친해지려고 독서모임의 멘토로 3학기를 보냈다. 이번 학기에는 누구를 만날지 궁금하다.


살아온 이야기가 그리 재미나지는 않지만 마흔이 지나면서 인생의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을 하다가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5년 전부터 글쓰기와 문학 공부를 하면서 책이 천천히 친구가 되고 있다. 두 해 전 아내를 생각하며 쓴 책 '아내수업'을 출간했다. 부끄럽게도 어색하게도 작가님이라고도 불린다. 내 인생의 목표에는 책과 작가는 없었는데, 신기하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인생의 계획대로 살지는 않는 것 같다. 둘째 형님은 통나무 집을 지어서 살겠다더니 뭐가 급했는지 서른두 살에 하늘로 가셨다. 둘째 누님은 평범한 주부인데 취미로 시작한 한국화에서 재능을 발견했는지 강화도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화가다. 작년엔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상도 받아서 모두를 놀라게 하셨다. 나도 한때 장군을 꿈꿨는데, 마흔다섯에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며 총보다 더 쌘 펜을 쥔 작가로 완전히 반대의 삶인 것 같다. 어쩌면 장군이 되었더라고 글쓰기는 했을 것 같다.


간접경험이라고 무시하던 책이 요즘은 친구처럼 소중하다. 직접 경험으로 세상을 다 가질 수 없음을 깨닫고부터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하찮다는 것을 절실히 알고 나서부터 나는 겸손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먼지나 티끌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고백한다. 대학을 졸업하면 공부할 필요가 없고 사회생활만 성실하게 하면 될 줄 알았던 나에게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여러 사건을 통해서 배웠다. 누구도 그 사건의 해답을 나를 대신해서 찾아주지 않는다. 연세가 많은 부모님도 형제들도 경청을 해줄 뿐 나 스스로 답을 찾고 책임도 함께 하라고 말한다.


대학 졸업장은 운전면허처럼 안전벨트 하고 시동 켜고 액셀을 밟으면 차가 앞으로 나간다는 것을 아는 정도 아닐까. 초보 운전자처럼 심호흡 크게 하고 자동차 시동을 켰을 뿐이다. 때로는 과속도 하고 맞은편에서 오는 덤프트럭을 피하는 방어운전도 해야 한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삶의 끝을 향해 곳곳에 숨어있는 위험과 장애물 극복하고 안도하고 행복감을 누리는 인생 공부를 하고 있다. 정답이 없는 삶에 꿈을 찾아가며 진짜 어른이 되고 있다.  


책, 일 년에 수만 권이 출간되고 사라진다.

책, 베스트셀러는 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사랑을 받는다.

지식과 소중한 경험의 산물이 녹아있는 수십만 권의 책을 어떻게 다 읽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멋진 스승과의 대화를 이어갈 것이다.

나의 꿈과 행복을 찾는 길에 책이 이정표가 될 것임에 고맙기만 하다.


나도 눈을 감기 전에 어떤 이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스승이 되고 싶다.

책을 읽고 세상에 도움이 될 책을 남기고 싶다.

부디 두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책.

이제 시작이다.

설렘이다.

2020.02.22, 12:2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