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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차니피디 Mar 07. 2021

육아휴직 정리와 복직 준비-5 아빠 노안 왔다.

육아휴직을 돌아봅니다.

2021.2.23(화) 아들과 시력검사


몇 개월 전부터 시력이 나빠진 느낌입니다. 안경을 쓰면 가까운 것이 잘 안 보여요. 아내는 스마트폰 때문이라며 잠잘 때는 스마트폰을 보지 말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새벽 기상 알림을 핑계로 머리맡에 두는 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네요. 시니차니도 초등 1학년부터 안경을 쓰는데 정기 시력검사를 하고 안경 도수를 조절하고 있어요. 6학년 개학을 앞두고 시니와 함께 안과에 시력 검사를 다녀왔습니다.


"유신이 이쪽으로 앉아요."

"준범이는 이쪽으로 오렴."

"아, 제가 준범인데 아빠에요."

"어멋, 아이인 줄 알았어요. 죄송해요. 호호호"

간호사님이 웃게 해 주셨네요.


시니는 지난가을에 검사보다 시력이 0.1 떨어졌다네요. 6개월 사이에 변화가 걱정이네요. 책을 자주 읽어서 그런가 봅니다. 제 차례입니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의사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합니다.


"노안입니다. 지금 안경을 바꿀 필요는 없어요."

"잘 안 보이는데요."

"가까운 게 잘 안 보이면 안경 벗고 보세요."

"아, 그 아저씨들처럼 안경을 머리 위에 올리거나 콧잔등으로 걸치란 말인가요?"

"원하시면 다초점 렌즈를 하시면 되는데 그정도는 아니세요."


의사의 말에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죠. 시력은 그대로인데 눈앞이 흐릿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늙은 눈'이 되어간다는 말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아직 마음은 20대인데


"노안이 오는 나이가 있나요?"

"보통 마흔두세 살부터 시작되네요."


아,,, 내 나이가 마흔여섯이니 노안이 올 나이는 지났구나. 그래도 잘 버텨주었네. 의사의 진단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나이는 속일 수 없다고 느꼈어요. 아빠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 가는 기분입니다. 20대의 파이팅 넘치던 나, 30대에는 일에 몰입했던 나, 40대에 삶의 여유와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나이에 노안이라니. 그간 눈을 많이 혹사시킨 것 같아요.


 


제 시력보다 시니가 걱정입니다. 잠깐의 진료 대기시간에도 책을 펼치는 습관을 칭찬하고 싶지만 마이너스에 가까워지는 시력이 걱정입니다. 책은 적당히 보고 초등학생 때는 신나게 뛰어놀고 운동을 하면 좋겠네요. 이미 나빠진 상태니 나중에 라섹 수술로 시력교정을 해줄테니 맘껏 책을 읽으라고 해야 할까요. 요즘은 블로그를 한다고 노트북과 스마트폰 사용이 잦아져서 더 걱정이에요. 그렇다고 시력을 위해 세상과 거리를 두려 산속에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학부모의 공통적인 고민이겠지요.


부모 시력이 좋지 않아서 아이들도 일찍 안경을 쓰는 게 미안하네요. 그래도 아들과 안과에 다녀오며 휴직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같이 차를 타고 다니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부자지간의 정을 나눕니다. 아들도 키가 몰라보게 커졌네요. 아이가 자라는 만큼 아빠의 머리숱은 옅어지고 늙어가는 게 세상의 이치인가 봅니다.


#책과강연 

#100일100장글쓰기 

#육아휴직돌아보기 

#시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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