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3월, 강원도 인제
혹시 걱정의 총량은 언제나 같은 걸까?
걱정이 많은 날은 많은 날대로 많이 느껴지고,
걱정이 적은 날은, 사실 적다고 느껴질 뿐 걱정거리들이 표면 위로 올라오지 않아서 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
나는 걱정이 적은 날이 정말 두렵다.
그것은 곧 내가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걱정의 총량을 맞추려 하는 것 같다.
총량을 잘 맞추어 놓아야, 놓치는 부분이 없는 것 같고, 그래야 덜 혼나기 때문이다.
그래. 자기방어.
불안도 습관인 것 같다.
어릴 적 학습지 등등을 하지 않았을 때, 밀린 일기가 있을 때와 같은 느낌의 불안함이 있다.
지나고 나면 다 별거 아니고 추억이고 경험이라고들 한다.
나는 아닌 것 같다.
남들에게 이야기할 땐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혼자 나의 과오들을 곰곰히 떠올릴 땐 그때의 감정과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무엇 때문에 혼이 났고, 내 눈동자는 어디에 꽃혀 있었으며, 상대는 얼마만큼 나를 잡아먹을 기세였는지.
애써 걱정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하는 걸 보니 내 걱정그릇은 꽤 커졌나 보다. 물레 위 돌아가는 도자기처럼 한없이 넓어진다.
얼른 굽고 깨어 작게 만들고 싶을 뿐.
걱정그릇만큼은 간장종지만 해도 충분할 듯 하다.
어깨 펴고, 혼나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