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권 자기 혁명] 김원곤의 <중년의 몸만들기>
만화 <의룡>에 등장하는 천재 흉부외과 의사 아사다는 매일 건물 옥상에서 운동을 한다. 꽃미남 얼굴과 우락부락한 근육의 부조화가 돋보인다. 장시간 수술을 견뎌야 하는 흉부외과의에게 체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것은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김원곤 교수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는 근육 키우기 프로젝트에 착수하기 전에, 1년 이내에 멋진 몸을 만들어 세미누드집을 출간하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체면은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인지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그러한 인간의 본성을 이용해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은 멋진 전략 아닐까?
너 자신을 알라
흉부외과 의사가 조언하는 체력 단련의 길, 김원곤의 <중년의 몸만들기>를 따라가면서 운동에 있어 주의해야 할 내용을 살펴보자.
저자는 나이가 들수록 IQ보다는 HQ가 중요하다고 한다. HQ는 Habit Quotient, 즉 습관지수다. 흉부외과 전문의로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도 50대 중반 이후의 나이에 몸짱이 된 비결을 물으면, 저자는 '꾸준히 운동하는 것뿐'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일주일에 사흘 정도, 한 번에 50분을 넘기지 않도록 적절하게, 하지만 운동강도는 충분하게 하도록 한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의사인 저자의 진단이다. 자신의 상태는 세 가지 관점에서 파악한다. 정량적, 정성적, 그리고 의학적 신체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정량적 신체 상태란 몸 상태가 어떤가를 의미한다. 체지방량을 측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누는 체질량 지수(BMI)는 정확도에 한계가 있으므로, 생체전기 저항분석법을 권장한다. 운동 처방에 사용되는 인바디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많이 판매되는 체지방계를 사용하면 된다. 웬만한 피트니스 센터는 물론 요즘에는 지자체 보건소에도 인바디가 보급되어 있으니 짬을 내어 체지방량을 측정해 두자.
체지방량과 함께 알아두면 좋은 것이 자신의 '배엽형'이다. 헬스 트레이너들이 자주 쓰는 개념인데, 내배엽, 중배엽, 외배엽형으로 나뉜다. 배엽형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 내배엽형은 소화기관이 잘 발달한 경우로, 대개 비만형 체질이지만, 성격적으로는 느긋하고 사교성이 풍부하다. 외배엽형은 반대로 신경 및 피부조직이 발달한 경우로, 마른 체형이다. 중배엽형은 근육과 골격이 발달한 체형으로, 균형 잡힌 몸매가 특징이고, 가장 이상적인 체형이다.
배엽형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체형에 따라 운동방법과 식단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내배엽형은 유산소운동과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단이, 외배엽형은 근육운동과 고칼로리 식단이 필요하다. 중배엽형은 타고난 건강체질이라 운동이나 식단이나 적절히 하면 된다.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니 부럽기만 하다.
정성적 신체 상태란 운동 능력을 의미한다. 운동 능력은 지구력, 근력, 그리고 유연성으로 측정한다. 운동 처방을 받아보면 좋다.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보자.
의학적 신체 상태란 말 그대로 어떤 병증이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심장 관련 질병이 있는 경우 운동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현재 의학계의 일치된 의견은 이 경우에도 운동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운동으로 도움받지 못하는 질병은 없다. 다만, 등척성 운동은 심장병 환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므로 피해야 한다. 등척성 운동이란 근육 길이에 변함이 없는 상태에서 근육에 힘을 주는 운동으로, 양팔로 수건 당기기나 팔을 쭉 뻗어서 나무 밀기 같은 것들이 해당된다. 또한, 찌뿌드드할 때는 절대 운동하지 말아야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몸의 경고 신호다.
근육운동
중년 이후에는 근육 운동이 더욱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근육은 크고 작은 부상으로부터 보호 장치 구실을 하므로, 특히 나이가 들수록 부상 예방 차원에서 근육 단련이 필요한 것이다. 단련 대상이 되는 근육은 우리 몸에 있는 약 640개의 근육 중 겨우 10개에서 20개에 불과하다.
웨이트 머신을 이용하면 쉽게 무게를 조절할 수 있고, 부상 위험도 거의 없다. 무게는 동작 10개를 간신히 할 수 있는 정도로 하여, 한 번에 10회 반복하는 것을 세 세트 정도 반복한다. 세트 사이에는 약 1분 정도 쉬어준다. 다만, 초보자는 충분히 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 순서는 큰 근육을 이용하는 훈련에서 시작하여 작은 근육 운동으로 옮겨가는 것이 좋다. 쉽게 지치는 작은 근육 운동을 먼저 할 경우, 큰 근육 운동 시에 작은 근육이 보조하지 못해서 운동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근육운동은 종합적으로 해야 한다. 식스팩을 원한다고 해서 복근 운동만 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시간당 10km의 속도로 30분을 뛰어봤자 라면 한 봉지의 칼로리도 태우지 못한다. 따라서 복근을 얻겠다고 유산소 운동에 매달리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어떤 운동을 하는가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이다. 저자는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우리 몸의 근육은 운동 후 적어도 48시간은 쉬어야 회복된다. 따라서 이 이상의 운동은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운동시간은 최대 1시간이면 된다. 운동하는 도중에 지나치게 길게 쉬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누차 강조한다. 운동 시간이란 운동 자체에 소요되는 시간과 중간에 꼭 필요한 휴식 시간만을 더한 것이다.
운동 전에 스트레칭이 필요한가 관련해서는, 2000년대 들어 스트레칭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를 입증하는 실험 결과도 많이 나와 있다. 그레첸 레이놀즈도 <1일 20분 똑똑한 운동>에서 정지성 스트레칭이 운동 효과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를 다루고 있다. 정지성 스트레칭은 근력을 떨어뜨려 운동능력을 저하한다고 한다. 따라서 스트레칭은 운동 후에 하거나, 운동 전에 하고 싶다면 활동성 스트레칭, 즉 움직여주면서 근육을 늘려주는 형태로 하는 것이 좋다.
약속을 지키는 힘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라는 속담을 소개한다. 자신이 비뚤게 걸으면서 자식에게는 똑바로 걸으라고 하는 어미 게 이야기도 나온다. 의사가 건강을 부르짖으면서 자신은 건강하지 않다면 어떻게 환자를 대하겠냐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의사는 감독이나 선수가 아닌 '플레잉 코치'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압권이다.
이제 나에게는 또 하나의 고민이 는 셈이다. 이런 책에 이런 에필로그까지 남기고 말았으니 이제는 한 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좋은 몸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238쪽)
주변 사람들에게 몸짱이 되겠다고 공언하고 세미누드 사진집을 낸 김원곤 교수는, 아예 책을 써서 세상에 내놓으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몸짱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운동 방법에 관한 의사의 전문적 의견을 들어 보았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 꼭 가져가야 할 한 가지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공개적인 약속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떤 습관을 만드는 중인지, 언제까지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공개적으로 밝혀라. 게으름을 피우려는 순간, 마음속 어딘가에서부터 거부감이 밀려올 것이다. 금연이든 다이어트든, 자신과의 약속보다는 남과의 약속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