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가 포기한 책들의 특징
예전에 독서 모임에서, "나는 일단 잡은 책을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가 비웃음을 샀다.
학창 시절, 읽다가 포기한 책으로는 "말테의 수기"가 거의 유일한 기록이다.
(계속 읽다가는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리디 셀렉트에 가입하게 되면서, 책을 굳이 사지 않아도 읽을 수 있고,
돈을 투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까지 낭비할 필요가 없으니 가끔 읽던 책을 접기도 하게 되었다.
사이토 다카시나 기시미 이치로도 독서에 관한 책에서 책을 덮을 용기에 관해 말한다.
그래서인지, 점점 더 독서 포기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주에는 무려 4권을 읽다가 포기했다.
특히 <이상재 평전>은 반도 넘게 읽었지만 포기했다.
스스로를 고문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읽다가 포기하게 되는 책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그걸 미리 파악해서 그런 책들을 피해갈 수 있을까?
근래에 읽다가 포기하거나 포기할 뻔했던 책들을 돌아보며 생각해 보니, 주로 이런 책들이다.
- 나무위키 보고 쓴 역사책
- 클리셰 또는 (정반대로) 억지 전개로 꽉 채운 소설
- 에세이를 가장한 인스타 뻘글
- 행운으로 번 돈을 재주로 벌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쓴 자기계발서
- 정치/종교의 다름을 이유로 상대 진영을 헐뜯는 책들
- 내용이 없거나 틀린 실용서 (뜨는 키워드를 제목에 억지로 욱여넣은... 예컨대 챗GPT가 어쩌구 하는 책들)
- (자신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지) 썰렁한 유머를 강요하는 책들 (끝까지 읽고 1점을 준 책 하나가 당장 떠오른다)
- 목소리나 딕션이 너무 이상한 오디오북 (노래를 하기도 한다)
맨 마지막의 경우는 참고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저 이유로 도중에 포기한 오디오북은 없다.
특이한 것은, 노잼이라서 그만 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살펴본 31권 중에 딱 한 권만 노잼이라서 그만 둔 케이스였다.
(썰렁한 것은 질병과 분노를 유발하므로, 단순히 노잼인 경우와는 다르다.)
패턴을 파악했으니, 앞으로는 책 고를 때 참고가 될 것 같다.
마침 밀리의 서재에는 읽을 책이 넘쳐 나므로, 고개를 갸웃하면서 책을 덮지 못하는 사태는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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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 - 간신히 끝까지 읽었지만, 도중에 몇 번은 포기하려고 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썰렁한 유머와 이유 없이 등장하는 야한 장면. 사실 후자는 전자의 부분 집합이기는 하다.
소비의 역사 - 간신히 끝까지 읽음. 원인은 역겨운 목소리와 딕션.
시간을 파는 상점 - 너무 유치해서.
이상재 평전 - 더 읽다가는 이상재라는 독립운동가를 미워하게 될 것 같아서. (이승만을 옹호하는) 이상재의 잘못도 있지만, 작가가 강성 개독으로 다른 종교(특히 대종교)를 폄하하는 부분이 역겨웠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자서전과 전기.
한식을 위한 변명 - 시니컬은 좋아하지만, 이건 비아냥거리는 수준이다. 툭하면 없다니... ㅎㅎㅎ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 - 누굴 가르칠 수준이 아닌 듯.
농담처럼 또 살아내야 할 하루다 - 에세이를 빙자한 개소리.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 - 겨우 다 읽음. 위선.
경제 파국으로 치닫는 금융위기 - 근거 없는 잘난 척. 억지 주장. 남 헐뜯기.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 최악의 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 ?? (아마도 일기)
한국사 비밀 37 - 수준 이하.
챗 GPT 교육 혁명 - 무식이 탄로나는 오류
대화의 밀도 - ??
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 이덕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 따위 퀄의 글을 쓰다니. 수준 이하.
나는 다르게 번다 - 행운으로 번 돈을 재주로 벌었다고 생각하고 뻐기는 사람들
쥐지 않고 쥐는 법 - ??
소년을 읽다 - 범죄자 옹호.
압둘 와합을 소개합니다 - 한참 멈추었다가 꾸역꾸역 다시 읽었다. 위선. 억지 주장.
소년을 위한 재판 - 범죄자 옹호. 억지 주장.
우리만 아는 농담 - 일기
배고픔의 자서전 - 이게 소설이야 자서전이야? 내용도 이상해.
조선의 베이커리 - 억지 설정 + 전개. 조선 시대에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냥 회귀물 쓰던가.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무식.
오전의 살림 탐구 - 실용서(노하우북)라고 주장하는 인스타 뻘글
믿습니까? 믿습니다! - 무식. 억지. 험담.
인사이트 스포츠 - 노잼.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 무식. 노잼.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 - 검증된 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