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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Oct 09. 2023

무엇이 책을 덮게 하는가

읽다가 포기한 책들의 특징

예전에 독서 모임에서, "나는 일단 잡은 책을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가 비웃음을 샀다.

학창 시절, 읽다가 포기한 책으로는 "말테의 수기"가 거의 유일한 기록이다.

(계속 읽다가는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리디 셀렉트에 가입하게 되면서, 책을 굳이 사지 않아도 읽을 수 있고,

돈을 투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까지 낭비할 필요가 없으니 가끔 읽던 책을 접기도 하게 되었다.

사이토 다카시나 기시미 이치로도 독서에 관한 책에서 책을 덮을 용기에 관해 말한다.


그래서인지, 점점 더 독서 포기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주에는 무려 4권을 읽다가 포기했다.

특히 <이상재 평전>은 반도 넘게 읽었지만 포기했다.

스스로를 고문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읽다가 포기하게 되는 책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그걸 미리 파악해서 그런 책들을 피해갈 수 있을까?


근래에 읽다가 포기하거나 포기할 뻔했던 책들을 돌아보며 생각해 보니, 주로 이런 책들이다.


- 나무위키 보고 쓴 역사책

- 클리셰 또는 (정반대로) 억지 전개로 꽉 채운 소설

- 에세이를 가장한 인스타 뻘글

- 행운으로 번 돈을 재주로 벌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쓴 자기계발서

- 정치/종교의 다름을 이유로 상대 진영을 헐뜯는 책들

- 내용이 없거나 틀린 실용서 (뜨는 키워드를 제목에 억지로 욱여넣은... 예컨대 챗GPT가 어쩌구 하는 책들)

- (자신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지) 썰렁한 유머를 강요하는 책들 (끝까지 읽고 1점을 준 책 하나가 당장 떠오른다)

- 목소리나 딕션이 너무 이상한 오디오북 (노래를 하기도 한다)


맨 마지막의 경우는 참고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저 이유로 도중에 포기한 오디오북은 없다.


특이한 것은, 노잼이라서 그만 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살펴본 31권 중에 딱 한 권만 노잼이라서 그만 둔 케이스였다.

(썰렁한 것은 질병과 분노를 유발하므로, 단순히 노잼인 경우와는 다르다.)



패턴을 파악했으니, 앞으로는 책 고를 때 참고가 될 것 같다.

마침 밀리의 서재에는 읽을 책이 넘쳐 나므로, 고개를 갸웃하면서 책을 덮지 못하는 사태는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듯하다.


***

굿바이 동물원 - 간신히 끝까지 읽었지만, 도중에 몇 번은 포기하려고 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썰렁한 유머와 이유 없이 등장하는 야한 장면. 사실 후자는 전자의 부분 집합이기는 하다.

소비의 역사 - 간신히 끝까지 읽음. 원인은 역겨운 목소리와 딕션.

시간을 파는 상점 - 너무 유치해서.

이상재 평전 - 더 읽다가는 이상재라는 독립운동가를 미워하게 될 것 같아서. (이승만을 옹호하는) 이상재의 잘못도 있지만, 작가가 강성 개독으로 다른 종교(특히 대종교)를 폄하하는 부분이 역겨웠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자서전과 전기.

한식을 위한 변명 - 시니컬은 좋아하지만, 이건 비아냥거리는 수준이다. 툭하면 없다니... ㅎㅎㅎ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 - 누굴 가르칠 수준이 아닌 듯.

농담처럼 또 살아내야 할 하루다 - 에세이를 빙자한 개소리.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 - 겨우 다 읽음. 위선.

경제 파국으로 치닫는 금융위기 - 근거 없는 잘난 척. 억지 주장. 남 헐뜯기.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 최악의 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 ?? (아마도 일기)

한국사 비밀 37 - 수준 이하.

챗 GPT 교육 혁명 - 무식이 탄로나는 오류

대화의 밀도 - ??

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 이덕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 따위 퀄의 글을 쓰다니. 수준 이하.

나는 다르게 번다 - 행운으로 번 돈을 재주로 벌었다고 생각하고 뻐기는 사람들

쥐지 않고 쥐는 법 - ??

소년을 읽다 - 범죄자 옹호.

압둘 와합을 소개합니다 - 한참 멈추었다가 꾸역꾸역 다시 읽었다. 위선. 억지 주장.

소년을 위한 재판 - 범죄자 옹호. 억지 주장.

우리만 아는 농담 - 일기

배고픔의 자서전 - 이게 소설이야 자서전이야? 내용도 이상해.

조선의 베이커리 - 억지 설정 + 전개. 조선 시대에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냥 회귀물 쓰던가.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무식.

오전의 살림 탐구 - 실용서(노하우북)라고 주장하는 인스타 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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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스포츠 - 노잼.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 무식. 노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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