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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Oct 24. 2023

이번엔 진짜 "수"학이다

[책을 읽고] 이언 스튜어트, <수학의 이유> (2/2)

수평면


horizontal plane이 아니라, plane of numbers다. 수를 한 줄로 세우면 수선(line of numbers)이 될 것이다. 여기에 직교하는 선을 긋고 수를 나열하면 수평면이 되겠지만, x축에 실수를 죽 세우고 y축에도 실수를 세운다면 실생활에 유용한 이런저런 계산은 하겠지만 우리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주지는 않는다. 


제곱하면 음수가 되는 신기한 숫자에 허수라는 이름을 붙이고, 3차 방정식을 푸는 데 유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까지, 허수는 여전히 상상 속의 숫자일 뿐이었다. 그러나 학자들은 결국 현실 세계를 표현하는 데 유용한 복소수의 활용도를 찾아냈다.


x축에 실수, y축에 복소수를 늘어뜨릴 경우, 회전 이동은 복소수를 곱함으로써 간단하게 표현된다. 라디안 좌표계가 아닌데도 그렇다는 얘기다. 오일러가 발견한 이 변환식에서 탄생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항등식이라는 오일러 항등식이다.



즉, 오일러 변환에서 (1,0)을 180도(pi) 만큼 회전하고 1을 빼주면 원점으로 간다는 얘기다. 다만 이 항등식의 아름다움은 수식으로 써야 제대로 드러난다.


오일러 변환의 진가는 진동 함수를 복소 평면에서 간편하게 다룰 수 있게 해주는 점에 있다. 그러나 이것은 3차 방정식의 해법과 마찬가지로 도구적 편의성에 불과하다. 복소 평면이 실제 세계와 연결되는 일은 20세기 초에 일어났다. 양자역학이다.


양자역학은 복소 평면(복소수 힐베르트 공간)에 대한 수학적 기술이며, 폴 디랙은 순전히 수학적 계산만으로 반입자가 존재함을 예측했다.


핑계 거리만 있으면 사진 올리고 싶은, 폴 디랙


사원수(Quaternian)


사원에서 파는 생수가 아니라, 풀어 쓰자면 four prime numbers다. 복소수를 끌어 와 2차원 평면을 채운 것처럼 3차원 공간도 숫자로 채울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수학자들은 세계가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피타고라스의 생각을 믿는 것 같다. 결국 3차원 공간을 채우는 수학자가 나타났으니, 그가 윌리엄 해밀턴이다. 그가 도입한 것이 바로 사원수다. 


복소수가 a+bi의 형태인 것처럼, 사원수는 a+bi+cj+dk의 형태로 되어 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곁들이자면, 1, 2, 4까지 확장되었던 수 체계는 결합법칙을 약화하는 편법으로 8까지는 가능하지만, 더는 없다. (이 사실이 우리 세계의 구조에 대해 뭔가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원수도 결국에는 단지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실제 용도를 만나게 된다. 바로 컴퓨터 그래픽이다. 물체의 움직임에는 회전 운동이 많다. 직각 좌표계에서 복소수를 이용하면 회전 운동 계산이 쉬운 것처럼, 3차원 좌표계에서 회전 운동은 사원수로 계산하면 간단해진다. 


사원수를 컴퓨터 그래픽에 응용하는 것은 여전히 복소수를 이용한 3차 함수의 해 구하기 같은 것이다. 단지 응용일 뿐, 우리 세계에 관한 무엇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사원수가 우리 세계의 구조에 관한 이론과 연결되는 순간,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초끈이론과 표준모형이 함께 박살나는 것 같은...)



재미있는 토막 상식


이 책의 다른 부분도 물론 재미있다. 그러나 한 꼭지로 정리해서 전달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 그래서 언제나처럼 재미있는 토막 상식 형식으로 소소하게 재미있는 내용들을 정리해본다.


- 저자는 스프링 제조업 불량품 발생 예측에 카오스 이론을 활용했다. 즉, 카오스적이지 않은 것에 카오스 이론을 이용해서 비용을 낮춘 것이다.


- 사진 압축에서, 원본 파일 크기를 10분의 1로 줄여도 전문가 외에는 알아채지 못한다. 원래의 33분의 1로 줄여야 일반인들도 알아 채기 시작한다.


- 데이터 압축에 프랙탈 이론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압축률이 좋지 않아 지금은 폐기되었다.


- 3차원 공간에서 위치를 측정하려면 GPS 위성 네 개가 필요하다.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실제로는 6개가 사용되는데, 오차 보정 때문이다. 세상은 그렇게 완벽하지 않다.


- 전 세계 기온이 기록된 지난 170년 동안 가장 뜨거웠던 해 18번 중 17번이 2000년 이후다. 동전 던지기를 100번 해서 앞면이 80번 나왔다면 동전을 체크해봐야 한다.


- 지구 온난화로 지구의 총 열에너지가 상승하면, 열에너지 분포와 변화의 진폭이 커진다. 즉 아주 더운 날씨와 함께 아주 추운 날씨도 증가한다.


- 클라인 병(klein bottle)은 뫼비우스 띠의 3차원 버전이다. 실험 결과, 원숭이,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의 시각 수용야(receptive field)가 클라인 병 형태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우리 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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