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2-28
1. 책
에이징 솔로 (Girls) - <이상한 정상가족>의 작가. 많은 시사점을 가진 종합 르포.
5.18 푸른 눈의 증인 - 5.18을 증언하는 외국인들이 이렇게나 많다.
으뜸체력 - 에세이.
야구소녀 - 재미없었다.
키스 더 유니버스 - 딱 TV 다큐 정도.
디어 와이프 - 매우 저렴한 반전. (이 정도면 반전도 아니다.)
청년 주부 구운몽 - 초반에는, 왜 이렇게 시끄러워? 뒤로 갈수록, 쌓이는 감동.
AI는 양심이 없다 - 넓고 얕은 AI 개관은 훌륭한데, 해결책 부분은 별로 와닿지 않는다.
미생물 전쟁 - 만화라는 매체의 강점을 잘 살렸다. 박테리오파지와 박테리아의 크기 비교 같은 것들...
시간을 건너는 집 - 지루한 초반을 견디면, 감동이 온다.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 역사 고증이 아깝다.
너만 모르는 진실 - 초반부터 재미 있는 대신, 감동은 <시간을 건너는 집>보다 덜한 편.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 가키야 미우다운 스토리 진행. 지금까지 읽은 3권 중에는 가장 별로였다.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 - <에이징 솔로> 미국판.
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 서문은 그럴싸했다.
소설을 집중적으로 읽은 한 주였나 보다.
김하연의 소설 두 권, 연타석 홈런을 날렸던 가키야 미우의 또 다른 소설도 좋았지만,
이번 주 최고는 <청년 주부 구운몽>이다.
구운몽이라는 억지 제목도 비호감이고, 소위 <감동 소설> 종류는 잘못 고르면 낭패를 당하기 일쑤라서, 책장에 넣어놓고 꽤 오랫동안 기다렸다.
읽을 책도 떨어져 가고, 책장 상단에 안 읽은 책이 너무 오래 방치되어 있는 것도 좀 그렇고 해서,
높은 평점만 믿고 일단 질렀다.
초반에는 "왜 이렇게 시끄러워?"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과장 개그 코드 시트콤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개그 코드는 당연히 썰렁하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진한 맛이 우러난다.
등장인물들 하나하나, 섬세하게 신경 쓴 티가 난다.
감동 소설 종류는, 속편을 내면 대개 망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속편이 은근 기다려진다.
<5.18 푸른 눈의 증인>도 매우 좋았다. 사실, 구운몽과 막상막하다.
진실의 힘이라는 게 이렇게 강력하다.
한국으로 봉사활동을 온 한 미국 청년의 이야기.
참치캔 구하려고 (큰 도시인) 광주에 왔다가 너무나 큰 사건에 휘말려버린 그의 젊은 날.
2. 악역을 잘 연기한 배우
악역을 너무 잘 연기했다가 배우 생활에 치명타를 입은 배우들이 있다.
배우를 배역과 동일시할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는 건데, 그 결과 배우가 피해를 보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나도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설을 읽는데, 매우 킹받게 하는 캐릭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이 악당에게 넘어가는 중이고, 작가도 이 캐릭이 매력적인 캐릭이라는 듯 서술한다.
어느새, 나는 평점에서 별을 하나 빼고 있다.
소설 결말부에서 결국 이 악당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러나 그동안 킹받은 걸 생각하면,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이 시점에서, 악역을 너무 잘 연기해서 연기 인생에 치명타를 입은 배우들이 생각났다.
소설가는 할 일을 제대로 했을 뿐이다.
밉상 캐릭을 너무 잘 만든 대가로, 소설가의 노력을 폄하하는 평가를 내린다?
실력을 칭찬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평점을 낮추겠다고?
사람이란 게 이렇게 단순하다.
(평점은 당연히 복구했다. 5점 만점이다. 그런데 이런 캐릭 만나면 또 킹받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