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강, <옷소매 붉은 끝동>
클리셰가 넘쳐 흐르지만, 그럼에도 재미있고 매력적인 이야기. 주인공 성덕임이 실존 인물이고, 스토리의 굵은 뼈대가 역사에 기록이 남아 있는 사실이라서 그럴 것이다.
김희경, <이상한 정상가족>
가족이라는 제도가 사람들을 더는 해치지 않게 하려면,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이런 문제들을 다루는 대개의 책에는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지 않지만, 이 책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스웨덴이라는 모범 답안이 있어서 그럴 수 있다.
에피쿠로스, <쾌락>
Cyril Bauley의 <Epicurus: The Extant Remains>의 그리스어 원문을 번역한 책, 그러니까 에피쿠로스의 저작들 중 현존하는 것들을 거의 모두 모은 글 모음이다. 에피쿠로스에 관해서 우리가 아는 것은 대개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서 비롯한다. 그보다 더 원전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책이다. 에피쿠로스가 훌륭한 품성의 실천 철학자였다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가 근본적으로는 데모크리토스적 유물론자이며, 유물론자임에도 철학의 목적은 삶을 잘 살기 위한 것이라 말했다는 점 정도는 기억하고 싶다.
궤도, <궤도의 과학 허세>
정말 재미있는 책. 궤도의 유튜브가 재미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유머가 가끔 썰렁한 공간으로 워프하기도 하지만, 유쾌한 비유가 넘쳐나는 즐거운 책.
궤도, <과학이 필요한 시간>
이번에는 시리어스 버전. 그러나 시도하는 유머는 썰렁하고, 시리어스한 내용도 위 책에 비해 그다지 깊은 내용도 아니다. calibration failure.
가키아 미우, <시어머니 유품정리>
본격 유품 정리 이야기. 일본 소설 특유의 잔잔한 감동까지 살포시 전해주는, 정말 따뜻한 책이다. 초반부의 투덜거림은 함정이다. 잘 견디고 나면 진한 감동으로 되갚아준다.
오승희, <10살 듬직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희망>
듬직이도 대단하지만 (최강 비주얼), 삼혜원, 동백원의 엄마들은 정말 천사들이다.
홍지혜, <오늘의 죽음 Q&A>
A는 없고 Q만 있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조금씩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책. 부록에 잔뜩 있는 추천 영화 목록, 쌩유.
엄기호,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올해의 책 후보. 과연 이 책을 내가 갈무리할 수 있을까. 이런 책을 써낸 저자에게 박수를.
박래군,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
슬프고 참담한 역사, 그래도 기억해야 한다.
홍인혜, <루나의 전세역전>
전세 사기를 이겨낸 한 세입자의 이야기. 강추.
최정원, <말순 씨는 나를 남편으로 착각한다>
참, 재미있게 사시네요. ^^
질 테일러,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읽어도 역시 명작.
아사다 지로, <나의 마지막 엄마>
알고보니 극우였던(<츠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라서 잠깐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소설가로서 능력을 믿고 읽었다.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었다. 다소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는 초반 전개를 훌륭한 캐릭터 메이킹으로 극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