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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에 읽은 최고의 책

by 히말

독서 결산의 계절이다.

2023년에 읽은 최고의 책은 뭐였을까?


재미있을 것 같아, 토너먼트 형식으로 집계해 보기로 했다.


매주 간단한 독서 감상과 함께 그 주의 책을 뽑고 있으니, 거기에서 시작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52권에서 16권을 가리려고 하니, 예선전이 너무 복잡해진다. 그래서 월별 승자를 뽑고, 아까비 후보들에서 패자부활전으로 4권을 추가해서 16강을 만들기로 했다.


월별 대진에서 12권을 뽑고, 나머지 전부를 FFA로 굴려 4권을 더 뽑아 16강 대진을 완성하기로 한다.


월별 예선 결과는 다음과 같다.

맨앞이 우승자, 다음은 차점자들이다.


1월: 로빈슨 크루소 - 테스

2월: 인간의 조건 - 코코넛 오일의 기적

3월: 시간여행 - 동 트기 힘든 긴 밤

4월: 맨땅에서 사과파이 만들기 -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

5월: 돼지구이를 논함 -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6월: 민주주의 공부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휴먼카인드 - 블랙 라이크 미

7월: 소크라테스의 변명 - 책만 보는 바보 - 인간의 흑역사

8월: 이방인 - 이충무공행록

9월: 넘버스 스틱 - 당뇨 코드

10월: 수학의 이유 -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 청년주부 구운몽

11월: 상처받지 않는 영혼 - 진이, 지니 - 최고의 수학자가 사랑한 문제들

12월: 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 - 영포에버 - 실내식물 사람을 살린다


월별 우승자들을 제외하면 죄다 패자부활전 참가자들인데, 목록을 읽다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휴먼카인드>, <블랙 라이크 미>, <최고의 수학자가 사랑한 문제들>(이언 스튜어트), <동 트기 힘든 긴 밤>, <진이, 지니>,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아까비 대표라고 적은 것들 대부분이 6월 책들이다. 6월 대진운이 정말 빡셌구나.


이언 스튜어트는 읽은 책들이 전부 다른 느낌인데, 다 끝내준다.

이언 스튜어트가 참여하는 게임은 좀 불공정한 듯.


패자 부활전 결과 올라온 4권의 책은 다음과 같다.


휴먼카인드

책만 보는 바보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진이, 지니


jess-bailey-l3N9Q27zULw-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Jess Bailey


드디어, 완성된 16강 대진.

대진 상대는 엑셀 랜덤 함수로 정했다.


6-3 민주주의 공부 vs 시간여행

9-5 넘버스 스틱 vs 돼지구이를 논함

8-13 이방인 vs 휴먼카인드

1-11 로빈슨 크루소 vs 상처받지 않는 영혼

14-16 책만 보는 바보 vs 진이, 지니

10-15 수학의 이유 vs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2-7 인간의 조건 vs 소크라테스의 변명

12-4 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 vs 맨땅에서 사과파이 만들기


인간의 조건 대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니, 잔혹한 대진이다.

각설하고, 8강.


시간여행

돼지구이를 논함

휴먼카인드

상처받지 않는 영혼

진이, 지니

수학의 이유

인간의 조건

맨땅에서 사과파이 만들기


<휴먼카인드>는 조별 예선에서 <민주주의 공부>한테 밀렸는데,

<민주주의 공부>는 강적을 만나 떨어지고, <휴먼카인드>는 패자부활전으로 올라와서 8강에 올랐다.

운빨 대진이라는 게 이런 거지.


드디어, 4강.


시간여행

상처받지 않는 영혼

수학의 이유

인간의 조건


과학/철학 하나, 철학 하나, 수학(과학) 하나, 그리고 에세이 하나다.


결승전은, 두구두구...


상처받지 않는 영혼 vs 인간의 조건


2023년 올해의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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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작가의 <인간의 조건>이다.

작가가 원래 원했던 제목인 <퀴닝(Queening)>이라 불러주고 싶다.


16강에 올라온 책들을 2023년 추천할 만한 책들이라 불러도 좋겠지만,

앞서 나온 운빨 대진 문제 때문에라도 다시 선별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이러려면 토너먼트 왜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재미있었다.


***


2023년 올해의 책

한승태, <퀴닝> (출판 제목은 <인간의 조건>)


이 책의 최대 강점은 단연 작가의 필력이다.

버나드 쇼나 조지 오웰이 환생한 것 같은 느낌이다.


다음은 토너먼트 결과를 배제하고 다시 고민한 2023년 강추 목록이다.


리처드 싱어, <상처받지 않는 영혼>. 붓다의 가르침을 현대어로 쉽게 풀어쓴 책.

김필영, <시간여행>. 시간이 무엇일까 하는 문제에 관한 깊이 있는 공부, 사색, 그리고 통찰.

이언 스튜어트, <수학의 이유>. 수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해리 클리프, <맨땅에서 사과파이 만들기>.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정유정. <진이, 지니>. 역지사지.

찰스 램, <돼지구이를 논함>. 장자가 근대 영국에서 태어났다면.

이덕무 & 안소영, <책만 보는 바보>. 조선 시대 선비가 쓴, 현대인의 입맛에 딱 맞는 생활 에세이.

얀-베르너 뮐러, <민주주의 공부>. <휴먼카인드> 때문에 시작한 민주주의에 관한 복습, 이 책이 제일 좋았다.

칩 히쓰, <넘버스 스틱>. 히쓰 형제 책들 중 단연 최고다.

대니얼 데포, <로빈슨 크루소>. 그의 고뇌를 느낄 수 있었다.

엄기호,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이런 문제에 관해서, 사색만으로 이런 통찰을 이끌어내다니.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철학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그를 만나다.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 <동트기 힘든 긴 밤>, <블랙 라이크 미>, <최고의 수학자가 사랑한 문제들>, <휴먼카인드>, <이방인>, <인간의 흑역사>,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책들이 목록에서 빠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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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2023년 매주 선정했던 이번주의 책 목록은 다음과 같다.

괄호 안은 매우 아까운 차점자들이다.


12/31 - 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

12/30 - 노량

12/23 - 아리랑

12/16 - 실내식물 사람을 살린다

12/9 -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12/2 - 영포에버

11/25 - 진이, 지니

11/18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11/11 - 최고의 수학자가 사랑한 문제들

11/4 - 상처받지 않는 영혼 (팔공산)

10/28 - 청년 주부 구운몽

10/21 -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10/14 - 왜 아플까

10/7 - 수학의 이유

9/30 - 넘버스 스틱

9/23 - 세이프

9/16 - 파란하늘 빨간지구

9/9 - 당뇨 코드 (늑대 원더)

9/2 - E=mc^2

8/26 - 레 미제라블

8/19 - 이방인 (이충무공행록)

8/12 - 섬, 1948

8/5 - 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

7/29 - 책만 보는 바보

7/22 - 5분 뚝딱 철학

7/15 - 소크라테스의 변명

7/8 - 처음 읽는 정치 철학사 (유토피아)

7/1 - 인간의 흑역사 (위험한 과학책)

6/24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푸드 사이언스 150)

6/17 - 공학자의 세상 보는 눈

6/10 - 민주주의 공부

6/3 - 휴먼카인드 (블랙 라이크 미)

5/27 - 과학자의 흑역사

5/20 - 돼지구이를 논함

5/13 -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5/6 -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4/29 -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 (나는 논어를 만나 행복해졌다)

4/22 -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

4/15 - 뼈의 방

4/8 -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4/1 - 맨땅에서 사과파이 만들기

3/25 - 삼체

3/18 - 동 트기 힘든 긴 밤

3/11 - 시간여행

3/4 - 뉴 컨피던스

2/25 - 1984

2/19 - 코코넛 오일의 기적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2/11 - 인간의 조건

2/4 - 작은 것들이 만드는 거대한 세계

1/28 - 테스

1/21 - 죄와 벌

1/14 - 로빈슨 크루소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1/7 -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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