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내가 판다

비타민 C를 반대해서 튀어보고 싶은 사람들

by 히말

비타민 관련하여 최근 아주 재미있는 괴서 2개를 읽었다. (2'권'이 아니다.)

그냥 잊고 지나갈까 하다가, 둔필승총으로 가볍게 요약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고, 그렇게 다시 살펴보니 그냥 글로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재미있는 책들이라 소개할 가치가 충분하다.



브라이언 클레멘트, <천연 vs 합성 똑소리 나는 비타민 선택법>


이 책의 훌륭한 점은, 기승전결을 거쳐 확실하게 핵심 주장으로 이끄는 구성이다. 핵심 주장은 자기가 파는 천연영양제를 사 먹으라는 것이다.


논리도 아주 탁월한데, 대체로 이런 식이다.


합성비타민D는 안전 수치와 독성 수치가 종이 한 장 차이이며,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신장에 무리가 생기고 경련성 복통, 구토, 매스꺼움을 유발한다. 성인의 경우 합성비타민을 단 한 차례 50mg 이상 먹는 것만으로도 위험해질 수 있다. (127쪽)


당연하다. 50mg이면 200만 IU다. 비타민D를 퍼먹는 나도 하루에 2만 IU 이상을 먹어본 적이 없다. 아니, 한 통을 다 먹어도 저만큼이 될지 모르겠다.


크로마토그래피에 관한 이야기도 아주 스릴 넘친다. 아스코브산, 그러니까 (합성)비타민C와 천연 비타민C인 아세로라의 크로마토그래피가 다르다는 얘기다.

크로마토그래피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아세로라에는 아스코브산 말고도 다른 물질들이 섞여 있으니까 말이다. 크로마토그래피는 원래 혼합물을 분리하는 기술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물한테 말을 걸었더니 분자 구조가 달라지더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책이 떠오를 지경이었다. 이 책도 충분히 한 시대를 풍미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종반부로 가면, 드디어 저자는 본격 마케팅을 시작한다. 그런데 천연 비타민은 용량을 높이기 어렵다. 충분한 용량을 찾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저자의 상품들을 어떻게 팔아야 할까?

저자의 천재성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1일 영양권장량이 권장하는 영양소의 67%를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85쪽)


대다수 전문가들이 너무 낮다고 말하는 영양권장량(RDA)가 너무 많다고 말하는 것이다!


비타민C의 RDA는 100mg이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비타민C를 한번 훑어보라. 100mg 짜리는 본 적이 없다. (젤리 형태 중에 있을지도 모른다.) 달달한 음료수 형태의 비타민도 500mg 정도는 들어 있다. 그런데 100mg도 과하니, 더 적게 먹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깜찍한 용량의 비타민C 제제가 있기나 할까? 다행히도, 있다! 바로 저자가 판매하는 사이트에 있다. 사이트 주소는 책에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어 지나칠 수가 없다.


그런데 67mg이라면 오렌지 한 개로도 충분하니 굳이 영양제로 챙겨먹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 저자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천재적이다. 그래서 이렇게 덧붙인다.


여러분이 우리의 일에 동참하길 바란다. 그러면 먼저 천연식품으로 영양보충제를 만드는 회사를 응원해야 한다. (191쪽)


논리로 안 된다면 감성에라도 호소하겠다는 다중 전략이다. 좋아요와 구독 버튼을 누르고 알림 설정을 해달라는 말을 책에서도 보게 될 줄이야.



cc51422f-883f-4596-8aef-42ec9093ae22.jpeg 주의. 이 영화는 명작입니다.


이 책이 전부 다 이런 식인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는, 아주 시원한 대목도 있었다.


포화지방산이 없는 것은 자동차 오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자동차 오일도 샐러드에 쳐서 먹을 것인가. (120쪽)


하지만 봉지 맨 아래에 딱 한 개 들어 있는 별사탕 먹자고 라면땅 한 봉지를 다 먹어야 한다면, 그냥 안 먹는 쪽을 택하겠다.



스티븐 사가, <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


이 책은 제목부터 비타민C 메가도스를 공격하겠다는 웅장한 기상을 풍긴다.


안타깝게도, 이 책 전반부는 대단히 흥미진진하다. 비타민C 발견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차라리 요즘 유행하는 역사 이야기를 썼다면 꽤 잘 썼을 것 같다.


특히 괴혈병의 증상을 기록한 옛 문헌을 소개하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우리가 아는 괴혈병이란 그냥 입안이 허는 병인데, 그걸로 어떻게 죽기까지 하는지 의아하지 않았던가.


백혈구 내 아스코르브산 수치가 0이 되고 거의 두 달이 지난 시점에, 크랜던은 괴혈병의 첫 신체 징후를 발견했다. 다리의 모낭 주변에 검은 반점이 생기고 머리카락이 갈라지거나 살을 파고들었다. 161일 후에는 그의 피부에 약간의 출혈, 정확하게 점상출혈이 발생했는데, 잠시 크랜던이 일어선 사이에 다리 아래쪽에서 처음 발생한 점상출혈이 점차 다리 위쪽으로 올라갔다. 식단을 제한하고 6개월이 지나자 점상출혈은 허벅지에 도달했다.
크랜던은 외과의사로서 상처 치료에 관심이 있었다.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이 남긴 괴혈병에 관한 설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새로 생긴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오래된 상처가 벌어진다는 점이었다. 크랜던은 비타민 C 결핍 식단을 시작한 지 3개월 뒤 등에 상처가 생기고, 6개월 후에 다시 상처가 생겼다. 3개월 뒤에 생긴 상처는 혈중 아스코르브산 수치가 0이었는데도 정상적으로 치유되었다.
두 번째 상처는 상처가 생기고 열흘 뒤에 조직 검사를 실시했다. 피부는 정상적으로 치유되고 있었으나, 조직 깊숙한 지점이 치유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받았던 맹장 수술 흉터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크랜던은 조직 검사 직후 아스코르브산 1000밀리그램을 매일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일 후에 조직 검사를 하자 상처는 정상적으로 아물고 있었다. (146쪽)


1939년, 보스턴시립병원 외과 레지던트였던 존 크랜던이 자기 몸을 가지고 한 실험 내용이다. 옛 문헌에 기록되어 전해지는 괴혈병 증상은 더 무시무시하다.


몇몇 환자가 움직일 때는 뼈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이들의 시체를 칼로 가르자 골단(긴 뼈의 말단)이 뼈에서 완전히 분리된 채 발견되었다. 두 골단이 서로 맞부딪히며 그러한 소리를 냈던 것이다. 어떤 환자들은 숨을 쉴 때 작은 소리가 들렸다. 이들의 시체에서는 흉골의 연골이 늑골과 분리된 상태로 발견되었다. (63쪽)


이는 18세기에 배를 타고 선원들의 상태를 직접 기록한 의사, 제임스 린드의 기록이다.


이 책의 진가는 저자의 포부가 드러나는 지점, 즉 비타민C 메가도스를 비판하는 부분에서 드러난다. 비판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지는데, 첫 번째 방법은 비타민C 메가도스를 처음 주장한 라이너스 폴링을 인신공격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지적으로 오만했다. 대학교 화학 강좌에서 한 교수는 탁월한 대가 두 명이 동의하면, 즉 본인과 폴링이 문제의 답에 동의하면 그 답은 틀림없이 옳다고 말했다. 그러자 폴링은 “다른 한 명이 누구지?”라고 물었다. (168쪽)


뒷담화라는 건 원래 매우 재미있는 것이니, 직접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한 분들을 위해 요약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요약하면, DNA 나선 구조 발견 경쟁에서 (사진 도둑인) 왓슨과 크릭에게 밀리고 할 일이 없어진 폴링이 비타민C 전도사로 나서서라도 유명해지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i14755310649.jpg 그래, 결심했어!


그는 이제 화학의 최전선에 있지 않았지만 폴링의 자아는 중요한 과학자로 남고 싶어 했다. 그런 까닭에 폴링은 본인이 공중 보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비타민 C 요법을 옹호하기로 했다. (178쪽)


대학교 신입생 때 읽었던 단편 소설, <Love is Fallacy>를 저자에게 권하고 싶다. (허수아비 치기, 우물에 독 풀기 등등 다양한 논리적 궤변에 관한 소설이다.)


비판의 두 번째 방법도 신박하기는 마찬가지다. 바로 주변 지인들의 사례를 소개하는 것이다. 내 친구 빌은 귀가 얇아 비타민C 메가도스에 도전했으나 아무 효과도 보지 못하고 머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이런 식이다.


빌은 비타민이 조금은 도움이 되리라 추론하며 ‘왜 안 되겠어?’라고 생각하고, 자연에서 유래한 물질이니 몸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섭취할 때마다 비타민이 얼마나 몸에 흡수되는지, 얼마나 몸 밖으로 배출되는지는 알지 못했다. 빌은 어느 순간 별다른 이유 없이 제품 복용을 중단했고, 복용 전후로 어떠한 차이점도 느끼지 못했다. (25쪽)


설득력이 너무 막강하니, 이런 전략은 100분 토론에서 금지해야 할 것이다.



간단 소감


직접 조사해 보고 판단하자. 이것이 내 모토다. 그런 의미에서 합성비타민과 메가도스를 반박하는 책 두 권을 읽었다. 내 개인적인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시간 낭비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아주 많이 웃었으니까 말이다.


david-jack-kwbUhtuCGmI-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David 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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