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마다, 한 주 동안 읽은 책들을 적어 본다.
요즘 숫자가 좀 많이 줄었다.
독서 추적 앱을 켜고, <읽는 중인 책들> 목록을 살펴본다.
중간에 그만두는 책들, 이런저런 이유로 진도가 안 나가는 책들이 많구나.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은 중반부터 늘어져서 너어어어무 재미없다.
꾸역꾸역 읽으려 해도 금방 딴생각을 하게 된다.
요나스 요나손의 책들이 대체로 그렇다.
딱 한 입만 맛있는 치즈 케이크 느낌이랄까.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작가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도 읽고는 있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두서없는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처음 몇 번은 재치나 해학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40% 정도 읽었는데,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요즘 챗GPT를 제치고 나의 1순위 멘토가 된 Claude.ai와 이야기를 해보았다.
- 나: 반 정도 읽었는데, 아직 아우슈비츠 얘기가 안 나와서 말야. 앞으로 나오겠지?
- 클로드: 아니, 안 나와. 이 책은 안 나옴. 그게 이 책의 차별점이지.
- 나: 헐. 네 생각에 레비의 제일 좋은 책은 뭐야?
- 클로드: 이것이 인간인가.
내 생각도 같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것이 인간인가>의 부록에 나오는, 독자 편지들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
2월 중반부터 읽고 있는 <세이노의 가르침>도 쉽지 않다.
내 취향이 아닌 것은 알고 시작했으니 감수해야 하지만, 진도가 안 나간다.
<최현우의 마법 타로>는 타로 카드 한 장씩 보고 있어, 언제 끝날지 예상하기 어렵다.
매일 타로 카드 한 장을 뽑고, 그에 대한 설명을 읽는다.
그런데 아직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카드가 반이 넘는다. 하하.
<코스모스>는 두꺼워서 그런지 읽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30% 정도 읽은 것 같다.
주말에 읽는 책 목록을 체크할 때마다, 아, 이거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또 까먹는다.
이 책은 과학책이라기보다 문학책에 가깝다.
칼 세이건이 노벨상을 받았다면 버트란드 러셀처럼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것 같다.
(실제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
<상식이 결여된 카페>는 정말로 상식이 결여된 이야기라 중간에 그만두었다.
일본 사람들이 겉으로만 예의를 차린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겉으로라도 예의를 차리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그런 생각에 반대해 왔다.
그런데 일본에는 막 나가는 것을 동경하는 문화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건, 일본의 엔료 문화가 가식이라는 증거나 다름없다.
일본에서 히트한 수많은 만화, 드라마, 영화, 책들은 현실에서 구경은커녕 상상하기도 어려운 이상한 사람들을 마치 영웅처럼 그린다.
그들의 행위가 과연 영웅적인가?
아니, 상식적이라기도 하나?
부모자식간에 의사소통을 시켜주겠다고 벽을 부수거나,
깡패들을 때려잡는 더 악랄한 깡패들에 환호하고,
야쿠자가 오랜만에 한번 사람 같이 행동했다는 이유로 떠받들지를 않나,
이 책처럼 단지 음식을 남긴다는 이유로 손님들을 증오하며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는 카페 직원들을 멋있다고 자칭하는... 이상한 이야기들이 잘 팔린다.
규칙에 얽매여 살다 보니 변태 수준의 이상 행동을 동경하나 보다.
(그럼, 독일은?)
이 책에 대한 멋진 한줄평을 소개한다.
- 적어도, 자신들에게 결여된 것이 '상식'임은 인지하고 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