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브링리,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이 책이 엄청 히트한 것은 알고 있다.
사실 나도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2023년 12월 31일에 읽기 시작했는데, 잘 모르는 그림에 대해 시시콜콜 설명하는 걸 보며 꽤 당황했다.
그래서 나오는 그림을 하나하나 메트 홈피에서 찾아보며 읽다 보니 엄청 느리게 읽게 되었다.
결국 흥미를 읽고 꽤 오랫동안 방치했다.
다시 읽게 된 것은 윌라 덕분이었다.
그림은 나중에 찾아 보면 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들으니 술술 진도가 나간다.
이 책의 광고 카피는 "형의 죽음"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데, 실제로 책 내용에는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그럼 담담함이 이 책의 인기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손쉬운 감성 팔이로 나가지 않은 것은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이 책이 별로였다.
에세이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는 도를 넘는 오만이 꽤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가장 가소로웠던 구절은 이거다.
미켈란젤로의 성미를 아는 나로서는 그가 이 사실을 알면 꽤 짜증을 낼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270쪽)
미켈란젤로를 만난 적이라도 있나 보다.
그림에 대해 아는 척하는 것은, 미술 에세이의 기본이므로 어쩔 수 없다.
게다가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지는 나도 잘 안다.
저자의 미술 지식이 나보다 나은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건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
***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에 일주일 동안 출근하던 당시의 일이다.
어떤 경비원이 가끔씩 나타나 그림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 듯한 행위를 여러 차례 했다.
관람객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사람들이 서 있는 그림 앞으로 자기 몸을 던져 댔다.
그림과 얼굴 사이의 거리를 5cm 이하로 해야 하는 어떤 임무라도 부여받은 모양이었다.
나는 미술관에 가면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편이다.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방대한 미술 지식을 기반으로 내가 좋아할 만한 화가를 추천해주는 직원도 만났고,
캔자스 시티 넬슨-앳킨스 박물관에서는 쟈코메티가 누군지 모르는 경비원들을 "여럿" 만났다.
대개 경비원에게 누구 그림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면, 잘 알려주는 편이다.
그러나 경비원은 경비원일 뿐, 그림에 대해 알지 못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그림에 둘러 싸여 근무하는 사람이 그림에 무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경비원이 이 정도로 오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오늘도 “너무 가까워요!”, “플래시는 꺼주세요!”라고 호통을 치느라 바쁜 하루였다. (120쪽)
작품에 손을 대고 싶어서 안달이 난 관람객들이라도 있는지 감시해야 하는 임무 (294쪽)
대학 시절, 런던 월리스 컬렉션에서 그림 감상을 하던 중 건물에서 나와야 했던 일이 있었다.
누군가 그림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런 몰상식한 사람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정말 저렇게나 많다고?
미술관 경비원의 직업병일까?
그의 그림은 고통에 관한 것이다. 고통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말문을 막히게 하는 엄청난 고통의 무게를 느끼기 위해 그림을 본다. 그렇지 않다면 그림의 정수를 보지 못한 것이다. (57쪽)
"그렇지 않다면 그림의 정수를 보지 못한 것"이라니, 정말 오만하지 않은가.
***
사족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런 메모도 남겼다.
정말, 그림 취향 나랑 안 맞는다.
일부 예외도 있지만, 나는 르네상스 그림은 100미터 바깥에서 피해가는 사람이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를 매일 드나들던 때에도 르네상스 윙은 딱 한 번만 숙제하는 마음으로 가봤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