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어떤 단체가 화성 이주민을 모집하자 지원자 20만 명이 몰린 일이 있었다.
(확인해 보니, Mars One이라는 민간 단체였고, 2013년의 일이다.)
편도 티켓이었다.
그러니까, 이들은 지구를 버리겠다는 선호를 표시한 것이다.
소위 자연인들과 비슷한 맥락이다.
실제로 화성에 가게 된다면, 비좁은 우주선에서 복닥거리며 지내야 한다.
'사람이 싫어서' 지원한 사람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환경이다.
앤디 위어의 <마션>에도, 화성인 선별 기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원만한 성격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몇 개월 동안의 여정에서 서로를 죽이지 않고 화성에 도착한 것이 가장 훌륭한 위업이라는 것이다.
디테일은 옆으로 치워 두고, 속세를 버리고 은둔하고 싶은 욕망 자체에만 집중해 보자.
'자연인'들이 바로 그런 선택을 용감하게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이다. (그들이 왜 TV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북극 허풍담>이라는 소설을 만났는데, 그린란드 북부 오지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소설이지만, 화성의 첫 이주민들이 (최상의 시나리오로 될 경우) 이렇게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는 앞서 언급한 문제 외에도 수없이 해치워야 하는 현실적 문제 때문에 그냥 헬일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남자고, 혼자 살며, 집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멀다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는 책 앞에 나오는 지도를 봐야 한다.)
멀어도 이웃이라서 서로 알고는 지내지만, 혹독한 환경과 정말 먼 거리 때문에 왕래가 쉽지 않다.
왕래가 쉬웠다고 해도, 이들이 과연 이웃과의 왕래를 즐길 사람들일까?
이들은 이런 삶을 찾아온 사람들이다.
달리 말해, 자연인이 숲이나 산 대신 북극으로 온 것이다.
화성인 모집에 지원했던 사람들의 대다수가 원했던 조건이 존재하고,
화성의 환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호적인 자연 환경이 있다.
저 20만 명 중 아직도 화성 이주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린란드 북동부를 추천한다.
이들은 외로움이 지쳐 이웃집을 찾았다가, 한참 떠들고 나면 다시 사람들과의 관계가 귀찮아 혼자가 되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건 모든 인간들의 속성 아닐까.
사족.
관광지에서는 조금 떨어져 지내는 게 좋겠다. 관광객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