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순, <질문 빈곤 사회>
뭘 고쳐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당연히 불편하다. 저자의 강의를 듣고 나서, "오늘은 많이 불편했습니다"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많이 배웠다는 의미다. 배웠다, 라기보다는 "많이 생각했다"라고 표현하는 게 더 옳게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많이 불편했다. 적어도, 건성으로 읽지는 않았다는 거다.
- 그 누구도 (존재가) 불법인 인간은 없다.
김시우 등, <추월의 시대>
정치를 제대로 다루면 이렇게 평점이 양극으로 갈리는 책이 된다. 대체적으로 합리적인 내용이지만, <질문 빈곤 사회>와 마찬가지로 독선적으로 보일 수 있는 주장들이 다수 등장한다. 진중권에 대한 평은 꽤 적절한 듯.
1%를 비교하면 미국이, 10%를 비교하면 유럽이, 20~30%를 비교하면 한국이 제일 경쟁력 있다는 주장은 재미있었다. 멍때려도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이 적어지는 방향이다.
비타 색빌-웨스트, <사라진 모든 열정>
시대와 공간이 다르지만, 같은 문제, 같은 고민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남편과 사별한 백작부인은 함께 살자는 자식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홀로 살기로 한다. 집 주인과 그녀의 대화가 특히 재미있다. 그런데 서론이 이렇게 길어서야, 나도 그만두고 나갈 뻔했다.
부록으로 실려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편지가 더 재미있다. 둘이 아주 단짝 친구였나 보다. 남편이 정원 돌보는 일을 마치고 케인스 집에 가서 저녁을 먹을 거라는 이야기, 이 친구 소설을 찍어서 6천 5백 부를 팔았다는 이야기, 그 돈으로 무려 보트와 카메라(!)를 샀다는 이야기... 하하. 난 블룸스베리 그룹을 참 좋아한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이 인상파 그룹을 동경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랄까.
지현상, <완벽한 죽음을 팝니다>
단편집. 소재나 전개, 그리고 결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귀신인 줄 알았는데 정말 귀신이었다는, 무책임한 이야기는 내 취향이 아니다.
나는 <우리 교실에 악마가 있다>가 제일 좋았는데, 단편 드라마도 만들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잘 짜인 구도에, 사이다 전개, 모두가 좋아하는 정의구현, 전부 다 들어 있다. 서론이 너무 길지만, <완벽한 죽음을 팝니다>도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