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이충환, <십 대가 꼭 알아야 할 기후변화 교과서>
꼬리가 개를 흔든다
기후변화라는 단어는, 적어도 지구온난화보다는 온건하다.
어느쪽 변화라도 변화 아닌가.
진보와 보수 모두 언어의 마술사들이지만, <캔자스 대체 왜 이래?>의 저자 토머스 프랭크는 보수 쪽 실력이 더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감세'라는 마법의 단어 때문이라는데, 기후'변화' 역시 꽤나 강력한 단어 아닐까.
행성 단위로 기후에 영향을 주는 호모 사피엔스의 존재가 없었다면,
지구는 지금쯤 소빙기에 진입하고 있었을 것이라 한다.
천문학적 요인에 따라 기후가 바뀌는 주기를 밀란코비치 주기라고 한다. (2장 중)
지구 공전 궤도의 이심률 변화, 그리고 자전축의 주기적 변동(세차운동)으로 인해
지구라는 행성의 기후는 주기적으로 변동한다.
그것이 바로 빙하기와 해빙기의 교체로 나타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은 지구라는 생활공간의 변화에 적응했다.
예컨대 아메리카 대륙으로의 이주는 빙하기가 아니었다면 훨씬 뒤로 미뤄졌을 것이다.
그런데, 거주민이 거주 공간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지구온난화를 우리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미 1824년에 프랑스 과학자 조제프 푸리에는 지구 대기가 태양 에너지를 가두는 효과가 있음을 논문으로 발표했고,
1856년 미국의 여성 과학자 유니스 뉴턴 푸트는 이산화탄소가 다른 기체에 비해 열을 잘 흡수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1859년, 아일랜드의 물리학자 존 틴들은 수증기와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를 재확인했다.
1882년,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가 틴들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온실효과는 학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1896년에는 스웨덴의 화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가 이산화탄소에 온실가스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실제로 그는 논문에 ‘인간이 발명한 기계가 석탄을 태워 지구 전체를 데우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7장 중)
이 외에도 다양한 학자들의 선구적인 기후변화 연구가 이 책에 실려 있다.
요점은, 지구온난화라는 현상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연구되어 왔다는 것이다.
온난화라고 그냥 더워지는 게 아니다
지구온난화라는데 대체 왜 겨울에 강추위가 찾아 올까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의 진폭이 커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후변화가 지구 표면에서 불균등하게 일어나는 점에도 원인이 있다.
극지방이 중위도 지역에 비해 지구온난화에 훨씬 더 취약하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관련 있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극지방이 더 빨리 가열되기 때문에, 제트기류가 약화되고, 이에 따라 겨울철 극지방에 갇혀 있어야 할 차가운 공기가 약해진 제트기류 띠 사이로 새어나오기 때문이다.
날씨는 대표적인 카오스계다.
대체 계산이 안 되는 시스템이란 얘기이고, 기상청이 매일 욕을 먹는 이유도 근본적으로 이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아직 인류의 과학 수준에서 예측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래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치인들이 있고,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부족한 과학으로나마 어떻게든 설명(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눈물겨운 투쟁이다.
더 손쉬운 방법은 없을까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지구공학이라는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기 중에 황산염을 살포해 태양열을 살짝 가리자는 주장이다.
바다에 철을 뿌리는 방법도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방법이다.
철분 증가로 플랑크톤이 대량 증식하고, 이들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대량 소비한다는 계획이다.
호주 정부에서 비공식적으로 이 방안을 실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lGo3pzxHDc
나도 이런 손쉬운 방법으로 지구온난화가 해결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인류 과학 수준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슨 재앙을 맞으려고 하나뿐인 지구에 셀프 임상을 하는지 모르겠다.
(지구 입장에서는 셀프도 아니다. 바이러스가 숙주를 상대로 실험하는 상황이니.)
(씁쓸한) 소결
경제는 성장해야 한다, 라는 것이 현대인의 디폴트 사고 방식인 것 같다
지구온난화를 막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생산과 소비를 조금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적게 먹는다는 가장 간단한 다이어트 방법이 사실은 제일 어려운 것처럼,
이 방법은 지금의 지구인들에게 아마도 가장 어려운 방법일 것이다.
CCS, 대체 에너지, 에너지 활용 효율 제고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될 것이다.
그러나 일단, 내 탄소 발자국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사족
난 탄소 발자국이라는 표현 자체가 싫다.
대기업이 파탄낸 경제를 살리자고 서민들이 금 모으기를 하는 꼴이다.
탄소 발자국은 당연히 생산자가 줄여야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