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주간 메모 - 2025년 3월 둘째 주

by 히말

1. 책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나사의 회전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길 위의 뇌


***


이번 주 추천작은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이다.

이름은 들어보았으나 읽을 생각은 해본적도 없는, 전형적인 고전이다.

윌라를 믿고 들어보았다.


그런데 한번 들어서는 대체 무슨 얘기인지 어리둥절했다.

갑작스런 결말에 다시 한 번 들었다.


모든 서술이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보인다!

(삼국지를 처음 읽을 때 영웅으로 보이던 유비가 2회차에 쪼다로 보이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사실 거의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데, 이런 긴장감이라니.


유령이라는, 내가 전혀 좋아하지 않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정말 몰입해서 들었다.


423240-8-1740465349028.jpg


<조제,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실망했다.

아주 유명한 작품이다. 영화가 말이다.


원작은 단편이었다.

원작이 이렇게 단촐하니,

한국판 리메이크 <조제>가 일본 원작 영화를 크게 이탈해 자유롭게 상상하는 것도 충분히 허용될 수 있다.


나는 원작 일본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서다.

반면, 한국판 리메이크는 주연 두 명을 모두 좋아하다 보니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결말도 인상적이었다.


maxresdefault.jpg 한지민만으로도 킹정인데, 남주혁까지라면 우왕굳


사실 이 단편집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조제> 때문이 아니다.

일본 문화에 도저히 적응이 안 되어서다.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맨앞의 두 개를 빼면 거의 전부 불륜 이야기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남의 로맨스라는 것은, 불륜이라 부르고 싶을 만큼 제3자에게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이야기들은 정말 불륜이다.

로맨스조차 아니다. (당사자들에게야 다르겠지만.)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불륜을 모아놓은 단편집이랄까.

일본은 정말 이런 곳인가.


어느 독자의 한줄평에 나도 깊이 공감한다.


-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 알고 싶지 않았어요.


현재,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를 읽고 있다.

작년 말에 사놓고 읽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너무 두꺼워서 거부감이 드는 것 아닐까.


일단 읽기 시작하고, 발동이 걸리니 재미있어 계속 읽게 된다.

그래서 이 무거운 책을 들고 카페에 왔다.


20250315_105346.jpg


2. 미니멀리즘


이번 주에도 새로 생긴 물건, 떠나보낸 물건 모두 없다.


내 주식 계좌에는 다양한 종류의 주식이 많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마이너스다. 팔지 못해서다.

적어도 본절을 하려는 것이 인간 본성이다.


그런데 이런 행태야말로 미니멀리즘에 배치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70%, 80% 손실 중인 종목들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속 쓰리지만, 해야 하는 일이다.


잘못 산 물건을 버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이다.



3. 청소


봄이 되면 대청소를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런데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조금씩 평소에 하는 것도 좋다.

오늘 아침 그냥 싱크대 청소를 했다.


평소에도 싱크대 표면은 닦는 편이지만,

오늘은 배수구까지 완전히 청소했다.

너무 더러워서 놀랐다.


20250315_085027.jpg


실외기실 청소를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하는 것이 벌써 몇 달째다.

엄두가 안 나는데, 봄이라는 핑계로 날을 잡아야겠다.

청소야말로 미니멀리즘의 정수다.


사족. 슈크림 라떼가 맛없다는 말이 많아 슈크림 말차 라떼를 시도했는데, 너무 달다. (달아서 맛있기는 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 트럼프, 그리고 기후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