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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메모 - 4월 둘째 주

by 히말

1. 책


국가

우리는 왜 공허한가

부의 대이동


***


이번 주 최고는 플라톤의 <국가>다.

학창 시절 읽었던 책이지만 (심지어 이번에 읽은 책의 원본인 펭귄판)

끝까지 안 읽었던 것 같다.


동굴의 우상 이야기가 여기에 나오는 걸 처음 알게 된 것이 그 증거다.

게다가 이데아의 2차, 3차 모방에 관한 이야기도.


많은 사람들에게, <국가>의 하일라이트는 책 초반에 나오는 정의 논쟁일 것이다.

트라시마코스라는 소피스트와의 문답 말이다.

대화편은 보통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주는 소크라테스의 산파식 문답이지만,

이 경우는 서로 의견이 대립하는 본격 논쟁이고, 그래서 강렬하다.


과연 사람들은 정의가 무엇이라 생각할까? 현대인들은?

정의란 강자의 편의라는 트라시마코스의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왠지 더 많을 것 같다.

지금 아메리카 제국이 벌이는 일을 봐도 분명하지 않은가.


아무튼, <국가>를 다시 읽고 가장 크게 느낀 점 두 가지.


1. 기원전 5세기에 이렇게 정교한 사고 실험을 한 플라톤 내지 소크라테스, 위대하다.

2. 결론(이데아)에는 도저히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데 유럽은 1000년 넘게 이 견해를 지지했다. (기독교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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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 하필 기원전 5세기쯤에, 동서양에 동시에 엄청난 철학자들이 대거 등장하고,

갑자기 사라졌을까?


이제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제국의 등장 때문이다.

역시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한 제국과 로마제국, 이들이 채택한 국가 공인 철학(내지 종교).


유교와 기독교가 모든 사상을 억압했으니, 그 이후로는 자유로운 토론이 불가능하다.

다른 의견을 말하면 쪽을 주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죽음을 주는데, 어떻게 다른 의견을 말한단 말인가?


송시열_초상.jpg 그런 의미에서,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위인, 송시열.



2. 미니멀리즘


이번 주에는 주방도구를 하나 버렸다.

여러 개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런데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버릴 게 정말 많다.

크기별로 다양한 믹싱볼, 계량도구, 그릇들.



3. 관세와 전쟁


이미 지난 주에 관세, 경제 블록, 대결 구도, 전쟁으로 이어지는 연쇄가

과거에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라고 말했다.

지금 트럼프가 하는 행동은 이런 관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관세 전쟁'이 아니다.

관세로 인해 벌어질 진짜 전쟁 이야기다.


무역 적자라는 것은, 버는 것에 비해 풍족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축통화국의 무역 적자는 그 빚을 한갖 종이쪽지로 해결할 수 있다.

이 위험한 도박에 대해, 가장 이득을 보는 당사자인 기축통화국에서 우려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걸 해결하려는 방법이 전쟁을 불사하는 관세 정책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말보다 행동이 더 크게 말한다.

트럼프가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보면, 트럼프는 국가 부채 해결 같은 위업을 하려는 자가 절대 아니다.


취임 직전에 오피셜 트럼프(+멜라니아)라는 암호화폐를 찍어 돈을 벌었던 자다.

아들들이 대놓고 암호화폐 리딩방을 열고 있다.

90일 관세 유예 발표 몇 분 전에 올린 SNS가 자기 회사 주식 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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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거래를 안 하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계좌를 조사하면 곧바로 나온다. 워낙 뻔뻔한 자라서 숨길 생각도 안 하고 있을 것이다.)


요약하면, 죽을 때 다 된 노인이 돈 욕심에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지 의심스럽다.


유발 하라리는 <넥서스>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이 자정 장치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자정 장치는 매우 잘 작동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닌 것 같다.


april9heatmap.jpg 주가 조작 현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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