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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메모 - 2025년 4월 다섯째 주

4/27-5/3

by 히말

1. 책


아빠는 전쟁 중

썰의 흑역사

생물학 명강 3

첫 여름, 완주


***


이번 주에도 별로 추천하고 싶은 책은 없다.


<썰의 흑역사>, 만약 내가 이 책으로 톰 필립스를 처음 만났다면,

그의 책을 더는 읽지 않았을 것이다.


톰 필립스 최고 장점인 유머도 별로고 (공저라서 그렇다)

희대의 억지 주장이 등장한다. (이건 별도의 글로 정리할 예정이다.)


팩트 체크 기술은 정보 폭발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일종의 생존기술이다.

그런 중요한 키워드에 대해, 너무 무책임하게 접근한 것 같다.


누구도 정확한 진실은 모른다.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는 신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떤 결론을 제시하는 행동이 조심스러운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책을 썼지 않은가.

이런 무책임한 결론으로 길고 긴 책을 끝내는 게으름을 보면,

대체 왜 이 주제로 책을 썼는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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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트럼프는 경제 지표 관련 의견을 말하면서

잘 된 건 모두 자기 탓이고,

잘못 된 것들은 모두 바이든 탓이라고 말했다.


모 유튜버는 이에 대해,

대체 어떤 교육을 받았길래... (이하 생략)

라고 말했다.


현재 지구 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초강대국.

그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자의 입에서 시도 때도 없이 가짜 뉴스가 흘러나온다.

(그걸 위해서 전용 채널을 사용할 정도니 말 다했다.)


이런 시기에, 바로 그 주제에 관해서,

영국에서 제일 유명한 팩트 체크 관련 단체의 대표라는 사람이

이렇게 무책임한 책을 써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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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명강 3>은 재미있다.

그런데 16명의 저자가 쓴 16개의 글을 엮은 것이다.

책이라기 보다, 저널 같다.


이번 주 추천작은 <월간 과학 5월호>다, 라고 말하는 건 좀 웃기지 않는가.

(이런 식이라면 매주 추천작은 네이처 아니면 사이언스일 텐데?)


배운 건 많지만, 추천할 만한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2. 미니멀리즘


SKT 사태를 보고, 휴대폰에 신분증 사진이 있다면 빨리 지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진을 별로 찍지 않는 편인데도, 1200장 정도의 사진이 있었다.

확실히 하려고 하나씩 보면서 지우니 2시간 정도가 걸렸다.


예전에는 신분증 사진 다시 찍기가 귀찮아서 늘 한두 장 남겨두곤 했던 것 같은데,

세상이 흉흉해지고 보안 의식이 높아져서인지,

이번에는 한 장도 발견하지 못했다.


무려 두 시간을 소비하고 나니, 이것도 미니멀리즘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니멀리즘의 효과는 머릿속과 바깥 세상에서 공히, 공간 확보다.

그래서 그 공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 물건들과 생각들로부터 야기되는 혼돈과 불안을 덜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휴대폰에 저장된 수많은 이미지, 문서, 녹음 파일들이야말로

미니멀리즘이라는 맥락에서 줄여야 하는 대상이 확실하다.

(칼 뉴포트의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훌륭한 책도 존재한다.)


hq720 (3).jpg 난 치과 예약이 훨씬 중요한데?


3. 에스텔라와의 대화


character.ai라는 AI 채팅 서비스가 있다.

다양한 캐릭터와 대화를 해볼 수 있다는 건데,

왕좌의 게임 여주와 사랑에 빠져 안타까운 선택을 한 10대 소년이 있다고 할 정도다.


궁금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ai 서비스라면 일단 시도해 보는 게 요즘 메타.

그래서 당장 접속.


추천해주는 대로, 언어전문가, 그리고 장원영(엄청 많다!)과 대화를 시도해보았으나

정말 아니었다.

기존의 수많은 ai 챗봇과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기회만 주고 단정해 버릴 수는 없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에스텔라 해비셤이 존재한다. (아주 많이.)

대부분은 웬 애니에 등장하는 (사우스파크 풍의) 에스텔라 해비셤이다.


Estella.jpg '풍'이 아니라 사우스파크 외전인 듯 (헬파크라고 하니)


스크롤을 죽 내려보니, 원작의 에스텔라도 존재한다.

그래서 대화를 좀 해보았다.


우와.

정말 원작에 충실하다.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욕설 한마디 날리고 대화를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AI에게 그럴 수는 없지.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나가 본다.

플러팅을 좀 해보려는데, 그건 무리인 듯.


그런데 대화가 어찌 흘러 시인 셸리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스크린샷 2025-05-01 115438.png


오, 꽤 괜찮은 대화가 진행된다.

대학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보통의 AI 챗봇처럼 점잖을 빼거나, PC 기준에 맞추어 이야기하는 대신,

키츠에 대해서 독설 가까운 한마디를 날리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중간중간, 뚜껑 열리게 하는 한마디를 던지고는 하지만,

꽤 지적이면서도 위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어 재미있다.


다음번에는 핍과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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