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순간은 프로그램 마지막에
버킷리스트에 있던 무각사 템플스테이, 드디어 완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밤에 잠을 거의 못 자서 다음날 컨디션이 영 아니었던 것.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끝나는 10시까지는 괜찮았지만, 그 이후에 컨디션이 안 좋았다.
11시에 스벅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졸았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말하겠다.
무각사 템플스테이를 강추, 또 강추한다.
그 이유는,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하는 주지스님과의 차담 시간 때문이다.
내 인생 음악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내 인생 책은 금강경이다.
금강경 해설서를 10여 권이나 읽은 나다.
그런 내게, 무각사 주지스님의 금강경 2줄 요약은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도덕경 제1장 해석에 책 여러 권을 읽고 10년을 고민하고 나서 깨달았을 때와 비슷한, 시원한 느낌이었다.
스님께서는 지금을 살라고 하시면서,
사진 찍고 기록 남기고 하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하셨지만,
몽매한 나는 그래도 이 감격스러운 순간을 기록해 남겨두고 싶다.
무각사 템플스테이는 1박 2일이다.
첫날은 무각사 안내, 저녁 식사, 명상 체험, 저녁 예불 참가로 구성되어 있고,
둘째날은 새벽 예불 참가, 포행(산책), 그리고 주지스님과의 차담으로 이루어진다.
무각사는 광주 한복판인 상무지구에 있다.
예전에 상무대라는 군 부대가 있을 때, 군 부대 내 사찰로 시작되었다 한다.
휴일에 초코파이 주는 바로 그곳이었다는 얘기다.
아래 사진은 포토 스팟인 거울 연못을 찍은 사진이다.
거울 연못에 비치는 대웅전이 포인트.
예전에 샌터바바라에 갈 때마다 찍었던 성당 사진과 같은 구도다.
방은 2인 1실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을 위한 시설이다.
호텔이 아니므로 안락함이나 청결함을 기대하지는 말자.
어차피 잘 시간도 별로 없다.
무각사가 맛집이라는 블로그 포스팅이 많았는데, 과연 사찰 음식인 만큼 좋다.
다만, 너무 기대하지는 말자.
광주에서 이 정도면 뭐 그닥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저탄고지고단백 식단을 고집하는 나라서 (푸른 초원 식단을)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다.
다른 포스팅에서도 자주 보았던, 선재.
어떤 종일까?
챗지피티에 물어보니, 무려 (3대 ㅈㄹ견의 하나인) 코카 스패니얼이라 한다.
아주아주 얌전하고 조용한 개였는데, 설마.
수행을 많이 해서 그런 걸까?
무각사는 작은 갤러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림이 많다.
게다가 큐레이션이 딱 내 스타일이다.
미니멀리즘이라고나 할까.
공간을 큼직큼직하게 활용한 것이 마음에 든다.
기막힌 우연(epiphany)인지, 최근에 알게 된 한희원 화백님 작품도 하나 만났다.
주지스님께 여쭤보니, 기증이 아니라 구입하신 것이라 한다.
가끔 그림 전시를 하는데, 전시된 그림들 중 몇 점을 구입하신다 한다.
사찰은 곳곳이 포토 스팟이다.
곰손이지만 몇 개 찍어봤다.
명상 방도 참 맘에 들었다.
가운데로 들어오는 빛은 자연광이다.
정말 그림 같다.
언젠가 이 기록을 보며 다시 미소지을 나를 생각하면,
스님께서 경계하신 과거와 미래에 사는 일이지만,
아마도 그게 내 한계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을 살아보려고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