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은 고귀한 감정인가

[책을 읽고]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3)

by 히말

애국심은 고귀한 감정인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욕을 먹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과연, 애국심은 고귀한 감정인가?

천만에.


애국심이란 배타성을 본질로 하는 것이고, 타자에 대한 증오를 기반으로 한다.

살인이 정당화를 넘어 칭송되는 유일한 경우가 바로 적국인을 죽인 경우인데,

그 살인은 애국심에 기반한 행동이기 때문에 고귀하며,

그 살인자는 애국자로 찬양된다.


다른 어떤 사랑의 감정도 이런 엄청난 악을 저지르도록 사람을 부추기지는 않는다. (132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국심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뇌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다.

케네디는 "국가가 너한테 뭘 해줄 거냐고 묻기 전에, 니가 국가한테 뭘 해줄지 생각해라"라는,

전체주의 독재자나 할 만한 말을 했는데, 이 말을 사람들은 그의 "명언"이라 기억한다.


041108_r13629.jpg 내가 미국이다


애국심을 정의한 세 사람


유시민은 제5장, <애국심은 고귀한 감정인가>에서, 애국심을 고찰한 세 사람을 등장시킨다.

피히테, 톨스토이, 그리고 르낭이다.


피히테는 나폴레옹에게 맞서 일어나라고, "독일인에게 고한" 사람이다.

통일된 프랑스가 통일되지 못한 독일을 두드려 패는 것을 보고 분노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견해는 악에 대해 악으로 맞서자는 단견에 불과하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내가 세상에 나온 목적을 친절하게도 대통령이 정해준 것이다. '민족중흥'이라는 국가의 목표는 곧 나의 개인적 인생 목표가 되어야 했다. (141쪽)


반면, 톨스토이는 애국심이 유해한 감정이며, 근절해야 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애국심은 권력자가 군대를 장악하고 동원하는 데 쓰는 파괴적인 감정이다. (142쪽)


너무 명쾌하게 설명했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의 논의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야스쿠니 신사는 (산산히 부서진) 일본제국의 애국자들을 '모신' 사당이다.

애국심이 고귀한 감정이라면,

이 고귀한 감정에 이끌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인들을 우리가 비난할 수는 없는 거다.


2321_01.jpg 살인마들의 고귀한 애국심을 기리는 사당


유시민은 르낭이라는 사람의 주장을 들어 '참되고 올바른 애국심'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했지만,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르낭은 기억이 아닌 망각이 민족적 자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시적인 표현을 좀 더 쉽게 다시 쓰면,

원한이 아닌 용서라는 정서를 기반으로 민족이 단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용서라는 감정을 가지기 위해 민족 단위로 뭉쳐야 할 이유가 따로 있을까?

나치 독일에 고통당한 프랑스인이라는 자각이 있어야 용서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냥 지구인으로서, 아니면 하나의 생명체로서도 충분히 용서라는 고귀한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래 문장을 보면, 저자 유시민 역시 나와 같은 의견으로 보인다.


피히테는 독일인, 르낭은 유럽인, 톨스토이는 지구인이었으니, 세 사람은 결국 서로 다른 것을 사랑했던 셈이다. (151쪽)


L.N.Tolstoy_Prokudin-Gorsky.jpg


좁은 틀에 갇히지 말자


나는 존 레넌이 Imagine이라는 노래를 통해서 이 문제에 대해 이미 아름다운 대답을 내놓았다고 생각한다.


Imagine there's no countries,
Nothing to kill or die for.


톨스토이가 말했던 것과 정확히 같은 이야기다.


나는 개인적으로 국민의례 애국가 제창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념문제로 비난을 받으면 당과 유권자 사이에 심리적 장벽이 생긴다는 점을 들어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152쪽)


유시민도 개인적 차원에서는 톨스토이에 동의하는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애국가 제창을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여전히 유권자 상당수가 애국심을 절대 선이라 생각하는 현실을 인지하고,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 타협이라는 것을 살펴보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국가란 국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