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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기난, 잔탄검

유화제 적당히 먹자

by 히말

카라기난, 잔탄검.

식품 성분표에서 발견하면 마이너스라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공부한 지 꽤 오래돼서, 대체 왜 피하는 건지 가끔 헷갈린다.

유화제가 좋지 않은 건 알겠는데, 위험성의 정도를 알아야 피하는 노력의 정도를 결정할 수 있을 것 아닌가.


Carrageenan-Facts-1024x683.png (c) sciencenotes.org


배스킨라빈스 창립자 아들이 가업 승계를 거부하고 건강전도사가 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아이스크림은 유화제가 없더라도 물과 설탕을 대충 섞은 것이니 몸에 좋을 리가 없다.


그런데 참 맛있다.


얼마 전, 간만에 엄마는외계인을 먹었는데, 역시 맛있었다.

그래서 무더위 핑계를 대고 배라 쿼터를 샀다.

엄마는외계인, 엄마는외계인 하나 더, 초코, 또 초코...


맛있다.

마구 퍼먹다 보니, 유화제 생각이 났다.

그래서 다시 찾아보았다.



1. 당뇨병 위험


2024년 소르본 대학교 연구진이 <랜싯>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유화제는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

프랑스 영양 연구 14년 기록을 메타분석하고, 7년간 영양 연구 참가자들을 추적관찰한 결과다.


그런데, 유화제가 든 음식이라면 대개 단 음식이다.

단 음식 많이 먹으면 당뇨병 걸리는 건 당연하다.


어쨌든, 이 연구는 10만 여명의 코호트를 7.5년간 6개월 간격으로 조사했으므로, 데이터 질이 꽤 좋다.

(조사 대상의 80%가 여성이라든가, 온라인 조사, 기억력 의존 조사라는 한계는 있다.)


당뇨병 발병 위험과 상관성이 확인된 유화제들은 다음과 같다.

카라기난, 제3인산칼륨, DATEM, 구연산나트륨, 구아검, 아라비아검, 잔탄검.

수치적으로는, DATEM과 제3인산칼륨이 제일 위험하고, 아라비아검이 가장 안전한 편이다.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dia/article/PIIS2213-8587(24)00086-X/fulltext#%20



2. 암, 심혈관 질환 위험


조지아 주립대 연구진은 가장 흔한 유화제 2종을 쥐에게 투여하고 대장암 발병이 증가하는 것을 관찰했다.

사용된 유화제는 카복시메틸셀룰로스와 폴리소르베이트-80이다.


프랑스 영약역학 연구진은 유화제 섭취가 유방암 및 전립선암 증가와 관련 있다고 발표했다.

혐의자는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와 카라기난이다.


이탈리아 연구에서는 셀룰로스 계열 유화제가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건 거의 모든 피자치즈에 들어 있다고 보면 된다.



3. 장내 세균총 교란


유화제가 장내 세균총(마이크로바이옴)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원래 먹을 수 없는 것을 먹었으니, 장 속 친구들이 이걸 좋아할 리가 없다.


51UHNiPUCbL.jpg 출처: amazon.in


결론


카라기난, 잔탄검 외에도 DATEM, 제3인산칼륨,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 정도는 기억해야겠다.

레시틴도 유화제이기는 하지만, 콩에서 추출하는 천연성분이라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라 한다.


안 먹는 게 좋다.

그러나 현대 사회를 살면서 이걸 모두 피할 수는 없다.

적당히 먹자.


나는 그동안 주로 카라기난과 잔탄검을 피하고 있는데, 카라기난은 정말 곳곳에 등장한다.


식품 성분표를 하나하나 따지는 게 어렵다면,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성분표가 길면 위험한 식품, 즉 음식이 아닌데 음식처럼 만든 것일 확률이 높다.


치즈를 예로 들면, 좋은 치즈는 성분표에 딱 두 항목만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어떤 치즈는 항목이 10개도 넘는다.



사족. 카라기난은 carrageenan이었다. '카라지난'이 맞다. 그러나 이미 카라기난에 적응해 버렸다.

말티즈 -> 몰티즈, 난이도 -> 난도에서 겪었던 불편한 적응기를 또 거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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