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2)
다음으로, 대체 왜 신이라는 걸 세계 도처의 문명이 공통으로 개발했는지 살펴보자.
종교를 만든 진화적 압력
많은 학자들은 종교를 진화적 압력의 부산물로 본다.
유전자 선택론과 밈 이론을 주장하는 도킨스는
첫째, 종교의 이득이 있다면 사람(개체) 차원이 아니라 유전자 차원이라는 점, 그리고
둘째, 종교 자체가 밈으로서 번성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단, 가장 기초적인 단계에서부터 검토를 시작하자.
종교가 개체 단위에 구체적인 이득을 주는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이렇게 말했다. “신자가 회의주의자보다 더 행복하다는 말은 술 취한 사람이 멀쩡한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말과 별다를 바 없다.” (5장)
종교를 비판하는 글이라고 일차적으로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술이 (확장된 표현형의 하나로) 진화한 것처럼, 마약이나 종교도 진화한 것일 수 있다.
(이 부분은 책 인용이 아니라 그냥 내 말이지만, 도킨스도 긍정할 것이라 생각한다.)
집단 선택이라는 인기 있는 담론도 있다.
종교가 있는 집단이 생존에 더 적합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이론은,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이미 이야기했듯, 그 반대가 사실에 더 가깝다.
이타적 첫 수 + 그대로 돌려주기(tit for tat)가 가장 유리한 전략이라는 사실은 이미 액설로즈가 시뮬레이션으로 증명했다.
종교가 부산물 내지 부작용으로 진화했다는 가설도 있다.
도킨스가 비슷한 사례로 드는 것이, 불빛을 향해 나선으로 날아가는 나방의 행태다.
이는 별빛을 나침반으로 사용하던 습성이 인공적인 빛에 의해 왜곡된 현상이다.
종교적 행동은 빗나간 것 즉, 다른 상황에서는 유용한 혹은 과거에는 유용했던 심리적 성향의 불운한 부산물일지 모른다. (5장)
도킨스는 이 가설을 상당히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에게 있어, 어른의 조언을 따르는 것은 매우 좋은 생존 전략이다.
이에 따라, '가톨릭 아이', '무슬림 아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데보라 켈러먼(Deborah Keleman)이 〈아이들은 ‘직관적인 유신론자’인가〉라는 논문에서 말하듯이, 아이들은 모든 것에 목적을 갖다 붙이기를 좋아한다. (5장)
아이들은 뭐든지 '마음'을 가진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대니얼 데닛이 '지향계'라 부르는 개념이다.
이 경향에 대한 증거는, 모두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충분할 것이다.
빛을 나침반으로 이용하는 나방의 특성에 대비시킬 만한 것은 수많은 이성 가운데 한 명, 오직 한 명과 사랑에 빠지는, 겉보기에는 비합리적이지만 유용한 습성이다. 촛불을 향해 날아드는 것에 상응하는 빗나간 부산물은 야훼(혹은 성모 마리아나 성찬용 빵이나 알라)와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이 동기가 되어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5장)
요약하자면, 종교란 정신이 아직 미숙할 때 만들어진 어림법(rule of thumb)이다.
좀 배우고 깨우친 다음이라면 당연히 버려야 하는 것이다.
유전적 부동과 밈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가 아니어도 그저 운좋은 유전자가 퍼지는 현상을 유전적 부동이라 한다.
문화적 현상(밈)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언어다.
라틴어에서 분화한 언어들, 예컨대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는 어느 쪽이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하나는 서부 유럽에, 하나는 남부 유럽에서 우세하게 진화했다.
도킨스는 종교의 진화에 대해서도 같은 가설을 세울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이것은 종교가 이미 발생한 다음 단계에 관한 이야기다.)
도킨스는 종교적 밈이 합종연횡하면서 진화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종교의 탄생은 인간 심리의 측면(예컨대 지향계)에서 찾고,
종교의 발전 내지 진화는 (유전자 카르텔과 유사한) 밈 카르텔의 작용에서 찾는 것이 도킨스의 견해다.
잠깐 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한다면, 나는 종교를 만든 진화적 압력이 불안이라고 생각했다.
진화적 압력은 인간에게 의식이라는 대단히 훌륭한 생존 도구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의식은 쓸데 있는 것은 물론 쓸데없는 것도 대상으로 삼는다.
죽음 이후라는 문제에 골똘하던 의식은 불안(angst)은 만들었고, 그대로는 제정신으로 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대응책으로 의식이 만든 것이 종교다.
포유류 눈의 맹점은 설계 관점에서 볼 때 아주 문제가 많다.
그러나 진화를 전부 되돌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눈을 가지고 불편한 점을 개선하는 쪽이 더 싸게 먹힌다.
그래서 진화적 압력은 소프트웨어적으로 맹점 부분의 시각을 계산해내는, 독특한 방식을 발전시켰다.
의식과 종교도 마찬가지다.
진화적 압력으로 발생한 의식은 매우 뛰어난 생존 도구였으나, 죽음에 대한 불안이라는 부산물을 만들었다.
이걸 그대로 놔두면 (카뮈처럼) 자살하려는 개체가 우후죽순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종교라는 땜질 처방을 한 것이다.
이상, 나의 망상 끝.
맺음말
아인슈타인도 인격신을 부정했다가 수많은 비난에 시달렸다고 한다.
도킨스도 마찬가지다.
앤 콜터의, 멋진 기독교인의 사랑과 비교해보라. “나는 도킨스가 지옥에서 불탈 것이라는 말에 웃지 않는 신자는 누구든 가만두지 않겠다.” (9장)
이런 사람을 우리는 '행동하는' 지성이라 부른다.
***끝***
사족. 너무 재치있고 재미있어서 다시 한번 읽어볼 만한 문장들을 아래에 적어본다.
세이건은 그런 상황을 멋지게 표현했다. “신이라는 말이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 법칙들을 의미한다면, 그런 의미의 신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 신은 정서적인 만족을 주지 않는다……. 중력 법칙을 향해 기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1장)
기적도 없고 기도자에게 응답도 하지 않는 신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기도하다’라는 동사에 대한 앰브로즈 비어스(Ambrose Bierce)의 재치 만점의 정의를 떠올려보자. “지극히 부당하게 한 명의 청원자를 위해서 우주의 법칙들을 무효화하라고 요구하는 것.” (2장)
주님, 뭐라고 하셨지요? 제가 대조 집단에 속해 있으니 치료를 할 수 없으시다고요? ……이런 알겠어요. 제 이모님의 기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거군요. 하지만 주님, 옆방에 누운 에번스 씨는 말입니다……. 뭐라고요? ……에번스 씨는 하루에 1000명의 기도를 받았다고요? 하지만 주님, 에번스 씨를 아는 사람이 1000명이 될 리가 없는데……. 아하, 그들은 그를 그냥 존 E.라고 불렀다고요. 하지만 주님, 존 엘스워시일 수도 있잖아요? ……아, 알겠어요. 전능한 힘으로 존 E.가 누군지 아셨다고요. 하지만 주님……. (코미디언 밥 하트, 이 책 제2장에서 재인용)
종교가 미치는 진정으로 나쁜 효과 중 하나는 “몰이해에 만족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가르친다는 점이다. (4장)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는 이런 말을 했다. “종교는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한다. 그것이 있든 없든, 선한 사람은 선행을 하고 나쁜 사람은 악행을 한다. 하지만 선한 사람이 악행을 한다면 그것은 종교 때문이다.” (7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