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가 싫은 이유

[책을 읽고] 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3)

by 히말

기계가 싫어요


지난 글은 사회주의자가 싫은 이유였고, 이번에는 사회주의 그 자체가 싫은 이유다.


이 책 내용 중, 지금의 독자인 내게 정말 기이하게 다가온 것은

당시 사람들이 사회주의를 기계화와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사회주의자들이 그리는 세계는 언제나 완전히 기계화된 세상이며 엄청나게 조직화된 세상이다. (12장)


굳이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역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기계화된 세상'이라는 개념 자체에 움찔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지금 진행 중인,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반감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이 침범하는 온갖 영역에 관해 걱정하고 있지만,

오웰은 당시에도 이미 기계가 예술 영역까지 침범했다고 말하면서

라디오와 카메라를 사례로 든다.


아무튼, 사람들은 사회주의와 기계화를 동일선 상에서 보았으며,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 오해를 사실로 왜곡하여 공격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이상한 이야기지만,

당시 사회주의는 조직화, 효율화, 그리고 기계화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아프리카 신생국도 따라하는, 5개년 계획이라는 것을 발명한 스탈린이

대공황으로 고꾸라지는 자본주의 국가들을 제치고 경제 발전 랭킹 최상위권을 달리던 시기다.


10-01a.jpg 1928년 소련의 5개년 계획 포스터


파시즘의 대두


영국에서 파시스트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는 확실한 사례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탈리아-에티오피아 전쟁 때 이탈리아의 행위를 인정하며 언론에 기고한 무수한 글들을 조금이라도 보면 된다. (12장)


파시즘이 영국에서도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오스왈드 모슬리라는 인물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영국에서 파시즘 광풍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니, 현재 프랑스의 르펜이나 미쿡의 도람푸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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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들의 설교에 지친 사람들이 파시즘에 경도되는 경로는,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다.

진보를 외치는 저 사람들이, 우리 문화와 전통을 파괴하고 외국인들에게 나라를 넘기려고 한다고 말하면 된다.


(사회주의자들은) 경제적인 면에만 눈이 멀어 있어서, 인간에겐 영혼이란 게 없다는 가정에 따라 활동해왔으며, 노골적으로건 암시적으로건 물질적 유토피아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말았다. 때문에 파시즘은 쾌락주의와 ‘진보’라는 값싼 관념에 반발하는 모든 충동을 이용할 수 있었다. 달리 말해 파시즘은 유럽 전통의 옹호자 시늉을 할 수 있었으며, 기독교 신앙과 애국주의와 군사적 가치에 호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12장)


파시스트 국가를 벌집과 같은 군집사회라고 흔히 말하지만,

오웰은 '족제비들이 지배하는 토끼들의 사회'라고 말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표현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나치 독일에 살며 나치 정권을 향해 환호하던 대다수 독일인들이

바로 이 핑계로 자신들이 무죄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토끼들이 왜 족제비를 두목으로 뽑았을까?

그들도 족제비라서다.


3819246.jpg 휴고보스가 멀쩡히 장사하는 세상


해결책


오웰의 놀라운 점은, 이 작은 책에서 해결책까지 제시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 해결책이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해결책까지 이야기하려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그는 적어도, D. H. 로런스 같은 '입진보'는 아니었다.


사회주의의 몰락을 막고, 파시즘의 대두를 막기 위해서,

우선 해야 할 일은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압제 타도'와 연결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정으로 압제를 받는 계층, 즉 사무 노동자들을 포섭해야 한다.

(신기하게도, 21세기인 지금에도 정확하게 맞는 처방이다.)


잠깐 생각해보자,

소련이든 북한이든 쿠바든,

사회주의 포스터에 나오는 노동자의 이미지는 근육질 육체 노동자다.


the-ussr-is-the-socialist-state-for-factory-workers-and-peasants-anonymous.jpg


나는 중산층 출신이면서 아무리 해봤자 소득이 한 주에 3파운드밖에 안 되는 사람이다. 내 처지만 놓고 보면 나는 파시스트 편이 되느니 사회주의 쪽을 지지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나의 ‘부르주아 이데올로기’ 때문에 날 계속 괴롭히고, 육체노동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는 열등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은근히 주입시킨다면, 나는 반감을 품게 되지 않을 수 없다. (13장)


사회주의는 모든 형태의 억압에 반대하는 사상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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