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시점의 현대 우주론

[책을 읽고] 칼 세이건, <코스모스> (6)

by 히말

퀘이사라는 수수께끼


세이건의 시대에 퀘이사는 아직 수수께끼였다.

그는 이 신기한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이 내놓은 많은 가설을 소개한다.

무려 여섯 개나 된다.


지금은 5번 가설, 즉 거대 블랙홀이 정설이다.

그런데 이런 규모의 블랙홀은, 거대 항성의 질량 붕괴라는 블랙홀의 일반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즉, 현대 우주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인 것이다.


그런데, 531쪽에서 세이건은 또 한 번 남다른 상상력을 보여준다.


블랙홀 안의 상황이 어떤지 궁금한가? 그렇다면 자신의 주위를 돌아보면 된다. (531쪽)


요즘 뜨고 있는 가설, 즉 우리 우주가 거대 블랙홀 안이라는 설정을 1980년의 세이건이 이미 제기하고 있다.


사건의 지평선에 대한 우리의 일반론이 이미 어긋나 있다면,

블랙홀의 내부 구조에 관한 현재의 이론 역시 수정되어야 할 수도 있다.


예컨대, 호킹의 정보 역설 같은 것 말이다.

우리가 거대 블랙홀 안에 살고 있는 것이라면, 정보라는 단어의 정의를 바꾸든가,

아니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물질의 정보가 사건의 지평선 위가 아니라,

그 내부에 살아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허황된 헛소리는 이만 하고, 다시 세이건의 책으로 돌아가자.


Artist's_rendering_ULAS_J1120+0641.jpg Credit: ESO/M. Kornmesser


관측과 상상력


1971년, 백조자리에서 초당 1,000번씩 깜빡거리는 X선 진원이 발견되었다.

이 물건의 밝기가 변하는(깜빡거리는) 메커니즘이 뭐든 상관없이,

그와 관련된 정보의 이동은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


따라서 이 물건의 크기는 기껏해야, 300km(=30만km/1,000)다.

300km라니, 한반도보다 작다.

겨우 소행성 크기의 물체가 지구에서도 관측이 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X선을 내뿜다니.


여러 가지로 머리 굴려본 결과, 이 천체는 강력한 블랙홀이라는 것이 현재(지금, 2025년) 정설이다.

근처의 청색 초거성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강력한 마찰에 의한 복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1920px-Cygnus_X-1.png


신성과 초신성


신성(nova)과 초신성(supernova)이란 개념은 질적인 차이가 아니라 양적인 차이로 보인다.

신성의 업글 버전이니 초신성이라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아쉽게도, 이것은 작명이 잘못된 경우다.


초신성은, 널리 알려져 있듯, 엄청 무거운 항성의 최후다.

더불어, 지구에 존재하는 무거운 입자들의 원천이다. (요즘 대체 가설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간단히 말해, 질량이 무지막지한 천체가 자신의 축퇴압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는 것이다.


반면, 신성(현상)은, 반드시 쌍성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백색 왜성이 적색 거성의 겉면을 끌어당기다가 폭발하는 현상이다.

즉, 연료가 떨어진 백색왜성의 적색 거성으로부터 연료를 갈취하여 수소 핵융합을 벌이는 것이다.


반면, 초신성은 수소도 산소도 아니고 규소 수준의 핵융합이 주 에너지원이다.

폭발 수준도 완전히 다르지만, 애초에 조건부터가 전혀 다르다.


maxresdefault.jpg I am... some kind of supernova (credit: SM Town)


더 나아간 상상력


태양계가 우리 은하 중심을 공전하는 주기는 2.5억 년인데,

양쪽 팔 안에서 각각 4천만 년, 그 사이 텅 빈 공간에서 또 각각 8천만 년 정도를 보내게 된다.


팔 안쪽을 통과하는 기간에는, 다른 천체들의 간섭으로 변수가 많아질 게 당연하다.

이 시기에, 예컨대 운석이 많이 떨어진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그래서, 공룡 멸망이나 페름기 대멸종이 이 시기와 겹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태양계가 암흑 성간운을 통과할 때 햇빛이 흐려져 빙하기가 온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토성의 고리 물질은 암흑 성간운 물질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쉽게 확인 가능하다.


토성 고리 물질을 채취하여 동위원소 비율을 살펴보는 것이다.

비율이 다른 태양계 물질과 비슷하면, 토성 고리는 태양계 내 물질이고,

만약 많이 다르다면, 그야말로 외계, 즉 태양계 바깥에서 온 것이라 결론내릴 수 있다.

(이후 관측 결과, 동위원소 비율은 거의 같다. 즉, 이 가설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future_universe_300dpi-e1716333806201.jpg Credit: NASA/CXC/M. Weiss


더 더 나아간 상상력


우리 우주의 끝은 어떨까?


요즘에는 여러 가지 파생형이 나와 더 다양해지기는 했지만, 우주의 끝은 기본적으로

계속 팽창, 언젠가 평형, 또는 언젠가 수축 전환 중 하나다.

앞의 두 가능성은 따분하지만, 수축 전환은 다르다.


이 경우에 대한 가장 흔한 가설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우주다.

그럴 경우, 빅뱅 이전은 뭐예요? 라는 질문에 뭔가 대답을 해줄 수 있다. (호킹은 싫어하겠지만.)


더 재미있는 질문은, 수축기에는 팽창기와 다른 물리 법칙이 등장할 수도 있을까 하는 것이다.


상상도 못하는 새로운 물리 법칙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시간의 화살이 역전될 수 있는지만 살펴보자.


팽창에서 수축으로 바뀔 때, 그래서 은하의 적색 이동이 청색 이동으로 반전될 때 인과 관계에도 역전이 생겨 결과가 원인에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있다. (519쪽)


우주가 수축하는 시기에는 공간의 축소로 인해 경우의 수 자체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무질서도가 줄어든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다만, 시간 흐름의 반전 이상의 물리 법칙 변화가 발생한다면, 팽창, 수축의 진동은 어렵다.

예컨대 중력 상수가 바뀐다면 수축이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물리 법칙이 짬뽕으로 바뀌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그렇게 백지 상태에서 뭘 상상하는 건 어렵다.

따라서 시간의 화살만 고려 대상으로 해보자.


진동 우주가 사실이라면, 적어도 물리 법칙의 일부(예컨대 중력)는 그대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예컨대, 전자기력은 바뀌어도 상관없다.

이 경우, 빅 크런치를 거쳐 다시 빅뱅으로 태어나는 우주는 전혀 다른 모양이 될 수도 있다.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지만, 다시 태어날 때마다 색다른 모습을 가지는 우주다.


또는, 팽창-수축 전환기에는 물리 법칙이 그대로 있지만,

다시 팽창(폭발)하는 시점, 즉 빅뱅 시점에만 물리 법칙의 새로운 뽑기가 벌어지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마흐의 책에서 영감을 받아 빛을 타고 나아가는 상상을 했다고 한다.

이런 와일드한 상상을 그저 유치하다고 기각할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와일드한 상상은 일단 그 자체로 재밌다는 크나큰 장점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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