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칼 세이건, <코스모스> (7)
가까운 이웃
물이 풍부한 이 지구에는 지능을 가진 생물이 몇 종 살고 있다. 개중에는 뭘 쥐는 데 필요한 팔다리가 여덞 개나 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자기 몸의 밝고 어두운 무늬를 변화시켜 저희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놈도 있다. (537쪽)
그러나 그중에서도 으뜸은 역시 고래다, 라고 세이건은 말한다.
고래는 저주파로 통신하는데, 어떤 학자의 계산에 따르면, 20Hz의 낮은 음을 이용하는 경우,
지구 정 반대편에 있어도 서로 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문제는, 요즘 소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 소음의 대부분은 인간이라는 또 다른 지적 생명체가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문명이 고래들의 관계를 단절시켜 놓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541쪽)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한 인류의 열정은 놀랍다.
MS의 공동창립자인 폴 앨런은 북미 사막에 "앨런 망원경 집합체"라는 것을 건설했고,
SETI 프로그램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컴퓨팅 리소스를 십시일반으로 모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같은 별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는가?
지구에 사는 다른 지적 생물과의 교신부터 진지하게 시도해야 한다고, 세이건은 말한다.
먼 이웃
이번에는 먼 이웃에 관해 살펴보자.
사실, 먼지 가까운지는 물론 우리는 그들의 존재 여부조차 모른다.
그들의 물리적 구조나 대사 방식에 대해서는 접어두고, 그들의 흔적을 찾는 데 일단 집중해보자.
SETI 프로그램의 경우, 그들도 전파를 사용할 것이라는 추측을 기반으로 한다.
인류가 전파를 우주 여기저기로 흩뿌리기 시작한 지는 200년도 안 된다.
따라서 우리는 원시 농경 문명을 발견할 수는 없다.
597쪽에서 603쪽에 걸쳐, 세이건은 드레이크 방정식의 추측값을 계산해 본다.
(전파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문명이 등장할 만한 행성의 개수는 약 10억 개다.
그런데 문명의 수명이 행성의 수명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곱하는 순간, 결과값은 10개로 줄어든다.
어느 특정 시점에서, 전파를 사용할 만한 문명이 존재하는 행성이 우리 은하에 10개 밖에 없다는 얘기다.
우리 은하의 크기, 그리고 인류 기술의 비루한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과 접촉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그러나 왜 우리가 그들을 찾아야 하나?
그들이 우리를 찾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보이저 호에 금도금 디스크를 실어 보낸 것 아닌가?
이와 관련해서는, 역시 <삼체>에서 제시된 암흑의 숲 이론이 흥미롭다.
전파를 아무렇게나 사방팔방 쏴버린 인류의 행위는 경솔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서, 세이건은 몇 가지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첫째, 그들이 우리를 찾아올 정도라면, 스스로를 잘 다스려 남과 잘 어울려 살 줄 아는 종족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은 <삼체>에서 류츠신이 아주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둘째, 성간 탐험을 하는 도중에, 그들은 다른 목적을 깨달았을 수도 있다.
셋째, 문명의 발전에 따라, 그들은 어쩌면 우리가 검출할 수 없는 존재로 변해버렸을 수도 있다.
세이건은 이 책을 쓸 당시 '암흑의 숲', FFA 상황을 떠올리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인류의 어리석음, 즉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성향에 대해서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드레이크 방정식의 맨 마지막 항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수준에 다다른 문명은 스스로 자멸하는 경향이 있기에,
드넓은 우주에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문명이 동시간대에 복수로 존재할 확률이 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전쟁에 대한 갈망 때문일 수도 있고,
미지에 대한 두려움(암흑의 숲) 때문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그냥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에,
다시 말해, 어떤 기술의 함의를 생각하기 이전에 그 기술을 그냥 개발해버리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 인류를 끝장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술들이라 생각한다.
인류의 미래
태양의 수명은 정해져 있으며, 우리는 그걸 잘 알고 있다.
50억 년 후에도 인류가 존재하려면, 인류는 태양계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과연 그때까지 인류가 존재할까?
세이건이 이 책을 쓸 당시인 1980년은 물론,
2025년 지금도 지구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세이건은 리처드슨 곡선을 소개한다.
가로축은 전쟁의 등급을, 세로축은 주어진 등급의 전쟁이 일어날 때까지의 평균 기간을 나타낸다.
10등급의 전쟁은 10^10, 즉 100억 명을 살해하는 전쟁이다.
이 곡선에 따르면, 그런 전쟁은 1000년에 한 번 발생한다.
이 곡선은 1820년 이후를 다루고 있으므로,
2820년이 도래하기 전에 10등급의 전쟁이 일어나서 인류는 지구 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 당시 인구가 100억이 넘지 않는다면.)
그러나 이 곡선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핵무기 확산은 전쟁 사이의 평균 기간을 줄일 것이고,
평화 협정은 그 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행성과 항성의 탐사가 계속될수록 인류 우월주의는 뿌리째 흔들리고 말 것이다. (677쪽)
시야가 넓어질수록 현명해지고 차분해진다.
과학이야말로, 툭하면 싸우려는 인류의 어리석음을 고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책이다.
이오니아에서 시작된 자연과학이 이어지지 못하고 유럽에 암흑기가 도래한 이유는
과학이 대중에게서 유리되었기 때문이라고, 세이건은 말한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682쪽)
나도 코스모스에, 그리고 그 이름을 제목으로 가진 이 책에 감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