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브라이언 그린, <시간의 끝> (2)
이 책은 닉값을 한다.
즉, '시간의 끝'에 관한 내용이 제일 충실하다.
저자는 지금까지 2개의 법칙이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고 말한다.
그중 진화의 법칙은 인류의 개입에 의해 방해받을 수 있지만,
열역학 제2법칙은 그렇지 않다.
엔트로피는 언제나 증가할 것이다.
시간의 진정한 끝을 상상할 때, 많은 이들이 양성자 붕괴 여부에 관해 궁금해 한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TOE(통일이론)가 양성자 붕괴를 예상한다고 한다.
다만, 그 시기는 (TOE 버전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으로부터 10^34년 이후다.
또 다른 이론에 따르면, 10^65년 이후에는 모든 원자들이 철,
즉 가장 안정한 원자핵으로 수렴한다고 한다.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
그러나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와 관련 있는 우주의 끝이라면,
프리먼 다이슨이 말한 '생각의 끝'이다.
생각의 끝
클라우드에 의식을 업로드한다는 생각은 이제 신선하다고조차 말할 수 없는 구닥다리 개념이다.
레이 커즈와일 식으로 의식의 업로드를 통해 영생이 가능한가, 즉,
업로드된 의식이 그 의식의 생물학적 주인과 같은가 하는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인간의 뇌를 떠난 의식이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좀 더 저차원의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프리먼 다이슨은 이미 수십 년전에 그러한 '의식', 즉 '생각'이 언제까지 존재할 수 있는지를 상상했다.
프리먼 다이슨의 '생각의 끝'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은 에너지 공급에 초점을 맞춘다.
어떤 사고체(thinker)든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전 우주의 모든 별이 꺼지고 난 뒤에라도, 에너지원은 존재할 수 있다.
흑색 왜성에게서 빛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 열복사는 여전히 나온다.
흑색 왜성들이 사라진 다음에도, 블랙홀의 호킹 복사가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생각'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중 어떤 에너지원이 끝까지 활용 가능할지 생각해야 한다.
그 '사고체'는 기술을 활용하여 에너지를 저장한 뒤 조금씩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이슨 스피어 같은 것을 활용하면, 에너지 사용 한도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브라이언 그린은 다른 방향에서 '생각의 끝'을 계산한다.
(다른 사람도 이런 접근을 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이 책에서 처음 만난 이 방법이 기막히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존재하는 사고체가 어떤 종류이든, 그것은 닫힌 계로서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다시 말해, 그것은 그 계의 외부로 폐열을 배출해야 한다.
따라서, 폐열 배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우주의 밀도가 낮아진다면, 그것이 바로 생각의 끝이다.
미래의 우주가 어떤 크기이든, 계산에 따르면
그 우주의 지평선의 온도는 10^-30 캘빈 이하로 내려갈 수 없다고 한다.
이는 우주지평선이 호킹 복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복사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사고체는 열효율을 극한까지 높여 점점 더 낮은 온도에서 작동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10^-30 캘빈 이하에서는 더 이상 작동할 수 없게 된다.
폐열을 바깥으로 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위의 두 이야기는 하나의 이야기를 다르게 전달한 것이다.
에너지 활용 효율이 극한이 되는 시점은, 폐열 배출 효율이 극한이 되는 시점과 같다.
저자의 계산에 따르면, 그 시점은 아무리 늦어도 10^50년 이내에 도래하고 만다.
즉, 의식할 수 있는 시간의 끝은 10^50년보다 짧다.
https://www.youtube.com/watch?v=zU_R2ghfsBE
억겁 따위는 우스운, 정말 먼 미래
서두에서 양성자 붕괴나 철별(iron star) 수렴에 필요한 시간을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이 생각해낸 숫자에는 구골이나 구골플렉스도 있다.
그런 시간대가 물리적 우주에 존재할 수 있을까?
한없이 긴 시간이 주어진다면, 양자역학에서 일반적으로 무시되는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10^102년 (그러니까 100구골 년) 내지 10^359년 뒤에는 힉스장의 값 자체가 변할 수 있다.
(현재 준안정 상태라고 믿어지는 힉스장이 붕괴하여 안정하게 된다.)
볼츠만 두뇌가 만들어지는 사건도, 10^10^68년(구골플렉스 년보다 작다!)이 지나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볼츠만 두뇌가 만들어지는 사건의 발생 확률이
우리 우주 초기의 물질 배열, 즉 빅뱅이라는 사건이 일어날 확률보다 훨씬,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우주가 존재할 확률보다,
내 의식이 볼츠만 두뇌일 확률이 훨씬 높다는 말이다.
앞서 말한 생각의 끝, 즉 우주지평선의 복사가 10^-30캘빈에서 평준화되는 사건이 일어나도,
그 상태에서 충분히 긴 시간이 흐르면 볼츠만 두뇌는 나타나게 되어 있다.
시간이 무한히 흐른다면, 만들어지는 볼츠만 두뇌도 무한하다.
내가 볼츠만 두뇌가 아닐 가능성은 오직 두 가지뿐이다.
하나, 우주지평선이 없다면 가능하다.
이는, 암흑에너지의 공간적 희석으로 아주의 가속 팽창이 진정되는 시나리오다.
(저자는 순환우주론이 제3의 방법이라 하는데, 내 생각에 그건 이 시나리오의 하위 시나리오다.)
둘, 우주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다면 가능하다.
이는, 빅뱅이라는 극악 확률의 사건이 그저 우연히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나는 두 번째 시나리오가 그럴 듯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인류 원리'다.
(나는 스티븐 호킹 광팬이기 때문에 인류 원리를 싫어하지 않는다.)
인류의 종말
이 책의 마지막 장인 11장에서, 저자는 나의 죽음과 인류의 종말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비교적 초연할 수 있는 사람도,
인류의 종말에 대해서는 그러기 어렵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 자신의 죽음에 초연할 수 있는 이유는, 인류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미래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와 같은 사람은 과연 그런 듯하다.
태양의 팽창으로 지구가 살기 어렵게 되는 일은 분명한 미래지만, 아직 45억 년 정도 남았다.
그러나 과연 어리석은 인류가 그 시절 근처에나 갈 수 있을까?
페르미의 역설에 대한 이유로, 나는 모든 문명의 찰나성을 지지하는 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