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에머런 마이어, <세컨드 브레인>
이 책이 말하는 두 번째 뇌는 바로 장이다. (AI가 아니다.)
장뇌 연결망에 관한 책은 그동안 많이 있었고, 대개는 건강 조언도 함께 담고 있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아직 입증되지 않은 주장들에 대해 그렇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이 거리 청소가 장내 미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장내 미생물이 만드는 대사산물을 변화시키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청소가 적은 수의 미생물이 서식하는 소장에 있는 미생물을 대부분의 미생물이 서식하는 대장으로 쓸어 보낸다는 확실한 증거는 있다. (10장)
여기에서 말하는 '청소'란, 장관이 비어 있을 때 발생하는 '이동성 운동 수축파'를 말한다.
간단히 말해 공복 상태에서 90분 주기로 발생하는 장운동이라 볼 수 있다.
이 장운동이 마이크로바이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알 수 없다.
반면, 이 장운동이 소장의 미생물 증식을 방어한다는 증거는 있다.
이렇게 입증된 사실과 그렇지 않은 사실을 구분해 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런 문장에 인용 주석이 달려 있지 않은 것은 아쉽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같은 지점에 있다.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을 '증거가 있다'면서 사실이라 말하는 대목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지중해식 식단이 최고라고 말하면서 근거로 드는 것이 그 유명한 엔설 키스의 사기 연구다.
(최근 미국 정부가 명시적으로 입장을 변경했는데, 저자의 생각이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근거가 부실한 몇몇 조언을 제외하면, 이 책은 비교적 훌륭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고, 결론도 탁월하다.
이 책에서 가져갈 단 하나의 메시지를 뽑는다면,
장내 미생물군의 균형은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장내 미생물군이 가진 유전자의 총합이 우리 몸의 그것에 비해 수백 배가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칼 짐머의 <진화>가 말하듯, 우리 인류의 유전자풀은 매우 좁다.
(10만 년 전에 전부 다 친척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건강한 사람과 건강하지 않은 사람의 유전자 차이는, 후성유전학적 차이까지 따져도 극히 미미하다.
반면, 우리 몸이라는 생태계에서 훨씬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미생물군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의 자체 유전자는 별 차이가 없는 반면,
미생물군의 유전자풀은 사람마다 극적으로 다르다.
(저자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유전자 폭이 5%라고 했다가 10%라고 했다가 하는데, 어차피 적은 건 마찬가지다.)
이렇게 극단적인 유전적 다양성 스펙트럼에서, 건강한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어떤 특정한 미생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다시 말해, 건강한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은 종류가 다양하며, 서로 크게 다르다.
이 결론의 실질적 함의는, 특정 프로바이오틱스를 대량 투입하는 식의 획일적 건강 조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0여 종에 불과한 세균들(주로 락토바실러스)에 집중된 시판 유산균은 큰 그림의 아주 일부만을 보고 있는 거다.
장내 미생물군의 다양한 균형 상태를 생각해 볼때,
어떤 미생물이 인간에게 유리한가를 연구하는 것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해당 미생물군이 인간에게 어떤 작용을 하는가에 연구 포커스를 잡아야 한다.
저자는, 오케스트라에 어떤 악기가 포함되어 있는가를 보는 대신,
그들이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가를 보야야 한다고 말하는데, 참으로 절묘한 비유다.
좋은 미생물, 나쁜 미생물은 없다.
미생물이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하기도 하고, 나쁜 일을 하기도 하는 것뿐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건강법은, "닥치고 지중해 식단" 부분만 제외하면 대개 수긍할 만하다.
또 하나, 꿈을 기억하고 기록하면 직관이 길러진다는 저자의 '경험담'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버겁다.
나도 꿈을 간략하게 기록하고는 있지만, 그건 내 마음 상태를 알고 싶어서 하는 것이지,
자각몽이나 직관력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그런 게 된다면 물론 좋겠지만.)
그 외의 조언들, 가공식품, 유화제, 대체당이 해롭고 소식과 단식이 좋다는 주장은 당연히 대찬성이다.
가볍게 읽으려다가 무겁게 읽게 된 책인데, 역시 다양한 책들은 만나는 것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