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그도 결국 인간이었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기계>

by 히말

인공지능은 위험할 수 없다는 그의 주장


이 책은 젠슨 황의 대필 자서전이기도 하지만,

현재 세계 경제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사이기도 하다.


제프리 힌튼이나 얀 르쿤, 요슈아 벤지오, 마빈 민스키 등 쟁쟁한 과학자들은 물론,

이 산업 최전선에 서 있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들, 즉

데이비드 커크, 일리야 수츠케버, 빌 댈리, 존 니콜스 등등 내가 전혀 모르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인공지능이라는 주제에 꼭 부가되어야 하는 질문, 즉 인공지능의 위험성도 다룬다.

제프리 힌튼은 물론, 그와 함께 노벨상을 수상한 요슈아 벤지오는

인공지능에 의한 인류 멸망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하지만,

얀 르쿤은 그렇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자세하게 다룬 책들이 많으므로 이 책을 굳이 인용할 필요는 느끼지 못한다.


https://brunch.co.kr/@junatul/894

https://brunch.co.kr/@junatul/894


https://brunch.co.kr/@junatul/895



다만, 젠슨 황은 인공지능의 위험을 0, 심지어 마이너스라고 주장한다는 사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엔지니어라는 사람이 마이너스 확률이라는 개념을 언급이라도 했다는 사실은 좀 그렇다.)


그는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람들에 대해

"(인공지능 개발 경쟁으로는 안 되니까, 다른 방법으로) 관심을 끌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막말까지 한다.


게다가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위험한 존재가 되려면 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고까지 말한다.

(젠슨 황에게 데닛의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보니 젠슨 황이 독서를 할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젠슨 황은 과학자가 아니라 CEO이고,

처음부터 CEO였다.

엔지니어 출신이기는 하지만, 기술에 대한 그의 이해는 별로 깊어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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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결국 인간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젠슨 황이 이 시대의 보물이며,

완벽한 사람이라고 멋대로 상상했다.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내지 전기를 읽지 않은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젠슨 황을 그만큼 좋아했다는 사실 외에 내세울 것이 없다.


중반부터 불안해졌고, 후반부로 가면서 이 책을 읽은 것을 후회했다.

젠슨도 결국 인간이었고, 스티브 잡스 수준은 아니지만, 인격적 결함이 많았다.


인터뷰 중 작가는 AI의 위험성에 관한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을 인용하며 젠슨 황의 의견을 물었는데,

그는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의 분노에는 혐오가 묻어 있었다. 그는 마치 문제를 일으키는 10대에게 말하듯 나를 훈계하기 시작했다. (23장)


그의 분노는 통제되지 않았고, 사방을 향했으며, 매우 부적절했다. 나는 젠슨의 직원이 아니었고, 그가 나에게 화를 내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23장)


그 후 20분간, 비난과 짜증, 얕보는 톤을 번갈아가며 젠슨은 내 전문성을 의심하고, 내 인터뷰 접근 방식을 문제 삼고, 내가 이 프로젝트에 얼마나 헌신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23장)


수많은 경영자들과 인터뷰를 해봤지만, 이렇게 누군가 퍼부은 적은 처음이라고 작가는 회상한다.


엔디비아 임원들은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기술이 미래에 가질 함의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극도로 꺼렸다. 나는 그들의 이러한 꺼림칙함이 불편함을 넘어 두려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느꼈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 두려움의 근원이 어디였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은 인류를 멸망시킬 가능성보다 젠슨이 자신에게 소리치는 것을 더 두려워한 것이었다. (23장)


책의 종장인 23장에 가장 결정적인 '황의 분노'가 묘사되어 있지만,

인터뷰 중 그가 작가에게 화를 내는 장면은 책 중간중간에 종종 등장하며,

직원들에게 화를 내는 건 셀 수도 없이 많이 나온다.


심지어 사람들을 초대해 놓고 요리를 하다가 화가 나서 주방기구에 소리를 지르는 장면도 있다.


그러나 결국 이 책은 출판되었다.

젠슨 황이 가진 금력과 권력을 생각해 보면, 출판을 막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의 단점들이 잔뜩 수록된 책이 나오는 것을 허락한 젠슨은 오히려 대단한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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