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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과 나무

12월 핀란드,
바닷물에 뛰어 들다

Loyly 사우나 후기

by 히말


사우나의 나라 핀란드에 왔으니 사우나를 한 번 경험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관광상품으로 잘 개발되어 있네요.

Loyly Sauna와 Allas Sea Pool 이렇게 두 개가 유명합니다.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Loyly 쪽을 추천하네요.
그렇지 않아도 건물이 예쁜 것 같아 Loyly로 기울어져 있었는데 잘 됐습니다.
약간 외곽에 있습니다. 14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됩니다.
외곽에 있다보니, 바닷가에 한적하게 혼자 있는 건물이 멋지네요.


image_7862815541544762728351.jpg?type=w773 헬싱키 건물들이 다 그렇지만, 디자인이 뛰어납니다


2시간의 시간 제한이 있다는데, 넘기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1인당 19유로입니다.
큰 수건 한 장과, 사우나에서 깔고 앉을 용도의 작은 수건 한 장, 그리고 락커 열쇠를 줍니다.

밖에 외투와 신발을 놓고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락커는 생각보다 크니, 외투와 신발 빼놓고는 전부 갖고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IMG_20181213_130648.jpg?type=w773



남녀로 구분된 탈의실과, 이곳에 부착되어 있는 샤워실을 지나면, 공용 공간입니다.
그러니까 커플이 같이 사우나를 즐길 수 있습니다.
현지인들로 보이는 할아버지들 제외하고는 전부 커플이더군요.



BandPhoto_2018_12_13_20_12_11.jpg?type=w773 라운지 공간에서 보이는 바깥. 전기 배선이 깔려 있는, 바다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사우나실은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초급자용(?)인데,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 죽여줍니다.
유리문으로 되어 있고, 밀폐도 되어 있지 않아서 비교적 시원합니다.
하지만 사우나는 사우나입니다. 충분히 뜨겁습니다.
미국 팜스프링즈에 있는 시원한(?) 사우나랑 비교하면 곤란합니다.



BandPhoto_2018_12_13_20_09_12.jpg?type=w773 유리문이 달린 초급자용 사우나실



바깥문을 열고 나가야 접근이 가능한 사우나는 철문이 육중하게 잠겨 있습니다.
그만큼 더 뜨겁습니다.
문제는 조그만 창문 하나가 조명의 거의 전부라서 안이 어두워요.
계단 올라가다가 넘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계단에 물 양동이를 둬서 누구 한 번 걸려보라는 것 같기도 하고...



BandPhoto_2018_12_13_20_08_55.jpg?type=w773 장작불로 데우나봐요. 하긴 뭐 시내에도 장작 화톳불이 많으니...



어느 쪽 사우나든, 누군가가 물을 난로에 부으면 금방 아주 후끈해집니다.
웬 중국인이 들어와서 물 세 바가지를 부으니, 초급자용 사우나가 중급자용 사우나보다 더 뜨거워지더군요.
그 중국인은 자기가 물 부어놓고 뜨겁다고 호들갑 떨면서 도망갔습니다.

바깥으로 나가면 바닷물에 입수가 가능합니다.
뜨거울 때 아주 최고죠.
그런데 바닷물에 들어가기까지 거리가 좀 있어서, 찬 바람 맞고 나면 그냥 다시 오고 싶기도 합니다.
12월이라서 그런지 10초 이상 견디기가 어렵더군요.
사다리를 붙잡고 물에 뛰어드는데, 뛰어 들고 나서 가만히 사다리를 쳐다보니,
고드름이 맺혀 있습니다. ㅎㄷㄷ


image_3233620211544762439889.jpg?type=w773 입수용 사다리가 두 개 있습니다




사우나 도중에는 물을 좀 마셔줘야 합니다.
음료를 사서 마실 수도 있지만,
컵과 식수가 마련되어 있어 얼마든지 수분 보충이 가능합니다.

사우나를 끝낸 다음에는, 바다 전망이 환상적인 옆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됩니다.
연어 수프도 괜찮았지만, white fish 요리가 아주 환상이더군요.
양은 정말 작은데, 피클과 생선회의 환상적인 조합, 헬싱키에서 먹어본 음식 중 최고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좋았던 건 크롸상...)




image_794837301544763654251.jpg?type=w773 식당 테이블에서 보이는 바다 전망



커피는 뭐... 헬싱키의 수많은 커피샵과 마찬가지로 맛 없습니다.
게다가 디저트로 주문한 초코케익도 별로...

그런데 바다 전망이 환상적인 자리에서, 옆 자리 화로에서 타는 자작나무 보면서 식사할 일이 뭐 언제 있겠습니까.
도중에 화로를 열고 나무를 추가하니, "자작나무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아주 향긋합니다.



BandPhoto_2018_12_13_20_02_59.jpg?type=w773 식당 한가운데 위치한 화로에는 자작나무가 타고 있습니다




헬싱키에서 최고 경험이라면, 어제의 조성진 콘서트라고 해야겠지만,
그건 그냥 운이 좋아서 표를 구한 것이고,
조성진이 헬싱키에서만 연주하는 것도 아니고요,
단연 Loyly 사우나가 헬싱키 최고 경험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정말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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