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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ug 27. 2020

뉴스를 끊어라

롤프 도벨리의 <뉴스 다이어트>

                              

<메이크타임>에 따르면 뉴스는 일주일에 한 번만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 책은 효율적 시간 활용에 관한 책인 만큼, 저자의 주장은 뉴스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는 얘기다. 사실 이 주제는 행동경제학 베스트셀러 <스마트한 생각들>의 저자 롤프 도벨리가 먼저 꺼냈다. 새 책 홍보를 위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그 책의 아주 일부분에서 언급한 이야기, 즉 '뉴스 피하기'에 대해 책을 내면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뉴스 다이어트>다.



뉴스를 피한다는 생각은 엉뚱하고, 어쩌면 위험해 보인다. 과연 그런지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 만나는 뉴스가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인지, 확인해 보자는 것이다. 당장 오늘 뉴스를 생각해보자. 다음 뉴스의 많이 본 뉴스 랭킹 10위권은 아래와 같다.


1. "정은경, 질병전문가냐 정치가냐" 날세운 사랑제일교회

2. 태풍 바비 역대급 위력 '시속 169km'

3. "비말차단 효과 없었다" 망사마스크에 소비자들 패닉

4. 강경화 "뉴질랜드 국민, 피해자에 사과 못 해"

5. 이스라엘에서 1100년 된 금화 425개 무더기 발굴

6. 단숨에 90%가 사라졌다, 아파트 중복매물의 불편한 진실

7. 광화문 집회날 출근했다가... 불똥 맞은 억울한 직장인

8. 이재명, "지급 방법 두고 허비할 시간 없어... 전국민 지급 서둘러야"

9. 하루새 학생, 교직원 22명 확진... 12개 시도 2100개교 등교 중단

10. 사랑제일교회 방문 후 보름간 잠적한 김해 20대 확진


그나마 요즘은 코로나-19 관련 뉴스로 인해 뉴스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다. 태풍 관련 뉴스나 긴급생활지원비 관련 뉴스도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해 사랑제일교회가 공격을 한 것이나, 잠적했던 20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몰라도 사는 데는 아무런 불편이 없다. 태풍이 상륙하면 긴급 문자가 올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태풍 이야기를 듣고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외딴 섬에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긴급생활지원비도 확정된 다음에는 안내가 올 테니 그 때 알아보고 받으면 그만이다.


망사 마스크를 코로나-19 대응용으로 사용하던 사람이 있다면 비말 차단 효과가 없다는 뉴스에 당황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망사 마스크라는 상품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소비자의 문제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숨 쉬기 더 좋은' 망사 마스크가 비말을 차단할 리가 없지 않은가. 흔해 빠진 덴탈 마스크도 플라스틱을 녹여 뿌린 BM 필터가 내장되어 있다. 비말과 먼지를 차단하는 촘촘한 필터 때문에 숨 쉬기가 어려운 것이다. 숨 쉬기 좋으면서 비말 차단이 되는 마스크는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지만,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이미 많은 마스크 업체들이 만들어 팔고 있었을 것이다.


롤프 도벨리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랭킹 10위권 뉴스를 확인해 봤지만, 모른다고 해서 큰일 날 뉴스는 없다. 뉴스는 사실 스트레스의 주요 소스다. 보름간 잠적한 확진자에 대해 분노하고, 금화 425개를 발굴한 젊은이들은 부럽다. 스포츠 뉴스나 연예 뉴스는 이보다도 더 쓸데없고 유해하다. 비교 대상이 아닌 사람들의 처지와 나를 비교하게 되기 때문이다.


찰스 1세는 목이 잘렸지만,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갔다. 왕의 처형이라는 천지개별 수준의 뉴스를 못 들었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었다는 얘기다.


롤프 도벨리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뉴스는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해가 된다. 그러니 뉴스를 끊어라. 그게 어렵다면 일단 줄이기라도 해라.


저자는 뉴스를 끊어야 하는 이유를 여남은 가지나 나열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나는 딱 한 가지만 제시하려고 한다. 무기력에 관한 유명한 쥐 실험이 있다. 두 집단으로 나뉜 쥐들에게 전기 충격을 가한다. 한 쪽 집단은 버튼을 눌러 전기를 끊을 수 있지만, 다른 쪽은 아무런 구제 장치가 없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통제하지 못하는 쥐들은 무기력감에 빠져 성격이 변해 간다.


이들은 소심하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고, 성적 욕구도 더 적었으며, 일상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크게 줄어드는 무쾌감증을 드러냈다. 더불어 새로운 것에 반감을 가지며, 불확실한 대상을 두려워했다. (전자책 188-189쪽)


뉴스가 우리에게 가하는 충격은 두 번째 집단의 쥐들에게 가해진 충격과 유사하다. 우리는 쏟아지는 불쾌하고 불행한 뉴스를 조금도 통제할 수 없다. 뉴스 충격에 의해 우리는 무기력해지고 소극적, 수동적으로 변해 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하루 평균 90분의 시간을 뉴스에 쏟아붓는다고 한다. '나는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그럴 리가 없다. 얼마 전 읽은 <미친 듯이 20초>의 저자 마이클 모슬리의 이야기를 하겠다. 그는 보통 사람이 하루 평균 12시간을 의자에 앉아 지낸다는 말을 듣고, 바로 저 '설마 나는'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어느날 장치의 도움을 받아 실제로 앉아 있는 시간을 측정했다. 측정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11시간 30분이라는 결과를 받아 들었다. 그렇다. 저 평균치는 당신과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하루 90분이라면, 1년에 23일이나 된다. 이 시간을 생산적인 일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그렇다면 뉴스를 어떻게 끊어야 할까? 저자는 과격한 방법과 온건한 방법, 두 가지를 제시한다. 온건한 방법은 주간지 하나만을, 그것도 사설 등 고급 기사만을 골라보면서 뉴스 단식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과격한 방법을 더 추천한다고 한다. 30일 동안 모든 뉴스를 완전히 끊는 것이다.



30일 동안의 첫 단계에는 스스로를 억눌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두 번째 단계에 이르면 뉴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면 공공장소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화면도 저절로 외면하게 된다. 뉴스 중독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이다.


정말 중요한 뉴스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정말 중요한 뉴스라면 어떻게든 나에게도 전해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에 보충하여, '뉴스 런치'라는 것을 제안한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 상대방은 나에게 15분 동안 뉴스 브리핑을 해주고, 나는 상대방에게 15분 동안 뭔가 다른 것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주제는 최근에 읽은 책이나 사업 아이디어 등 어떤 것이라도 좋다고 한다. 뉴스를 끊었으므로 상대방이 전해주는 뉴스보다는 더 생산적인 어떤 것을 전해줄 수 있다고 저자는 자신한다.


그리운 베른 시가지의 모습. 롤프 도벨리는 베른 사람이다. (그러니까 나와는 동향... 퍽!!)


나는 오랫동안 스포츠 뉴스 팬이었다. 응원하는 팀이 이긴 날에는 뉴스를 보고 또 보고, 댓글까지 읽었다. 그러나 언제나 이기는 팀은 없다. 응원하는 팀이 지기라도 하면 하루 종일 우울했다. 그러던 중 몇년 전에 스포츠 뉴스를 끊었다. 그랬더니 정말로 삶의 질이 나아졌다. 응원하는 팀의 승패 여부로 하루의 기분이 결정되는 어이없는 패턴이 사라진 것이다. 스포츠 뉴스를 읽느라 허비했던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을 얼마나 생산적으로 활용했느냐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그 어떤 일에 시간을 쓰더라도 스포츠 뉴스 소비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낫다. 낮잠을 자거나 수다를 떨어도 스포츠 뉴스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생산적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존재로 뉴스는 어디에나 있다. 신호 대기 중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화면을 켠다. 그 화면에 떠오르는 것은 십중팔구 뉴스다. 뉴스를 과연 끊을 수 있을까? 단식에 관한 것이든 운동에 관한 것이든, 저자의 주장에 가장 강하게 동조하는 시기는 책을 읽는 도중이다. 지금 막 롤프 도벨리의 책을 끝낸 내가, 과연 뉴스를 끊을 수 있을까? 적어도 그 첫 단계, 30일 뉴스 금식에 도전해 보고 싶다.


뉴스가 아니더라도 당신의 삶은 이미 스트레스로 가득하다. 당신의 인생에 아무런 유익함이 없는 인위적인 스트레스는 이제 내려놓고 뉴스 끊기에 동참하자. (전자책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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