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말 Jan 09. 2021

2020 독서 결산 - 읽다 그만 둔 책들

우선,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로 솔제니친의 팬이 됐는데, 곧바로 정 떨어지게 해주었습니다. 앞뒤 꽉 막힌 일방통행적 주장을 엄청 두꺼운 책에 담았습니다. 거의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평가를 배제하고 사실과 감정만을 담담하게 기록한 <이반>과는 달리 솔제니친이 비꼬기의 달인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비꼬기는 사실 어렵지 않은 재주죠. 비꼬기가 칭찬을 받으려면 올더스 헉슬리 정도는 되어야...


<수용소 군도>를 1/3 가량 읽고 그만두면서, 이런 메모를 남겼습니다.


아.. 정말 아닌데. 원래 가지고 있던 솔제니친에 대한 편견이 사실로 드러나는 책이군. 문학성이라고는 1도 없는 고발 찌라시 정도.


솔제니친의 글솜씨는 훌륭합니다. 그가 고발하려 했던 상황도 심각한 것이었죠. 다만 이런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로 어떤 풍자가 진정한 풍자인가를 보여줬던 작가의 작품이라 보기 힘들었습니다.


코로나 봉쇄로 어디 갈 데가 없어져서, 아파트 근처 마을길과 근처 쇼핑몰 주차장을 뱅뱅 돌며 읽던 기억이 납니다. '아... 질리지도 않고 이렇게 계속 궁시렁거리는 거 언제 끝나는 거야?' 이렇게 궁시렁거리면서요.


하지만 이 책은 언젠가 다시 읽게 될 거라는 생각이 괜히 드는군요. 솔제니친은 솔제니친이라.



다음은 에드워드 프렌켈의 <내가 사랑한 수학>. 원제는 <사랑과 수학>입니다. 자기 자서전 겸 자신의 연구 성과를 써내려간 책입니다. 갈루아의 군론에서 시작해서 현대수학에 자신이 기여한 바를 설명하는데... 너무 어렵습니다! 군론이 원래 어렵기는 합니다만, 이건 뭐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가더군요. 타니무라 어쩌구 추측을 증명하면서 그 유명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해결되었던 건데요, 그 타니무라 어쩌구가 군론에서 나온 거거든요. 그건 몇 년 전에 읽었던 수학책에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수준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려니 이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요.


프렌켈의 이 책은 현재 읽는 중인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걸을 때>에도 나옵니다. 무려 한 챕터 전체가 이 책과 프렌켈에 관한 내용입니다. 현명하게도 이 책 저자는 어려운 수학 얘기 쏙 빼고 프렌켈 인생 얘기를 주로 해서 한 챕터 채우네요.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도 중간에 그만뒀습니다. 저는 작가 유시민을 대단히 좋아해서 웬만해서는 끝까지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정말 재미도 없어서 흐지부지됐네요. "아, 그만 읽어야지" 이렇게 결정한 것이 아니고, 여러 책을 읽는 와중에 그냥 뒤로 밀리면서 어느새 주의범위에서 사라진 겁니다.


저는 원래 책을 중간에 잘 안 끊습니다. 일단 끝까지 읽고 평가를 하자, 이런 주의이기는 한데,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으니 적당히 끊는 것도 필요하다고 요즘에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조금 읽어보고 아니다 싶은 책은 덮어버리기도 합니다. 랜들 먼로의 <위험한 과학책>도 그중 하나였죠. 이걸 끝까지 읽었더라면 과학 카테고리 평점 평균을 상당히 갉아먹었을 듯.

매거진의 이전글 수학 얘기는 별로 없지만... 어쨌든 재밌는 수학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