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독서 결산 - 최고와 최악
2020 올해의 책
페드로 도밍고스의 <마스터 알고리즘>입니다.
10월 초에 혜성 같이 등장,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제치고 올해의 책 후보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개러스 사우스웰의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과학철학 지식 50>의 강력한 도전을 받았지만 방어전에 성공했습니다.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이 너무 두꺼워서 2021년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페드로 도밍고스는 올해의 책을 차지하게 됩니다. 사실 강신주의 책이 포함되었더라도, 페드로 도밍고스가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스터 알고리즘>과 '올해의 책' 자리를 놓고 겨루었던 훌륭한 책 아홉 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와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해당 분야 최고전문가가 책도 참 잘 쓰네요. (TOE 상대진영의) 브라이언 그린보다 글솜씨나 전달력이 뛰어난 듯.
개러스 사우스웰의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과학철학 지식 50>
궁극의 유희, 철학. 간만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정말 믿고 봐도 될 듯.
Reuven Lerner의 <Python Workbook>
요점만 집어내는 명강의. 읽기 최적화하느라 중언부언하는 요즘 추세와는 조금 다른 간략한 코딩.
류츠신의 <삼체>
SF는 역시 중심 아이디어의 참신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책.
헨리 마시의 <참 괜찮은 죽음>
에세이에 필요한 딱 적절한 수준의 감정선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 수작.
김태진의 <아트인문학>
말이 필요없는 미술 입문서.
마이클 모슬리의 <미친 듯이 20초>
운동할 때 드는 그 수많은 질문과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책.
칼 뉴포트의 <디지털 미니멀리즘>
본인이 성공적으로 걸어갔던 길을, 다른 사람들도 잘 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이끌어주는 책.
2020 분야별 결산
1. 자연과학/수학/공학
5점 만점을 받은 책은 모두 10권입니다. 카를로 로벨리의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페드로 도밍고스의 <마스터 알고리즘>, 개러스 사우스웰의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과학철학 지식 50>,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 사라시나 이사오의 <폭발적 진화>, Eric Mathes의 <Python Crash Course>, Reuven Lerner의 <Python Workbook>, 벤 올린의 <이상한 수학책>, 데이비드 아이허의 <뉴 코스모스>가 그들입니다.
카를로 로벨리의 <모든 순간의 물리학>, 마크 미오도닉의 <사소한 것들의 과학>은 4점을 받았지만, 5점에 가까운 4점이었죠.
2. 사회과학
박노자의 <러시아 혁명사 강의>,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와 <후불제 민주주의>가 5점을 받았습니다. 김진한의 <헌법을 쓰는 시간>과 차병직 등 공저, <지금 다시, 헌법>도 반올림으로 5점을 받았습니다. 4점을 받은 책들 중에서도, 롤프 도벨리의 <뉴스 다이어트>와 마크 고울스톤의 <토킹 투 크레이지>는 언급할 만한 책들입니다. 1점짜리 불쏘시개는 없었습니다.
3. 경제/경영
얀 칩체이스의 <관찰의 힘>은 분명 괜찮은 책인데, 뭔가를 숨기는 느낌, '책 다 봤으면 강의 등록해라'라는 느낌이 강해서 3점(!)을 주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4점으로 정정하죠. 미히르 데사이의 <금융의 모험>, 마셜 앨스타인 등의 <플랫폼 레볼루션>, 그리고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일할 것인가>가 5점을 받았습니다.
4. 픽션
류츠신의 <삼체>, 피터 스완슨의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민의 <선택의 아이>가 5점 만점의 주인공들입니다. 4점을 받았지만, 구병모의 <아가미>도 훌륭합니다. 역시 4점을 받은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류츠신의 <삼체2>도 좋습니다.
5. 넌픽션/에세이/글쓰기
위대한 인간을 보여준 마틴 피스토리우스의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과 사의 현장에서 어떻게 지혜가 쌓이는지를 보여준 헨리 마시의 <참 괜찮은 죽음>, 인생 선배님들의 귀한 이야기인 이근후의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과 우영종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그리고 설명이 필요없는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두 권이 5점을 받은 책들입니다.
6. 예술
딱 한 권, 김태진의 <아트인문학>을 읽었고, 5점이었으며, 엄청난 걸작입니다.
7. 운동/건강
마이클 모슬리의 <미친 듯이 20초>, 이덕희의 <호메시스>, 스티븐 건드리의 <플랜트 패러독스>가 5점을 받았습니다. 잘 배우기는 했는데, 실천이 문제죠. ^^;;
8. 자기계발/실용/취미
라이언 홀리데이의 베스트셀러 <스틸니스>,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이지영의 <심리계좌>가 4점을 받았으나 주목할 만한 책들입니다.
5점 짜리도 나왔습니다. 칼 뉴포트의 <디지털 미니멀리즘>. 남들에게 정말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은 어떻게 써야하는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했다>의 디지털 버전이고, 마찬가지로 대단히 잘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