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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pr 06. 2021

이언 스튜어트, 강신주, 그리고 법륜

요즘 읽은 책들 (2021년 3월~4월)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읽은 책들이다. <우주를 계산하다>를 읽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외계 생명체에 관한 13장부터는 다시 한번 읽었으며, 위상수학이 나오는 부분은 꼼꼼하게 여러 차례 읽었다.


내부고발자라고 다 훌륭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 <타겟티드>가 기억에 남는다. 현재 <스노든 게이트>를 읽고 있는데, 스노든과 <타겟티드>의 저자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보여준다. <타겟티드>의 브리태니 카이저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나서, 마지못해 내부고발자가 된다. 스노든은 그 반대다.


내부고발자는 외톨이나 낙오자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양심에 따라 행동했다기보다는, 사람들로붜 소외되고 실패한 자기 인생에 좌절한 나머지 그런 행동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스노든은 그 반대였다. 스노든은 사람들이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들로 꽉 찬 인생을 살아왔다. 비밀 자료를 유출하기로 한 스노든의 결정은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 천국 같은 하와이에서의 삶, 자신을 지지해주는 가족, 안정적인 직업, 두둑한 봉급,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찬 삶을 포기한다는 걸 의미했다. (<스노든 게이트>, 105쪽)


강신주의 여러 책을 읽은 것도 요즘이다. 지금도 강신주의 책을 읽고 있는데, 좋은 음악도 한두 번이라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니 이제 조금 지겹기도 하다. 강신주의 책은 <철학 대 철학>이 최고이고, 그 다음으로는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를 꼽고 싶다. 오랜만에 <달의 궁전>이라는 정상적인 소설을 읽은 것도 특기할 만하다. 그런데 제목을 왜 달의 궁전이라 지었을까?


법륜 스님의 책도 두 권 읽었다. <금강경 강의>는 오쇼와는 다른 스타일로, 그러나 또 나름대로 세세하고 친절하게 금강경의 한구절 한구절을 해설해 준다. <인간 붓다>는 마치 동화 같다. 중간중간에 불교적 깨달음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냥 옛날에 살았던 어떤 사람의 인생을 훑어보는 것이라 생각해도 참 좋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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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를 계산하다 (이언 스튜어트) - 요즘 나오는 우주물리학 교양서는 죄다 람다CDM을 옹호하는 방향으로만 글을 쓰고, 카를로 로벨리 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M-이론이 맞을 거라 추측한다. 과연 그렇지 않다면? 이라는 대단히 훌륭한 질문을 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고재욱) - 산전수전 다 겪은 요양보호사의 치매 노인 간병기. 요양원 에피소드보다 저자 본인의 파란만장한 개인사가 더 돋보인다. 험난한 삶을 이겨내고 남들을 돕는 일에서 행복을 찾은 저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 아동학대, 친권, 정상가족, 그리고 가족중심주의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 최초로 아동 체벌을 법으로 금지한 스웨덴이 오랜 체벌 전통을 가진 나라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알렉산드리아 래브넬) - 스캇 갤러웨이의 <플랫폼 제국의 미래>가 플랫폼 경제의 문제점을 거시적 차원에서 풀어냈다면, 이 책은 미시적 차원에서 같은 문제에 접근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 타겟티드 (브리태니 카이저) -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페이스북 스캔들에서 내부고발자로서 증언했던 저자의 수기. 내부고발자의 시선으로, 잠입 르포보다도 더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별로 공감을 주지 못하는 인물로, CEO에게 해고 통지를 당하고 나서야 '악행을 하는' 회사를 떠났고, 국회 조사가 시작되자 태국으로 피신부터 한 인물이다. 집안 사정이 안 좋아서, 돈이 필요해서 양심에 거스르는 일을 했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항변하는 것은 측은하기까지 하다. 또한, 별 배경 지식도 없이 연줄로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것이 요즘 세상에서 가능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저자는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도 모르면서 블록체인 관련 강연을 하고 다닌다.)


*먹고 단식하고 먹어라 (브래드 필론) - 간헐적 단식에 관한 짧지만 강력한 제안서. 그런데 근력 운동을 꼭 해야 하나? 코로나 상황에서도?


* 3개월 사용법이 인생을 바꾼다 (사사키 다이스케) - 자신의 경험이라는 매우 독특한 사례를 일반화시키는 아주 대범한 책.


* 강신주의 다상담 (강신주) - 강신주의 즉문즉설. 삶에 정답이 어디 있나. 독특한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재미있다.


* 자율주행 (안드레아스 헤르만 등) - 자율주행에 관한 매우 포괄적인 검토. 포괄적인 만큼 중복이 매우 심하다.


*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강신주) - <무문관>의 48개 화두를 강신주의 독특한 필치로 풀어낸다. 동서양 철학을 드나드는 강신주의 철학 콘서트.


* 강신주의 다상담2 - 일, 정치, 쫄지마 (강신주) - 아직까지는 재미있다. 특히 일에 관한 저자의 철학(!)이 재미있음.


* 4차 인간 (EBS) - 왠지 손이 안 가는 걸 읽으면 이런 결말을...


* 내러티브 앤 넘버스 (어스워스 다모다란) - MBA 학생들, 그리고 아주 진지하게 현금흐름할인모형으로 주식 가치를 계산하겠다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책.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저 두 부류에 다 속했었던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다.)


* 혼자가 편한 사람들 (도리스 메르틴) - 나도 내향형 인간이다. 하지만, 이렇게 억지 쓰는 건 좀 아니지.


*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법륜) -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명강의!


* 우리들의 변호사 (박준영) - 엉엉, 너무 슬프다.


* 달의 궁전 (폴 오스터) - 타임슬립이나 외계인, 갑자기 생긴 초능력 같은 것 없이도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수작.



*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 (최명화) - 비이밀?


* 시간이 멈춘 방 (고지마 미유) - 글보다는 미니어처에 눈이 간다.


* 한눈에 꿰뚫는 중동과 이슬람 상식도감 (미야자키 마사카츠) - 이렇게 산만하게 글 쓰기도 쉽지는 않을 듯.


* 1년 안에 AI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는 법 (서대호) - 컴공 내지 통계학 전공이라면 한번 시도해 볼 만한 프로젝트.


*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생물학 지식 50 (J. 샤마리) - <일상적이지만> 시리즈는 믿고 본다.


* 사상 최강의 철학 입문 (야무차) - 주요 철학사조의 디테일은 볼 수 없지만, 철학사를 몇 개의 주제로 훑어보는 용도로는 딱이다.


* 농장해부도감 (줄리아 로스먼) - 농장 생활에는 참 다양한 것들이 있구나.


* 인간 붓다 (법륜) - 동화 같고, 모험담 같고, 철학책 같다.


* 이제 몸을 챙깁니다 (문요한) - 내 몸을 소중히 하자.


*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김지호) - 인간이라는 건 정말 이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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