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셔클이 생겼습니다. 셔클은 세종시와 현대자동차가 규제 샌드박스 차원에서 실시하는 프로젝트로, 버스와 택시를 대충 섞어놓은 듯한 컨셉의 이동수단입니다. 세종시 제1생활권, 5개 동 안에서만 움직입니다. 1생활권은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도 두 시간이 채 안 걸리는 작은 구역입니다. 주로 장보기 용도로 쓸만한 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12인승 크기의 차량으로 서비스되며, 당연히 합승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승차일은 지난 4월 18일이었습니다. 장기 출장에서 돌아오느라 버스에서 내려 셔클을 이용했습니다. 걸어오면 15분 거리지만, 캐리어도 있고 해서 셔클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지정 자리는 1A. 즉, 저 혼자 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인사하고 지정 좌석에 앉아 5분 정도의 라이드를 시작합니다. 곧 신호등에 걸리자, 운전자는 갑자기 경적을 울립니다. 앞에 누가 끼어들기라도 했나 쳐다보는 순간, 운전자는 창문을 내리고 옆 차선에 선 관광버스 기사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다 들리는 상황. 운전자는 마을버스 기사를 하다가 지금 셔클 기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셔클 첫 라이딩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다소간의 난폭 운전은 있었지만, 안전벨트를 반드시 해야 하는 규칙 덕분에 별 일 없이 5분간의 승차는 무사히 끝났습니다. 감사의 인사와 함께 내려 집으로 오는 길. 역시 집에 오니 행복합니다.
두 번째는 4월 22일, 목요일이었습니다. 집에서 쉬는 건 좋은데 너무 빈둥거리기만 하는 것 같아서 카페에서 책이라도 읽자고 생각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파트 입구 앞 정류장에서 셔클을 기다립니다. 또 자리는 1A, 혼자입니다. 인사하고 탑승, 그리고 안전벨트를 하자마자 급발진으로 출발하고 곧바로 유턴. 아주 곡예주행이군요. 조금 후에 앞에 차가 끼어들었는지 시원한 욕설 한바가지를 퍼붓는 운전자. 이거 당황스럽네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닙니다. 조금 후에는 길을 잘못 들었다고 욕을 합니다. 자기가 길을 잘못 들어놓고 욕을 하는 겁니다. 공포 분위기에서 차렷 자세로 앉아 있다가 드디어 5분의 질주가 끝나고 차에서 내립니다. 이거 무서워서 타겠나요.
셔클에 피드백을 보내보려고 앱을 열었지만 메뉴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고객서비스 챗 창을 열었는데, '불편을 드려 죄송하고, 시정하겠다'라는 도장으로 찍은 듯한 답변을 받습니다. 언제 어디서 벌어진 일인지 묻지도 않는군요. 물론 시스템에 정보가 입력되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민원 대응 표준이 이 정도라면 적어도 믿음은 주지 못하겠죠.
세 번째는 같은 날 귀갓길입니다. 무려 19분을 대기해서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셔클에 탑승합니다. 시작부터 난폭운전입니다. 지금까지 세 번 탑승한 경험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전원 난폭운전을 한다는 것. 다행인 건 이번 운전자는 적어도 욕을 하지는 않는군요. 차가 막히니까 뭐라고 궁시렁거리는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두 번쨰 운전자처럼 대놓고 들리게 욕설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요... 또 어찌 해서 집에 도착하기는 했는데, 이 서비스는 돈 내고 사용하기에는 아주 많이 꺼려집니다. 그러니까 한 달 치 사용료를 미리 내고, 탑승 시간 5분 내외의 근거리만 이동하는 건데, 난폭 운전은 기본에다 욕설까지 장착한 운전자들 눈치를 보면서 타야 한다는 겁니다. 글쎄요. 이런 서비스를 돈 내고 이용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네 번째는 4월 23일, 그러니까 오늘 아침이군요. 첫 합승 경험입니다. 중간에 그 사람이 내리느라고 돌아서 갑니다. 출근 시간대라서 그런지 걸어서 올 경우와 별 차이 없는 시간을 들여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19분 대기, 약 10여분 탑승. 처음으로 난폭 운전이 아닌 것은 좋았습니다만, 걸어오는 것과 마찬가지라면 굳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겠죠.
저는 운전하는 것을 대단히 싫어합니다. 운전을 매우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매불망 자율주행차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셔클이 세종에 온다는 소식에 환호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수준의 서비스라면 셔클은 도태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베타 테스트에 참여했던 아내 말로는, 베타 테스트 종료 이후 서비스가 더 안 좋아진 것 같다고 합니다. 베타 테스트 중에는 운전자들도 더 친절했고, 난폭 운전도 없었다고 합니다. 베타 테스트의 목적이 뭐였는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