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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제에 도전하는
행동경제학자

[책을 읽고] 댄 애리얼리,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

by 히말

행동경제학으로 책을 두 권 이상 내는 것은 학자로서 좀 양심에 거리끼는 일일 것이다. 한 10년쯤 지나 새로운 발견이 많이 축적되었다면 모를까, 자기계발서나 다름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집은 이유는 저자가 댄 애리얼리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해피 엔딩이다.


이 책은 소유 효과, 확증편향, 그리고 금전적 보상 체계의 역효과에 대한 진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댄 애리얼리의 유려한 글솜씨에 묻히기는 하지만, 튀김 기름이 산화하는 냄새가 날 지경의 '재탕'이다. 그러나 마지막 챕터에 이르러 상황은 반전된다. 저자는 자신이 '요즘'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 말한다.


왜 사람들은 유산을 남기는 걸까? 죽기 전에 그 돈을 쓰는 것이 원하는 바를 얻는 데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불멸을 향한 사람들의 의지는 또 어떤가? 미이라나 '병마용'은 잘못된 믿음의 결과라 하더라도, 현대인들 역시 불멸을 향한 강한 의지를 불태운다.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려는 것은 왜일까? 존재의 소멸 이후까지 이어지는 동기부여의 요인은 대체 뭘까? 이 문제를 행동경제학의 입장에서 관찰하는 것은 분명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댄 애리얼리의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직 파고들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지금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사람의 많은 동기 유발 요인이 현생보다 긴 무언가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런 것이 부재한다면, 동기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129쪽)


저자는 자신의 종신교수 계약이 대학과 자신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말한다. 대학은 꾸준한 연구성과를 기대할 수 있고, 자신은 즐거운 연구를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 이후에 대비하는 인간의 행동은 과연 어떤 동기가 지배하는지, 그걸 연구하는 것이 직업으로 주어진 저자가 부럽다.


unnamed.jpg 전신화상의 흔적이 남아 있는 댄 애리얼리의 얼굴


<사족> 금전 보상 체계의 허점을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이미 일할 의욕을 꺾는 '파티션'을 한층 더 진화시킨 기업들을 비판한다. 그 정점에는 '개인 공간 개념을 아예 없애고 먼저 출근한 사람부터 선착순으로 자리를 차지하게 한 회사'가 있다고 개탄한다. 내가 캐나다 시절 근무했던 회사가 바로 그 회사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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