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듣다가 커피 토할 뻔
The Verve의 'Bittersweet Symphony'라는 곡이 있다. 와인바에서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프린스의 곡인 줄 알았다. 뭔가 끌리는 점이 있으면서도 부조화스러운 느낌이 딱 프린스 곡이라고 생각했다. 목소리도 비슷하고.
그런데 나중에 유튜브에서 만난 이 곡의 뮤지비디오가 가관이다. 웬 찐따 놈이 길가는 사람들을 다 어깨로 치면서 걸어가는데 대개 여자들이다. 정신이상을 주장하는 일부 범죄자들의 행동과 아주 유사하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이 있으니, 사람들의 반응이다. 대개는 어이없다는 식으로 한번 쳐다보거나 웃어넘기는데, 몇 사람은 가볍게 항의한다. 그런데 딱 한 사람만이 정말 격렬하게 항의하는데, 이 사람은 이 찐따와 어깨를 부딪힌 적이 없다. 찐따는 그녀의 차를 밟고 지나갔을 뿐이다.
차에서 내린 여자는 찐따의 뒤를 쫓아와서 담배를 한모금 깊이 들이마시고는, 작정한 듯 찐따의 앞을 가로막으며 삿대질을 시작한다.
난생 처음으로 유럽에 배낭여행을 갔을 때, 런던에서 만나 친구가 됐던 사람이 내게 이런 얘기를 했었다. 이곳 영국에서는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경우보다 애완동물을 다치게 했을 때 더 강한 형벌을 받는다고 했다. 돈이 사람보다 더 중요하다니, 얼어죽을 세상이라고 그는 논평했다. 이 이야기는 동물 권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생명권보다 소유권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그런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지 오래다. 저 뮤직비디오의 내용도 그렇다. 어깨를 부딪히고 심지어 넘어진 사람도, 그런 어이없는 일을 목격한 사람들도 별다르게 항의하지 않았다. 딱 한 사람, 자신의 소유물에 위해를 당한 사람만이 그야말로 목숨 걸고 따져물었다.
나는 자본주의가 인간의 본성에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성악설과 조금도 다른 견해가 아니다.
p.s. 이런 찐따들이 등장한 것은 아무래도 너바나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너바나의 음악성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U2나 린킨파크에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고 기껏해야 패닉앳더디스코 정도랄까? 그런데 임팩트가 너무 컸다. 존나 멋져 보였던 거지. 그런데 그거 아나? 리처드 애쉬크로프트 너는 외모부터가 아냐. 커트 코베인은 얼굴이라도 잘났었지. (나는 두 밴드의 시간 순서를 따지는 게 아니다. 리처드 애쉬크로프트가 이런 찐따 비디오를 만들 때, 커트 코베인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았을 거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