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책들
마지드 포투히, <좌뇌와 우뇌 사이>
제목은 그냥 웃자는 거고, 뇌 건강에 관한 책이다. 뇌졸중에 걸렸을 때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이야기하는 대목을 읽으면 소름이 쭈뼛 선다. 근육과 마찬가지로, 뇌는 사용하면 강화되고,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미사용 위축')된다. 뇌를 열심히 쓰자. 책 속에 나오는 '포투히 검사표'를 참조해서 주기적으로 뇌 건강 상태를 점검하자.
- 비타민 D 결핍은 흔히 나타난다. (96)
- 의약품 복용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자. 감각을 무디게 하고 정보 흡수를 방해하는 의약품을 오랜 기간 복용하다 보면 미사용 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 (105)
- 최근 비타민 E를 고용량 복용하면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후속 연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당분간은 비타민 E의 고용량 복용을 삼가자. (168)
- 타악기가 뇌를 깨운다. 스틱보다는 손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고르자. (196)
- 카드 한 벌을 순서대로 외우는 연습을 해보자. (255)
- 여행을 할 수 없다면 인터넷을 통해 가상 여행을 해보자. (257)
기초과학연구원, <코로나 사이언스>
코로나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를 과학자들의 입장에서 풀어냈다. 가볍게 읽기 좋은 책.
- 수용체 ACE2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하고, 효소 TMPRSS2는 바이러스의 침투 경로를 만드는 단백질 가위로 기능한다. 그래서 이 둘이 많이 존재하는 섬모상피세포와 폐포상피세포가 많은 부위인 혀, 후두, 폐 등에 코로나가 잘 침투한다.
- 블루닷은 BEAST(Bayesian Evolutionary Analysis Sampling Tree) 등 생물 계통 발생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해서 코로나19의 대유행을 예측했다.
- 사이토카인 중에는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돕는 종류가 있는데, 이들은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조직의 섬유화를 유발한다. 세포사멸신호를 전달하는 사이토카인은 건강한 세포의 자살도 유도할 수 있다. 백혈구의 성장인자로 작용하는 사이토카인은 활성산소를 다량 만들어 주변 세포에 손상을 준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치사율 30%에 달하는 급성패혈증의 주요 병리기전 중 하나다.
- 코로나19는 에어로졸 감염, 즉 공기감염이 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다만, 홍역 같이 전파력이 강하지는 않다.
- 레딧, 트위터 등에 게시된 코로나19 관련 정보의 재생산지수(R0)는 3.3에 달했다. 코로나19 자체의 재생산지수보다 높다.
마르쿠스 듀 소토이,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대단히 흥미로운 지적 유희. 그간 읽었던 교양과학서 복습에 좋다.
- 미래는 기다리면 알 수 있다. 우리가 정말로 알 수 없는 것은 과거다. (140)
- 굴드가 주장한 '단속평형론'의 양상은 혼돈계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이다. (154)
- 파동 함수의 파동은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일종의 정보다. 전자는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하는 수학적 객체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것을 파동 함수라 부르는 이유는 이 함수가 여러 면에서 고전적 파동 함수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340)
-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실험을 통해 '관측을 계속하면 양자계의 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355)
- 혹시 나의 의식은 감지판의 다른 곳에 도달한 전자까지 인식하고 있는데, 나의 뇌가 다중 우주에서 획득한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지 못해서 하나의 우주만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 (366쪽)
- 위치나 운동량은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할 수 없는 것에 가깝다. 입자는 관측을 당했을 때 비로소 위치나 운동량을 가지게 된다. 관측이 곧 창조 행위다. (396)
- 벨은 '입자의 실체가 관측되기 전에도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후속 논리에 모순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입증했다. (398) - EPR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버린 바로 그 벨이다.
- 공명을 이용하면 우주 크기가 유한한지 여부를 알 수 있다. 상자의 크기가 유한하다면 그 안에서 공명을 일으킬 수 있는 파장 역시 유한한 값으로 제한된다. 1990년대 중반 프랑스의 천체 물리학자 장 피에르 루미네는 우주 배경 복사에 '파장이 긴 파동이 누락되어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2013년 플랑크 우주 탐사선이 보내온 데이터에는 장파장 파동이 섞여 있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517)
- 수학적으로 특이점이 존재한다고 해서 불가능한 현상은 아니다. 예컨대 동전의 회전 속도는 유한한 시간 안에 무한대에 도전하지만, 동전은 잘만 돌다가 멈춘다. (644)
- 로저 펜로즈와 킵 쏜은 블랙홀이 복사로 사라질 때 정보와 엔트로피도 함께 사라진다고 믿는다. 펜로즈는 우주가 저 엔트로피 상태로 시작한 것이 정보 유실과 관련 있다고 주장한다. (668) - 펜로즈는 역시 재미있음.
(이어, 저자는 줄리안 바버와 카를로 로벨리 등 시간의 실존의 부정하는 학자들의 견해를 짧게 설명한다.)
- 요즘 다수의 신경 과학자들은 생명체의 의식을 '축축함'과 같은 개념으로, 즉 창발적 개념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창발 개념은 화학과 생물학의 방패막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다. (758)
- 나는 가끔 수학이 이원론의 산 증거라고 생각한다. 수학은 물리적 세계와 완전히 분리된 정신세계에 존재한다. (759)
- 토노니의 '의식 계수'는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우수한 정도를 나타내는 양이다. 의식 계수는 결국 네트워크의 연결 상태를 수치로 환산한 것인데, 이를 사용하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또는 도시의 의식 정도를 계측할 수 있다. (783-788)
- 언어 때문에 생긴 한계는 앞으로 극복될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철학자는 의식 연구에서 언어가 가장 큰 장애라 생각한다. 양자 물리학을 연구할 때에도 유일한 언어가 수학이기 때문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양자 역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수학을 자연 언어로 적절하게 해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