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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필승총 211028

요즘 읽은 책들

by 히말


페터 볼레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숲과 동물에 관한 이야기꾼, 페터 볼레벤의 책이다. 저자는 숲 해설을 하다가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출판 제안을 받고 거절했더니, 녹취록을 책으로 만들어도 되겠냐는 제안이 다시 왔다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스스로 책을 썼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대단히 훌륭하다.


- 지하에는 한 번 분열하는 데 500년이 걸리는 박테리아 종들도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음식물이 상할 수도 없고, 박테리아 번식에 의한 질병 가능성도 없다. 정작 숙주인 우리 인간은 이 작은 생물들이 활동을 개시하기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다. (86)


- 임지의 약 98%를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독일에는 엄청난 양의 먹이가 동물들에게 제공된다. 사냥꾼들도 사냥감 동물들에게 먹이를 준다. 그 결과, 인간이 숲을 관리하기 전보다 50배가 넘는 노루들이 현재 독일의 숲속에 살고 있다. 이는 환경의 자율 조정 능력을 크게 훼손한다. (111)


- 한 소작인이 초콜릿 과자를 톤으로 실어나르며 주변에 뿌렸더니 새로운 음식물을 본 야생동물들이 군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238) - 영화 <헤지(Over the Hedge)>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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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류는 동식물 모두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동물에 가깝다. 균류는 광합성을 하지 않으며, 세포벽이 있는 다른 생물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한다. 점균류와 같은 일부 균류는 심지어 움직일 수 있다. (262)


- 거대 동물이 멸종한 원인은 인간의 과도한 수렵 때문이 아니다. 거대 동물들의 개체수 증가는 느리기 때문에 과도하지 않은 수렵에도 멸종할 수 있다. 성년이 된 희귀종 동물 한 마리를 100년마다 한 마리씩 죽여도 수백 년 내에 멸종할 수 있다고 한다. (333)


- 아마존 깊은 곳에서 과거 농업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현재 그 지역의 숲은 완벽하게 복원되어 있다. 희망이 있다. 그 옛날에 가능했다면, 지금도 이런 식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396)



소준철, <가난의 문법>


노인들의 취업은 일자리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사실은 복지정책이다.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



이안 셰퍼드, <돈이 되는 빅데이터 읽기>


데이터 중심 기업을 만드는 방법에 관한 책. 데이터를 아는 사람은 경영을 모르고, 경영을 아는 사람은 데이터를 모른다. 그 간극을 메꿔야 한다. 적절한 문제 제기도 있지만, 결국에는 흔해 빠진 경영서로 끝나고 만다.


- 개별 세그먼트별로 마케팅을 다르게 할 수 없다면, 세분화가 무슨 소용인가? (88)


- 넷플릭스 식의 추천 알고리즘을 쉽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K-평균과 같은 간단한 군집화다. (102)


- 충성도 프로그램의 진짜 목적은 판매 데이터를 고객과 연결하는 것이다. 즉,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 이후에 고객 개개인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 (244)


- 단순한 만족도 조사 대신 이렇게 질문하라. '친구에게 이 브랜드를 추천하시겠습니까?' (269)


- 천천히 크게 도약하는 것보다 빠르게 작은 도약을 이루는 게 낫다. (329) - 조직은 물론 개인에게도 맞는 이야기. '작은 습관'이 그래서 중요하다.


- 데이터 기업이냐 아니냐를 진정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문화와 가치, 그리고 경영진의 태도다. (383) - 맞는 얘기이기는 하지만, 벌써 수십 번은 본 뻔한 결론이다. 어떻게 문화와 태도를 바꾸는지 얘기하는 책을 나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나이절 워버턴, <논리적 생각의 핵심 개념들>


논리학 용어 사전이지만 재미있다. 크게 보아, '어떤'과 '모든'을 구별하고 필요충분조건의 방향성만 제대로 지키면 논리적 오류를 일으킬 일은 없다.


- Humptydumptying: 약정적 정의의 극단적인 형태. 자기 멋대로 어떤 개념을 정의하고 우기는 행위.


- 현학: 중요한 문제를 도외시하면서까지 세세한 내용에 까탈스럽고 부적절하게 집착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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