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로라 밴더캠, <시간 전쟁>
시간 관리에 관한 책은 정말 많다. 예전에 시간 관리에 관한 책들을 연이어 읽다가 이런 표현을 만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이런저런 일들을 해보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시간은 절대 생기지 않는다."
데이비드 앨런이었는지 스티븐 코비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 저런 표현은 수많은 책에 나와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만난 아래 문장에도 나는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더 많은 기억이다. (74쪽)
추억이 우리를 살게 한다
예전에 아내와 함께 갔던 미술관 영수증을 문득 발견하면, 그날의 추억이 떠오른다. 잠시 기억을 음미하는 '여유'도 즐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진정 원하는 시간의 쓰임새다. 잠시뿐이지만, 행복한 기억이 되돌아와 시간의 진행을 잠시 느리게 해준다. 그렇게 프루스트는 과자 향기에서 두꺼운 소설을 풀어냈으며, 영화 <퍼펙트 센스>에서 후각을 잃은 사람들은 추억을 잃게 되었다며 절망했던 것이다.
그래, 우리가 원하는 것은 추억이다. 사진 현상업체의 광고처럼, 사진이 없으면 추억도 없으니 사진을 잔뜩 찍어야 하는 것일까? 예전에는 관광지에서 경치를 즐기지 않고 카메라 촬영만 하던 것이 주로 일본인들이었지만, SNS의 등장 이후로는 모두가 그렇게 한다. 그게 과연 추억일까?
아니면, 몇 년 전 범세계적 유행이었던 YOLO가 정답일까? 물건 소비보다 경험 소비가 더 만족감을 준다는 조사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그러나 YOLO는 지갑을 가볍게 만든다. 후회만큼 강한 절망감을 주는 감정도 없을 것이다. YOLO라는 말이 아니어도, 우리 인간들은 불확실한 미래보다 확실한 현재에 원하는 것을 원한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라는 보상을 바라는 것은 경제 관념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동물이 원래 프로그램되어 있는 방식이다.
시간 관리에 관한 책이 아니다
처음에 이 책을 펼치고 목차를 살펴본 나는 곧장 책 맨뒤로 향했다. <시간일기>라는 제목으로 워크북이 있다고 해서다. 예상대로 별 것 아니었다. 일단 골라든 책은 읽는 버릇 때문에 읽기 시작했다. 매우 빠르게, 전투적으로 읽었다. 이 정도 두께라면 길어야 3시간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책을 한 문장씩 음미하고 있는 나 자신.
저자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다. 밤마다 잠을 설치고 칭얼댄다. 그녀는 아들을 어르고 다시 재워야 한다. 즐거운 경험이 절대 아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아이가 그렇게 칭얼대는 일은 앞으로 얼마나 더 있을까? 먼 훗날을 생각해보자.
미래의 어느 외로운 날에는 내게 파고들 아이들이 있었으면 하고, 또 내 팔이 아이를 안을 수 있을 만큼 튼튼했으면 하고 바라게 될 것이다. (162쪽)
타임머신은 이렇게 사용한다
<맨 프롬 어스>의 한 장면을 보자. 윌 그루버가 주인공에게 무려 총을 겨누면서 말한다.
"이제 기말 페이퍼 채점해야 하는데 말야! 내가 그 일을 세상 그 무엇보다 싫어하지만, 지금 자네의 그 헛소리보다는 나은 것 같군!"
이 책에는 윌 그루버와 같은 대학 교수 이야기도 나온다. 머리는 텅빈 주제에 에고만 가득한 대학생들을 상대하는 게 지긋지긋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 교수는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혼자 움직이지도 못하고 휠체어에 앉아 있을 미래의 자신을 잠시 생각해보면, 아이들과 입씨름이라도 할 에너지가 있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하냐고.
힘겹게 산에 오르지만, 등산은 그때뿐이다. 그런데 어떤 등산가는 돌 냄새를 맡으면 산이 생각난다고 한다. 그렇다고 히말라야에서 돌을 주워올 생각은 말자. 어디에서나 돌은 그냥 돌이다. 집 근처 공원에 널려 있는 돌을 들어 냄새를 맡아도 히말라야의 기억은 돌아온다. 미술관 영수증을 꼭 실물로 보관할 필요가 어디 있나. 사진을 찍어 디지털로 보관하면 그만이다.
뭘 해야 할까?
시간을 음미하려면 현재를 즐겨야 하고, 그러려면 현재를 감각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대유행인 '마음챙김'이다. 금강경 제일 첫머리에는 온 순간이 마음챙김인 붓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붓다가 아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훈련해서 조금씩 나아지는 수밖에 없다. 매일 10분이라도 이 순간을 즐기는 습관을 만들자. 잠깐 산책을 해도 되고,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셔도 좋다. 평소 하던 빨래 개기나 방 청소를 조금 더 집중해서 해보는 것도 좋다. 그런 행동을 하는 나 자신을 관찰하자.
그리고 조금 더 해볼 마음이 생겼다면, 이 책에서 권하는 대로 시간 일기를 한번 써보자. 2주 동안, 내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30분 단위로 기록해 보는 것이다.
행복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행복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1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