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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과 나무

자연의 위안

안녕, 고라니야

by 히말

며칠 전, 퇴근길에 고라니를 보았다.

샛강을 따라 다니다가 사람들 세상 한복판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보행교 바로 아래쪽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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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를 이 정도 거리에서 본 것은 3년 만이다.

3년 전에도 세종시에서 산책하다가 만났지만, 당시에는 인적이 드문 장소였다.

이번엔 세종시에서도 아마도 인구밀도 제일 높을 종촌동 한가운데다.


너무 반가웠고, 작은 행복감도 느꼈다.

정말 얼마만의 행복감인가.

행복감을 박탈 당한 채로 사는 것이 이제 다섯 달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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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오늘도 살았네"라고 말한다.

정말이다.

그것도 법륜 스님 가르침에 따라 끝이 올라가는 톤으로 말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살아 있는 것은 축복이다.

손을 들어 바람결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축복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한겨울 따스한 햇살을 피부로 느끼는 것,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하늘을 시야에 가득 담은 채 올려다 보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사람은 자기가 선 자리에서밖에 보지 못한다.

내가 지금 선 자리는 너무 괴롭고 두렵지만

나를 지금 이 자리로 데려온 것은 길을 걸어온 나 자신이다.


다시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겸허하게 잘 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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