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음악이긴 한데...
지난 주말, 바이브로 이런저런 곡들을 듣다가 에드 시런의 <Bad Habits>에 푹 빠져버렸다. 에드 시런이 뭐 그렇게 엄청 잘생긴 뮤지션은 아니지만, 난 <Shape of You>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꽤 매력적인 외모라고 생각했다.
애덤 르빈이나 테일러 스위프트는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것이 당연한 외모들이다. 물론 케이티 페리처럼 좀 아닌 것 같은 외모에도 주구장창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뮤지션들도 있다. 게다가 무조건 영화식 전개로 해서 음악 시작 전에 대사도 엄청 하고... 케이티 페리 곡들 중에 <Parts of Me>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이게 아주 전형적인 전개다. 애덤 르빈 쪽에서는 아무래도 <Payphone>이 딱 그런 식이고. (자동차 몇 대를 부수는데 말 대했지.)
애덤 르빈을 처음 봤을 때는 진짜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배우인 줄 알았다. 처음 본 뮤직비디오가 <One More Night>이었는데, 심지어 권투까지 하는데 그게 가수라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게다가 이 뮤직비디오에서 애덤은 립싱크조차 하지 않는다.
퀸이 <Radio Ga Ga>를 내놓은지 수십 년이 흘렀다. 1970년대 밴드가 영상 음악 시대의 도래를 한탄했으니, 이게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 (얼굴 천재로서는 둘째로 꼽기 어려운 로저 테일러가 퀸 소속이라는 건 잠시 접어두자.) 하지만 수십 년 전에 이미 새로운 현상이었던 것이 지금은 유튜브 때문에 뒤집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존재하는 거의 모든 곡들의 뮤직비디오가 있으며, 가사 비디오도 단순 텍스트가 아니라 글자들이 날아다니는 것이 보통이다. 광고가 싫은 사람들을 위해 같은 곡을 1시간에서 10시간씩 계속 돌려주는 영상도 흔하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귀로 듣는 음악에게 좋은 소식도 있다. 바로 유튜브, 즉 구글의 삽질이다. 유튜브 광고는 어느 시점부터 정말 참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왔다. 광고를 보고 있자면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것은 물론이고 부아가 치민다. 난 Grammarly라는 회사를 매우 싫어하는데, 이유는 단 하나, 유튜브 광고 때문이다. 농담 하나 안 보태고 적어도 1000번은 본 것 같다.
구글이 돈 벌겠다고 유튜브를 광고로 도배하고, 광고가 싫으면 돈을 내라는 정책을 고수하는 한, 유튜브에서 음악 듣는 사람들의 유출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돈을 내고 들어야 한다면,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훌륭한 대안이 있으니 말이다. 뮤직비디오가 궁금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유튜브로 가야 하지만, 나도 요즘은 바이브에 가서 요즘 핫한 음악이 뭔지 기웃거리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다.
아, 또 하나. 네이버나 카카오의 인공지능이 조금 더 좋아지면,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한 스트리밍도 늘어날 것이다. 나도 미국에서 지낼 때는 알렉사로 음악을 꽤 들었다. "헤이 카카오"와는 수준이 다르다. 아직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