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뿐인 주라 그런지 가벼운 마음으로 지나갔다.
그리고 또, 오늘도 간다.
1. 책
11권.
소설 3권은 모두 김진명의 <고구려>다. 일단 읽었으니 끝까지 간다.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은 <콰이어트>가 히트한 이후 하나둘 출판되는 내향인 찬양서다. 나도 내향인이지만, 이런 식의 자화자찬은 국뽕을 보는 것처럼 불편하다. 내가 워낙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스타일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 책 읽기 시작한 것이 아마 지난 봄이었을 거다.
데이비드 케슬러의 <과식의 종말>은 그냥 뻔한 얘기 모아 놓은 책이다. 정성은 갸륵하다. 가끔 이런 책들을 읽어줘야 식탐이 잠시나마 진정된다.
다키자와 슈이치의 <아니, 이 쓰레기는 뭐지?>는 청소부라는 직업을 그려낸 에세이다. 예전에 편의점 관련 책을 읽고 편의점은 절대 못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청소도 직업으로는 절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 권투 선수, 소설가의 꿈을 키우며 청소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니,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덜 신자유주의적인 듯.
줄리아 쇼의 <우리 안의 악마>는 이번 주 읽은 책들 중 탑2에 속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냥 원탑이었을 텐데, 나중에 또 이만한 책이 나오는 바람에.) 스티븐 핑커를 저격하는 듯한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의 주 내용은 성악설이 아니다. 악인이라는 부류가 따로 있다는 식의 안일한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 자신도 그런 생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은연 중에 보여주었으니, 과연 살신성인인가. 곧 리뷰할 예정이다.
리스 존슨의 <걱정돼?>는 BPA, 카페인, 운석 충돌과 같이 걱정되는 것들에 대해 얼마나 걱정을 해야 하는가를 풀어낸 책이다. 책의 포맷은 참신하나, 자칭 과학자라는 사람들이 이런 책을 내다니 좀 어이가 없었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근거 없이 딱잘라 결론을 내리고, 결론 내리기 어려운 것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로 퉁쳐버리고 만다.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은 테일러주의식 평균주의를 배격하는 주장을 담았다. 당연히 옳은 주장이기는 한데, 대안은 별로 없다. 하긴 대안이 그렇게 쉽게 나올 리가. 시답지 않은 내용을 무슨무슨 법칙이라고 부르는 건 좀 웃겼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단히 독특한 에세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간 폐급 우생학 추종자에 관한 피카레스크적 전기를 풀어내면서, 작가 본인이 직면했던 삶의 중요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게 되었나를 그리고 있다. 조던이란 자는 무려 스탠포드 대학교 초대 총장이었고, 교정에 동상이 서 있던 인물이었다. 다행히도, 이 책이 출간되고 6개월만에 학생들이 동상을 끌어내렸다. 학교에 인간 쓰레기 동상을 세우는 것은 K대와 E대만의 전통이 아니었나 보다.
이 책의 메시지는 엄청 간단하며, 앞서 본 <우리 안의 악마>와도 통하는 데가 있다. 즉, 잘못된 믿음에 관한 것이다. 생긴 것도 이완용 같이 생긴 데이비드 조던이란 자는 그걸 죽을 때까지 지켰고, 작가는 잘못을 깨닫고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다. 작가의 성 정체성 때문에, 이 책 리뷰에는 1점 테러가 많이 달려 있다. 내가 LGBT를 뭐 엄청 지지하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왜 남의 일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
김상운의 <마음을 비우면 얻어지는 것들>은, 영혼 불멸이나 윤회가 과학적 사실이라고 고집만 안 부렸어도, 꽤 괜찮은 에세이였을 것이다.
2. 영상
<비상 선언>을 보았는데...
드디어 <하울링>을 능가하는 송강호표 망작이 등장한 듯하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도대체 뭘 말하려는 것인지도, 시나리오를 분명히 읽었을 쟁쟁한 배우들이 뭘 믿고 출연했는지도 도저히 모르겠다.
그리고 영화 막판에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집단으로... 하하하!
니폰 제국주의를 보는 것 같아 매우 불쾌했다. (다같이 '옥쇄'하자고?)
앞으로 한재림 감독 영화는 유하 감독 영화처럼 일단 의심스런 눈길을 주게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