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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Nov 20. 2022

어른스러운 토론

[책을 읽고] 피터 버고지언 등, <어른의 문답법>

대화법이 아니다. 문답법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소크라테스 식으로 어른스러운 문답을 이끌어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이런 책을 만나다니 재수도 좋다.


배울 거리로 꽉 찬 책인 만큼, 서평을 쓰기보다 배우고 익힐 것을 메모하는 데 집중했다. 소목차 중심으로 정리했지만, 살짝 영양가가 떨어지는 조언은 과감히 생략했다. 당장 실천해볼 것만으로도 목록이 차고 넘친다.



대화의 기본


문답도 대화이므로, 일단 대화의 기본에 대해서 배운다. 솔직히 이 목록만으로도 배울 것이 넘친다.


1. 목표 인식하기. 스스로 자문해보자. 내가 이 대화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 협력관계 조성하기. 대화는 이기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최악의 결과라고 해봤자 악독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도다.

3. 라포르 조성하기. 진지한 주제로 들어가기 전에, 가벼운 대화로 공통 분모를 찾아보자. 화제 가로채기는 금물이다. 상대방이 쿠바 여행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아, 쿠바! 쿠바에 대한 내 기억은..." 이거 절대 하지 마라. 조용히 들어라.

4. 듣기. 상대에게 발언권을 끝까지 양보하라. 대화가 끊어져서 정적이 생기면 서로 찬찬히 생각할 기회로 삼아라. 상대방이 어떤 감정을 말하면, 그걸 에코해라. ("그렇군요. 답답하시겠어요.")

5. 내 안의 메신저 잠재우기. 메시지 전달은 절대 시도하지 마라. 상대방이 메시지 전달 모드로 돌입하면, 배울 기회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들어라.

6.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려 하지 마라. 상대방의 의도는 느껴지는 것보다 더 좋을 것이라 추측하라. 정 못 참겠으면, 이 대화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것인지 솔직하게 물어보라.

7. 대화 끝낼 시점 판단하기. 주된 감정이 답답함이라면 심호흡을 해보고, 그래도 안 풀리면 대화를 끝내라. 물론 예의는 지키고, 대화 고마웠다고 말해주자.



초급 기술 - 생각의 변화를 이끄는 기술


1. 본보기 보이기. 상대에게 원하는 모습을 내가 먼저 보인다.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상대가 대답을 얼버무릴 경우, 똑같은 질문을 내게 해달라고 요청하라. ("간통한 여자를 투석형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저에게 물어봐주세요.") 나 자신도 <읽지 않은 장서 효과>에 영향받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자. 어떤 주제를 골라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보자.

2. 용어 정의하기. 용어를 서로 다르게 정의하고 있어 쓸데없는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구체적인 토론에 들어가기 전에 핵심 용어를 정의하자. 상대방이 정의를 제안하면 수용한다.

3. 구체적으로 질문하기. "어떻게"와 "무엇"을 이용해 열린 질문으로 하자.

4. 극단주의자와 선 긋기. 우리편의 극단적인 사례를 공동의 적으로 만든다.

5. SNS에서 논쟁하지 말자. 글은 오해받기 딱 좋다.

6. 기여 요인 논하기. ** 떄문이라고 말하지 말고, **가 이 문제에 기여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 물어보자. ("우파 언론 때문에 도람푸가 당선되었다"라고 하지 말고, "도람푸 당선에 우파 언론이 기여한 정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묻자.)

7. 인식 원리에 주목하기.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물어보자. 배움의 기회다.



중급 기술 - 상대의 마음을 읽는 기술


1. 친구가 잘못 알고 있게 놔두기. 나와 도덕적 견해가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최고의 방법은 우정이다. 내가 옳다는 것을 인정받는 것보다 우정이 중요하다.

2. 퇴로 만들어주기. 퇴로에서 통행세 걷을 생각은 말자.

3. 척도 도입하기. 사우디의 가부장성이 10점이라면, 우리나라의 가부장성은 몇 점이라 생각하세요? 인종차별의 중요성을 기후변화와 비교하면 몇 점일까? 9점이 아니라 8점이라 한 이유는 뭐야? (왜 10점이 아니라 생각하는지? 스스로 자신의 믿음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4. 아웃소싱. "잘 모르겠네. 하지만 믿을 만한 자료가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지. 그런 자료 만나면 좀 가져다줘." (퇴로만들기와 결합할 수 있다.)

5. 내 생각 바꾸기. 플라톤의 <고르기아스>에서 소크라테스는 논박하는 것보다 논박당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내 그릇된 믿음을 바꿀 절호의 기회다.



상급 기술 - 논쟁을 풀어나가는 기술


1. 래퍼포트 규칙 지키기. 이건 무려 대니얼 데닛이 만든 규칙이다. 상대의 견해를 완벽하게 정리해 브리핑하고, 내가 동의하는 점들과 배운 것들을 조목조목 정리한 다음에야, 상대의 견해를 조금이라도 반박할 자격이 있다.

2. 사실을 직접 언급하기보다, 모순을 상대가 스스로 깨닫게 한다. 예컨대 일란성 쌍둥이는 서로 다른 영혼이라 믿는 사람이라면, 수정 당시에는 1개의 수정란이었다는 사실을 넌지시 말하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다.

3. 반증 모색하기. "어떤 반증이 있다면 그 믿음을 수정하실 의향이 있으세요?" (트럼프 사례 ㅋㅋ)

4. "하지만"이라는 단어를 무조건 "그리고"로 바꿔라. "그래, 그리고"가 절대 불가능한 얼토당토 않은 말이라도, "그렇구나. 그리고"는 가능하다.

5. 화 다스리기.



전문가급 기술 - 생각이 닫힌 사람들을 상대하는 6가지 방법


1. 종합(변증법).

2. 감정 분출 돕기.

3. 역할 부여하기. 상대방을 "공평하고,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는" 사람이라 추켜세우자. 또는 "매너있고 생각이 열린 분 같으시네요."

4. 인질 협상. 거울 반응이 핵심이다. 인질범이 "내가 쓰려는 게 아니고, 아이 약값이야."라고 하면, "아이 약값이라고?"라고 반응하라. "네가 쓸 게 아니라고?"라고 하지 마라.

5. 한계 파고들기.

6. 역개입 전략. 상대방이 내 믿음을 변화시키려 한다고 생각된다면, 순순히 응해라. 그래도 절대 못 참겠다면, 역개입 전략을 쓸 수 있으나, 추천하지 않는다.



달인급 기술 - 이념가와 대화하는 기술


이념가와 대화할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혹시 나 자신이 이념가 아닌가 의심해 보는 것이다. 나의 믿음에 대해 반증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다. 그에 대한 답을 적어보고, 나와 도덕관이 다른 친구(제3자)에게 판단하게 한다. 터무니없거나 비현실적인 것이 있다면 나 자신을 성찰할 계기로 삼자. 주변에 나와 도덕관이 다른 제3자가 없다면, 인간관계를 넓혀야 한다는 신호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대화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는 도덕관에 관한 논쟁이지만 겉으로는 사실 관계를 다투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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