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19
1. 책
또 11권. (이건 과학인가.)
박주영 판사의 <어떤 양형 이유>와 <법정의 얼굴들>을 읽었다.
깊은 울림을 주는 책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을 읽었다.
영화를 보았으니 읽지 않으려고 했는데,
책과 영화가 다 있는 경우라면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에 이것보다 나은 것은
<나미야 잡화점>과 <백야행>뿐이다.
지금까지 영화가 책보다 나았던 적이 있기는 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컨대 영화 <샤이닝>은 잘된 영화로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책을 읽은 사람들은 백이면 백 마뜩지 않게 생각한다.
원작자 스티븐 킹도 매우 화냈다고 하는데, 이해할 만한 분노다.
도서관 서가에서 왠지 자주 눈에 보이던 <동네 바보형>을 읽었는데, 거부감 가는 제목과는 달리 괜찮았다.
넌픽션과 논평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데이터 천재들 어쩌구>하는 책을 읽었는데, 어이가 없다.
간만에 인공지능 관련 책을 가볍게 읽을까 해서 골랐는데, 이러면 곤란하다.
이 책의 어디가 잘못됐는지를 따지는 글을 쓰고 싶은 정도인데,
또 다른 측면에서 생각하면, 내가 왜 이 따위 책에 시간을 더 써야 한단 말인가.
<사신 치바>라는 소설을 읽었다.
별을 5개 줘야 하나, 4개 줘야 하나 고민이 된다.
단편집인데, 뒤로 갈수록 좋아진다.
일반적인 경우와 반대다.
뒤로 가며 더 좋아지는 바람에, 속편도 읽고 있다. (속편은 장편소설이다.)
사신이라는 장치는 매우 허접하게 구현되어 있어 거슬리지만,
스토리 자체의 흡인력이 좋다.
주인공이 별로인 단편집에서 스토리가 흡인력을 가지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이 단편집은 그걸 해낸다.
<AI는 차별을 인간에게서 배운다>는 괜찮은 교양서다.
AI와 관련한 윤리학 문제를 아주 다양한 각도에서 고찰해본다.
2. 스벅
긴 테이블 맞은 편에 어떤 남자가 앉더니 마구 혼잣말을 한다.
불안해졌다.
통화 중인가 하고 살짝 훔쳐봤지만 귀에 아무것도 없다.
자리를 옮겨야 하나.
그런데 계속 듣다보니 누군가와 통화 중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어폰을 한쪽 귀에만 꽂고 있다는 건데,
귀에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시끄러우니 자리를 옮기고 싶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어차피 카페는 사람들이 만나 떠드는 곳이다.
통화를 하는 게 매너가 아니기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앞 사람과 떠드는 거나, 어딘가 멀리 있는 사람과 떠드는 거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