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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Apr 06. 2023

트랜스 지방 없는 마가린?

숨바꼭질 언제까지 해야 하나

애정해 마지 않는 *세계푸드의 냉동 생지 시리즈의 영양성분표를 보니 트랜스 지방이 호기롭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100그램 당 0.5그램이면, 내가 본 그 어떤 제품보다 많은 양이다. 우리 식약처 규정에 따르면, 대개의 물질은 서빙 사이즈 당 0.5그램 미만일 경우 0이라고 표시할 수 있으나, 트랜스 지방만은 0.2그램이 기준이다. 그런데 0.2도 아니고, 0.5 미만도 아니고, 0.5 이상인 것이다.


이제 생지까지 만들어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생각의 연쇄가 끝이 없다. 새우깡은? 초코파이는? 하루라도 빼먹으면 그 다음날 곧바로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초코다이제는?



마가린 딜레마


오늘 주제는 사실 트랜스 지방이 아니라, 마가린이다. 제품 성분표를 읽다 보니, 신기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성분표에 분명히 마가린이 있는데, 트랜스 지방이 0이라는 제품이 하나둘이 아니다. 0.2 그램 미만이라는 건가?


예전이라면 구글링을 했겠지만, 요즘은 챗GPT에게 물어본다.


문: 어떻게 트랜스 지방 없는 마가린을 만들 수 있지?


답: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완전수소화, 그리고 에스테르교환(intersterification)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문: 수소화를 하는데 트랜스 지방이 없다고?


답: 부분수소화를 하면 트랜스 지방이 발생한다. 그러나 완전수소화는 그렇지 않다.


문: 완전수소화가 부분수소화보다 비싸겠군?


답: 그렇다. 더 고열, 고압 처리가 필요하니까.


답이 나왔다.


당연한 얘기지만, 마가린은 식물성 유지다. 식물성 유지는 산화에 매우 취약하다. 불포화지방산이라서 그렇다. 대표적인 산화과정이 가열이다. 그러니까, 트랜스 지방을 없애는 대신 요즘 마가린은 더 심하게 산화된 기름이다. 다른 말로 하면, 독이다.


완전수소화는 그렇다고 치고, 이름도 생소한 에스테르교환은?


이건 간단히 말해 분자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산, 효소 등 에스테르를 이용하여 지방 분자를 재배열하는 방법이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뭔가 무시무시한 짓을 하는 느낌이다. (프랑켄슈타인?) 쿠키, 크래커, 비스킷, 아이싱, 케이크, 파이 껍질, 팝콘, 플랫브레드, 또띠야에 주로 쓰인다고 하니, 몸에 좋은 물질일 리가 없다.


현재로서는, 에스테르교환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의 건강상 위해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냥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어떤 악영향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보수적인 챗GPT조차 인정한다.


기억하자. 트랜스 지방 덩어리인 마가린도 처음에는 <건강식품>으로 찬양받았다는 사실을.



실전 대책


실전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방법이 안 나온다.


일단, 트랜스 지방은 피할 수 있는 만큼 피하는 것이 좋다. 건강 위해성이 잘 알려져 있고, 영양성분표에 표기도 잘 되어 있으니까.


문제는 마가린이다. 마가린을 피한다면, 일단 완전수소화로 산패한 기름이나, 에스테르교환으로 만들어진 저렴하고 불가사의한 지방을 피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가린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지면 식품회사들은 마가린을 다른 명칭으로 부르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일단 <경화유>는 다 피할 생각이다. 이걸로 부분수소화 및 완전수소화를 거쳐 산패한 기름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교묘한 다른 이름으로 첨가되는 다른 물질들은?


내가 왜 식품회사들과 숨바꼭질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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