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몬/계피 구입시 참고할 점
나는 시나몬을 좋아한다. 시나몬롤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밴쿠버에서 매우매우 단 시나몬롤을 먹다가 머리가 멍해진 적이 있다. 그때 내 몸은 얼마나 막강한 대미지를 받았을까?
베이킹 용도로 시나몬을 구입하려 하는데, YB1이라는 등급을 보고 이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사를 좀 해봤다.
2019년 한 메타연구에 따르면, 계피는 공복 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을 상당히 낮춘다고 한다. (메타연구다!)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물질이라면, 당연히 먹어야 한다!
계피는 4종류가 있는데, 크게 나누면 2종류, 즉 실론 계피(트루 시나몬)와 카시아 계피로 나눌 수 있다.
실론 계피는 시나몬이라 불리는 것으로, 넷 중 단맛이 가장 강하고 쿠마린 함량이 가장 낮다.
중국 계피와 베트남 계피는 카시아 계피라고 불리며, 예전부터 동양권에서 약용으로 사용해 온 것인 만큼, 유효성분인 신남산(cinnamic acid) 함량이 가장 높다. 문제는 쿠마린 함량도 가장 높다는 것.
나무껍질 형태라면 눈으로도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데, 실론 계피는 속이 꽉차 있는, 즉 여러 겹으로 되어 있는 반면, 카시아 계피는 두꺼운 나무껍질 한 층으로 되어 있다.
계피 종류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쿠마린 때문이다.
와파린의 주성분인 쿠마린은 혈전 방지에 탁월하나, 간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유럽식약처(EFSA)는 체중 1kg 당 하루 0.1mg 이하 섭취를 권장하고 있는데, 가장 접근성이 좋은 (저렴한) 카시아 계피의 경우 티스푼으로 하나만 먹어도 이를 초과한다.
독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티스푼 하나당 5.8~12.1mg의 쿠마린이 들어 있다 하니, 체중 121kg 이상인 사람이 아니라면 EFSA 기준을 가뿐하게 넘길 가능성이 상당하다.
게다가 같은 종류의 계피라도 개체 사이에 함량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정확히 측정하는 건 포기해야 한다.
계피의 유효성분 중 하나인 신남 알데히드는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구강 내에 남아 있을 경우 잇몸에 염증을 일으켜 구내염이나 잇몸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계피 섭취 후 잇몸이 붓거나 가렵다면 계피 알레르기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계피 가루는 흡입되었을 때 폐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계피가 혈당을 내리는 이유는 폴리페놀이 인슐린 유사 작용을 하기 때문이라 하는데, 이는 당뇨환자에게 저혈당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도 된다.
계피에 대해 알아본 이유는, 베이킹에 필요한 계피를 사려고 보니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다.
그런데 일단 조사를 좀 해보니, 생각보다 위험한 물질이다.
장복을 하지 않고 가끔 섭취하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흡입 독성 문제는 또 별개다.
카사이 계피는 베트남산이 품질이 좋다고 한다. 꽝남 지역 계피가 제일 좋다는데 그건 시중에서 구하기도 어렵고, 실제로는 옌바이 지역 계피가 많이 유통된다. YB1, YB2 할 때 YB가 옌바이다. YB 등급은 1~3등급으로 나뉘는데, 코르크 층 제거 정도에 따른 구별이다. YB1이 제일 좋다.
결론.
인슐린 저항성 개선을 위해 먹는다면, 가루가 아닌 껍질 형태로 사서 차로 만들어 먹으면 된다.
물 1리터에 계피 한두 조각을 넣고 10분 정도 끓여 내고, 꿀 한두 스푼 정도 더하면 좋겠다.
쿠마린 독성은, 자주 마시지 않고 가끔 마셔주면 별 문제 없을 것이다.
베이킹 용도로는 어차피 가루가 필요하니, 비싸지만 (그리고 약효도 약하지만) 실론 계피 가루를 소포장으로 사서 써야겠다.
사족.
계피나무는 녹나무 속에 속한다고 한다. <녹나무 파수꾼>에 나오는 기원실에는 계피 향이 은은했을까. 그렇게 상상하니 그 아늑했을 공간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