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견과류를 많이 먹는다. 적게 먹는 날도 100그램, 보통은 200그램 이상.
종류는 다양하다. 호두, 아몬드, 캐슈넛이 주 종목이지만, 브라질넛과 땅콩도 먹는다.
견과류와는 별도로 피넛버터도 자주 먹는다.
견과류는 하루에 한 줌(온스) 정도만 먹으라는 것이 일반적인 조언이지만, 그만큼 먹어서는 양이 차지 않는다. 그래서 견과류 과식의 위험성을 찾아보니, 피트산이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열량이 많아 살이 찐다는 말은 패스했다.)
피트산은 칼슘 흡수를 방해해서 미네랄 균형을 깨뜨린다고 한다.
칼슘? 그건 너무 많아서 문제되는 미네랄 아니던가?
인체는 과잉섭취된 칼슘과 커피 등으로 인해 강제로 차출된 칼슘을 유연조직(soft tissue)에 쌓아놓는 경향이 있다.
너무 많이 들어오는 걸 처리할 방법이 없으니 저렇게라도 하는 거다. (작작 좀 먹으라는 유전자의 잔소리가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피트산이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면 이건 좋은 얘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피트산' 말고 'phytic acid'로 검색했다.
간헐적 단식 관련해서 좋은 영상을 많이 올리는 Eric Berg 박사 채널 영상이 여러 개 떴다.
내가 이 사람 영상을 많이 보고, 구독까지 해서 그런 듯하다.
뭐, 좋다. 내가 이 사람 채널을 구독한 것은, 이 사람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해서니까.
(당연한 얘기지만, 이 사람 채널만 본 건 아니고, 10개 정도 봤다.)
결론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소식이다.
피트산은 칼슘 외에도 철 등 우리 몸에 과도하게 쌓이는 미네랄 축적을 방어해준다.
철 역시 영양제에 절대 포함시키지 말아야 할 정도로 우리가 과잉섭취하는 미네랄이다. (비타민 C, 베타 카로틴, 육류 섭취가 철 흡수를 증가시킨다.)
피트산은 항산화제의 일종이다. 칼슘, 철 등 우리 몸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미네랄의 흡수를 방어한다.
우리 장에는 피트산을 소화시킬 수 있는 미생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과잉 섭취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굳이 문제점을 따지자면 아연, 마그네슘 등 미네랄도 비활성화시킨다는 점인데, 이들은 대체로 현대인에게 부족한 미네랄이다.
견과류를 나처럼 많이 먹는 경우라면 아연을 따로 챙겨먹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 하나. 먹는다고 다 소화되는 것도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땅콩은 17.8%가 소화되지 않고, 땅콩버터의 경우 7.0%가 소화되지 않는다.
땅콩 대신 땅콩버터를 먹는다면, 더 적게 먹어야 할 이유다.
Eric Berg 박사 영상에 보면, 땅콩 버터 반 병(8온스) 정도를 앉은 자리에서 먹는 일은 흔한 것처럼 묘사된다.
참 다행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니. (미국인 기준이겠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o-CeYlfVURs
결론.
피트산 때문에 견과류를 피해야 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물론,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다만, 견과류를 나처럼 과하게 먹는다면 아연/마그네슘은 챙겨 먹자.
브라질넛에 관한 사족.
브라질넛은 셀레늄이 고함량으로 들어있어 하루 2알(RDA), 아무리 많아도 6알(ODA) 정도만 먹어야 한다.
나는 아토피 개선 차원에서 대여섯 알씩 먹기는 하는데, 맛이 없어서 건너뛰는 날도 많다.
쏜리서* 사에서 만드는 유명한 비타민B 복합제제에는 셀레늄이 RDA 만큼 포함되어 있으니, 만약 이 영양제를 먹는다면 브라질넛은 먹지 않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