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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라는 경쟁력을
유지하는 나라, 인도

[후기] 인도 하이데라바드 출장

by 히말

하이데라바드는 인도 정부가 적극 밀고 있는 IT 도시입니다. 인도 중부 어딘가에 있는데, 인도 사람에게 물어보니 남부 문화라고 하더군요. 인도는 아리아인의 북부문화와, 드라비다인의 남부문화로 대별됩니다. 남부가 더 정겹고 인간적이고 느린 문화라고 하더군요. 그런 곳에 IT 도시라니.

그런데 하이데라바드가 느린 도시라는 사실은 곧 알게 되더군요. 민속촌 관광지에 들어가 보니, 인도 어디에서 왔는지 온통 인도 사람들뿐이었습니다. 일은 언제 하는지, 업무 시간에 사람도 많더군요. 그런데 느린 삶의 정수는 개가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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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민속촌 안이라 차가 다니는 길은 아니었지만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걸 보여주는 자세로 자고 있는 견공. 가까이 다가가서 행복한 미소를 사진에 담아도 꿈쩍도 안하고 잘만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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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촌이 참 썰렁하고, 볼 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민속 공연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은 쉬고 있고, 엄청나게 많은 가판대가 있지만 태반은 비어 있었습니다. 자릿세가 비싸서 그런가요. 관광객을 태워야 할 소달구지도 그냥 서 있습니다. (헉, 인도에서 소가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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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 오토바이 개조 미니 택시도 타 보았습니다. 인도에서는 뭐라고 불렀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작년, 그러니까 2017년 7월 일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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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등짝이 아주 듬직하죠? 미터기는 당연히 장식입니다. 타기 전에 흥정을 하고 탑니다. 그런데 길 막혔다고 더 달라고 하더군요. 태울 때는 미소를 만면에 머금더니 돈 더 달라고 할 때는 무섭...

상처 입은 마음을 추스리며 호텔에 옵니다. 더워 죽겠는데 호텔 방 청소가 아직 안 끝나서, 수영장 의자에 잠시 누워 쉽니다. 그러니까 음료수를 가져다 주네요. 물론, 마시고 배탈 났습니다. 이 호텔, 바닥에 대리석을 깐 하이데라바드에서 젤 비싼 호텔이었는데 말이죠. 뭐 어쩌겠습니까, 양치질까지도 병에 든 생수로 했지만 일주일 동안 배앓이만 하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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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숙박료에 포함된 택시비를 받으려고 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매니저가 이것저것 뒤져보더니 숙박료에 포함된 것이 맞다고 하면서 사과했습니다. 다음 날 회의 끝나고 돌아와 보니 사과 메모와 함께 케잌 한 조각을 가져다 놨더군요. 그럼요. 이것도 먹고 배탈 났습니다. 사과는 무서워서 못 먹었습니다. 물 다음으로 조심해야 하는 게 과일이라는 말을 듣고 갔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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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방에서의 조망입니다. 바깥에 보이는 공원 같아 보이는 것은 사유지인지, 사람이 지나다니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하이데라바드에서 저런 녹지는 여기 밖에 못 봤습니다. 저게 개방된 장소라면 사람이 득시글거려야 말이 되는 데 말입니다. 황무지에 연못 하나 파 놓은 민속촌은 유료인데도 사람들이 넘쳐 났으니 말 다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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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 녹지를 더 확대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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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처음이었지만,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일주일 내내 배탈을 달고 살면서 먹을 걸 제대로 못 먹다 보니 참 힘들더군요. 거리는 지저분하고, 빈부 격차가 너무 보이니까 정말 거슬리더라고요. 버스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깝습니다. 정말 저런 차가 움직이다니,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런 녹슨 차가 움직이더라고요. 사람들 잔뜩 싣고. 반면, 고급 버스라고 써 있는 버스는 차 안에 자리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고급 버스라봐야, 우리나라 산간벽지에서도 보기 힘든 수준의 버스입니다. 차이라면 차 바깥쪽에 도색이 벗겨지지 않은 정도?

재미 있는 건, 시내에 '중국 상품을 사지 말자', '중국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뭐 이런 구호의 캠페인 벽보가 꽤 보이더군요. 인도가 중국 제품을 참 많이 소비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인도와 중국은 자유무역협정 협상 중입니다. 중-인 단독은 아니고, RCEP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국가가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공항에는 총리 얼굴과 함께, '총리님 감사합니다'라는 커다란 포스터가 여기 저기 붙어 있던데, 뭐가 고맙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카스트 제도는 형식적으로만 폐지하고, 빈부격차 잘 유지해 줘서? 인도에 대한 첫 인상은, 이 나라, 앞날이 별로 밝지 않군,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IT 기술도 발전하고, 영어권 콜센터를 전부 유치할지는 몰라도,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어디를 봐도, '빈부격차는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하는 느낌이었으니까요.

정치, 관심 가지고 제대로 지켜봐야 합니다.

P.S. 가는 길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인도인에게 달러 멘디의 'Tunak Tunak Tun' 좋아한다, WOW라는 게임에 등장하는 외계 종족 남자가 추는 춤이 그 노래 비디오에 나오는 춤이다라고 말해 줬더니 아주 뒤집어지더군요. 그 사람은 캘리포니아 샌호세 소재 IT회사에 다니는 미국 영주권자였습니다. 비행기 세 번 갈아타고 고향 간다고 하더군요. 인도가 앞날이 암울한 이유 중 또 하나는 바로 이런 두뇌 유출이죠. 나라가 뭐 나라 같아야...

* 모든 사진은 5년 된 휴대폰 갤**로 제가 직접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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