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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Feb 13. 2018

빈부격차라는 경쟁력을
유지하는 나라, 인도

[후기] 인도 하이데라바드 출장

하이데라바드는 인도 정부가 적극 밀고 있는 IT 도시입니다. 인도 중부 어딘가에 있는데, 인도 사람에게 물어보니 남부 문화라고 하더군요. 인도는 아리아인의 북부문화와, 드라비다인의 남부문화로 대별됩니다. 남부가 더 정겹고 인간적이고 느린 문화라고 하더군요. 그런 곳에 IT 도시라니.

그런데 하이데라바드가 느린 도시라는 사실은 곧 알게 되더군요. 민속촌 관광지에 들어가 보니, 인도 어디에서 왔는지 온통 인도 사람들뿐이었습니다. 일은 언제 하는지, 업무 시간에 사람도 많더군요. 그런데 느린 삶의 정수는 개가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민속촌 안이라 차가 다니는 길은 아니었지만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걸 보여주는 자세로 자고 있는 견공. 가까이 다가가서 행복한 미소를 사진에 담아도 꿈쩍도 안하고 잘만 잡니다.

민속촌이 참 썰렁하고, 볼 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민속 공연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은 쉬고 있고, 엄청나게 많은 가판대가 있지만 태반은 비어 있었습니다. 자릿세가 비싸서 그런가요. 관광객을 태워야 할 소달구지도 그냥 서 있습니다. (헉, 인도에서 소가 일을?)

나라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 오토바이 개조 미니 택시도 타 보았습니다. 인도에서는 뭐라고 불렀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작년, 그러니까 2017년 7월 일이라서...

아저씨 등짝이 아주 듬직하죠? 미터기는 당연히 장식입니다. 타기 전에 흥정을 하고 탑니다. 그런데 길 막혔다고 더 달라고 하더군요. 태울 때는 미소를 만면에 머금더니 돈 더 달라고 할 때는 무섭...

상처 입은 마음을 추스리며 호텔에 옵니다. 더워 죽겠는데 호텔 방 청소가 아직 안 끝나서, 수영장 의자에 잠시 누워 쉽니다. 그러니까 음료수를 가져다 주네요. 물론, 마시고 배탈 났습니다. 이 호텔, 바닥에 대리석을 깐 하이데라바드에서 젤 비싼 호텔이었는데 말이죠. 뭐 어쩌겠습니까, 양치질까지도 병에 든 생수로 했지만 일주일 동안 배앓이만 하다 왔습니다.

호텔에서 숙박료에 포함된 택시비를 받으려고 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매니저가 이것저것 뒤져보더니 숙박료에 포함된 것이 맞다고 하면서 사과했습니다. 다음 날 회의 끝나고 돌아와 보니 사과 메모와 함께 케잌 한 조각을 가져다 놨더군요. 그럼요. 이것도 먹고 배탈 났습니다. 사과는 무서워서 못 먹었습니다. 물 다음으로 조심해야 하는 게 과일이라는 말을 듣고 갔었거든요.

호텔 방에서의 조망입니다. 바깥에 보이는 공원 같아 보이는 것은 사유지인지, 사람이 지나다니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하이데라바드에서 저런 녹지는 여기 밖에 못 봤습니다. 저게 개방된 장소라면 사람이 득시글거려야 말이 되는 데 말입니다. 황무지에 연못 하나 파 놓은 민속촌은 유료인데도 사람들이 넘쳐 났으니 말 다했죠.

창밖 녹지를 더 확대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인도는 처음이었지만,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일주일 내내 배탈을 달고 살면서 먹을 걸 제대로 못 먹다 보니 참 힘들더군요. 거리는 지저분하고, 빈부 격차가 너무 보이니까 정말 거슬리더라고요. 버스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깝습니다. 정말 저런 차가 움직이다니,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런 녹슨 차가 움직이더라고요. 사람들 잔뜩 싣고. 반면, 고급 버스라고 써 있는 버스는 차 안에 자리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고급 버스라봐야, 우리나라 산간벽지에서도 보기 힘든 수준의 버스입니다. 차이라면 차 바깥쪽에 도색이 벗겨지지 않은 정도?

재미 있는 건, 시내에 '중국 상품을 사지 말자', '중국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뭐 이런 구호의 캠페인 벽보가 꽤 보이더군요. 인도가 중국 제품을 참 많이 소비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인도와 중국은 자유무역협정 협상 중입니다. 중-인 단독은 아니고, RCEP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국가가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공항에는 총리 얼굴과 함께, '총리님 감사합니다'라는 커다란 포스터가 여기 저기 붙어 있던데, 뭐가 고맙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카스트 제도는 형식적으로만 폐지하고, 빈부격차 잘 유지해 줘서? 인도에 대한 첫 인상은, 이 나라, 앞날이 별로 밝지 않군,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IT 기술도 발전하고, 영어권 콜센터를 전부 유치할지는 몰라도,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어디를 봐도, '빈부격차는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하는 느낌이었으니까요.

정치, 관심 가지고 제대로 지켜봐야 합니다.

P.S. 가는 길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인도인에게 달러 멘디의 'Tunak Tunak Tun' 좋아한다, WOW라는 게임에 등장하는 외계 종족 남자가 추는 춤이 그 노래 비디오에 나오는 춤이다라고 말해 줬더니 아주 뒤집어지더군요. 그 사람은 캘리포니아 샌호세 소재 IT회사에 다니는 미국 영주권자였습니다. 비행기 세 번 갈아타고 고향 간다고 하더군요. 인도가 앞날이 암울한 이유 중 또 하나는 바로 이런 두뇌 유출이죠. 나라가 뭐 나라 같아야...

* 모든 사진은 5년 된 휴대폰 갤**로 제가 직접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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