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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말 Jun 13. 2018

인생에 남는 건 경험?
아닐 수도 있다

[서평] 롤프 도벨리, <불행 피하기 기술>

행복의 주적은 통근거리

서울로 직장을 옮길까 생각 중이었다. 그런데 롤프 도벨리의 <불행 피하기 기술(원제: 좋은 삶의 기술)>을 보니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이혼도 마찬가지다. 몇 년이 지나면 슬픔도 어느 정도는 극복된다. 그러나 술이나 마약, 스트레스, 소음, 긴 통근거리 등에는 이런 적응이 통하지 않는다. 이런 요소들은 단순히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끼어들어 좋은 삶을 방해한다. (51쪽)

롤프 도벨리의 <스마트한 생각들>을 읽고, 참 정리가 잘 된 행동경제학 서적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저자라서, 이 책도 냉큼 집어 들었다. 롤프 도벨리 왈, 신체적 장애나 이혼보다도 긴 통근거리가 더 큰 고통이란다. 서울에서는 통근거리가 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을 고쳐 먹었다.


최고의 통근은 아마도 이런 모습일 거다 (스티븐 연? ^_^;;)



대니얼 캐너먼을 계속해서 언급하는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팬이 틀림없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저자는 신중하다.

추억 만들기보다 현재를 살아라

"정점과 종점의 법칙"을 예로 들어 보자. 경험에 관한 기억은 정점과 종점에 의해 결정된다. 여름 휴가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 그리고 그 휴가가 어떻게 끝났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휴가가 이틀이었는지 한 달이었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끝나야만 하는 해외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남기 힘든 측면이 있다.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여행이 대개 일본 여행인 것도 비행시간이 짧은 것이 한 몫 했을 것이다.

해외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코노미 좌석. 해외여행이 좋게 기억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데 정점과 종점의 법칙을 설명하면서도, 저자는 행동경제학으로 삶을 설계하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경험이 추억으로 어떻게 변환되는가를 아는 것과, 그 공식대로 추억을 설계하려고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행복이나 만족은 현재의 문제다. 그러므로 현재의 경험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환상적인 순간들로 이루어진 삶은 기억이 없다 해도 환상적인 삶이다. 경험을 기억의 계좌에 넣는 납입금으로 여기는 걸 멈춰라. 그래 봤자 세상을 떠나는 날에는 기억의 계좌도 모두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152쪽)

같은 의미에서, 의미있는 기억을 만들기 위해 내키지 않는 일을 자신에게 강요하는 것도 어리석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맨발로 미국을 횡단하고,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것은 나중에 돌아볼 때만 멋지다. 실행하는 순간에는 힘들기만 하다. 기억을 살찌우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비자 카드 광고에 '돈으로 매길 수 없다(priceless)'고 등장하는 그랜드 캐년의 일출. 새벽에 일어나서, 사람들 피해 자리 잡느라 고생이나 할 뿐이다. 경험담이다.



모든 일에 의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늘날 우리에게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정보의 과부하가 아니라 의견의 과부하라는 한 마디도 상쾌하다. 유명 저널리스트로서 저자는 많은 일들에 대해 의견을 요청받고는 한다. 그럴 때면, 저자는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의견을 찔끔거리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어떤 것에 대해 의견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마음을 더 안정시키고 평온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이것은 좋은 삶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209쪽)


사실, 세상은 내 의견을 별로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마음속에 '너무 복잡해' 통을 준비해서, 정말 의견을 가져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면 거기에 던져버려라. 저자의 말대로, 세상은 당신의 의견 없이도 잘 돌아간다.

만약 걱정거리가 너무 많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면, 저자의 조언대로 공책 한 권을 준비해서 매일 걱정거리를 적어 보자. 날마다 적어보고, 일주일마다 정리도 해본다. 나중에 살펴보면, 매일의 걱정거리는 대개 비슷하다. 언제나 걱정거리로만 남아 있는 쓸데 없는 일들은 잊어버리고, 대책을 취할 수 있는 진짜 걱정거리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마크 트웨인의 명언은 여기에서도 들어 맞는다.

"나는 나이가 많이 들었고, 많은 근심 걱정 속에서 세월을 보냈다. 그중 대부분은 전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었다." (206쪽)

<불행 피하기 기술> 표지 ©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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