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 첫째 날 오후
약간 걱정은 됐지만, 환전, 그리고 심카드 구입 후 호텔 측 픽업 운전사분과 잘 만났습니다. 윈드쉴드에 동자승 인형 넷이 나란히 있네요. 동자승 도자기 인형은 의외로 퀄리티가 좀 있어 보입니다.
베트남 건물들은 세로로 긴 형태, 그러니까 우리나라 땅콩 주택 같은 느낌으로 지어진 건물이 많이 보입니다. 호텔 방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입니다. 철제 원통같은 것들이 건물 옥상마다 많이 있는데 물탱크일까요? 아무튼 테라스에서는 1분만 있어도 열사병 걸릴 느낌이라 얼른 들어왔습니다.
첫 날 숙박은 구시가에 있는 작은 호텔입니다. 7층 건물인데, 무려 스위트가 아주 작습니다. 일본도 아니고... 게다가 호텔 입구가 도로변에 있지 않고, 골목을 조금 들어와야 합니다. 아주 재미있긴 한데, 오늘만 여기에 묵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픽업 기사분이 다 왔다고 하는데, 호텔이 안 보여서 황당했더랍니다. 방은 아래와 같은 모습입니다.
발코니에 앉아서 찍은 사진을 보면 나름 괜찮아 보이지만, 작은 커피 테이블 하나에 의자 둘 간신히 들어가는 초미니 발코니입니다.
가방 놔두고, 얼른 점심 먹으러 갑니다. 점심은 일단 New Day라는 식당. 호텔 매니저는 "good quality" 운운 했지만, 하핫. 인도네시아에서 라멘 먹었던 식당 느낌 납니다. 뭐, 이런 게 여행의 재미죠. 맛은 그럭저럭. 가격은 베트남치고는 싸지는 않은 느낌. 특히 말레이시아에서는 맛있게 먹었던 수박 주스가 아주 아니네요. 가이드북에 써 있는 내용과는 달리, 고수를 넣을지 말지 안 물어 보고 그냥 주던데요. 코스 요리로 저는 소고기, 아내는 닭고기를 먹었는데, 소고기 요리 맛은 아주 익숙합니다. 스위스에서 아주 종종 먹었던 그 요리네요. 뭐, 중국식 소고기 야채 볶음이니까요.
다음은 유명한 콩 카페에 갔습니다. 역시 세로로 긴 건물. 무려 4층까지 있습니다. 좁은 계단이 무슨 중세 성당 종루 올라가는 계단 같네요. 27번이라는 번호표를 들고 사람이 그나마 적은 4층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나마 예전에 호찌민에 출장 왔던 적이 있어서 저 번호표를 들고 자리에 와서 앉아 있으면 된다는 사실이 기억났습니다. 아니었다면 무거운 철제 번호표 들고 우왕좌왕 했을 듯. 아니면 커피를 1층에서 받아 들고 4층까지 좁은 계단을 걸어올라올 생각은 하지도 못했겠죠.
커피가 왔습니다. 4층까지 올라온 우리를 원망했을지도... 베트콩이 테마인 카페라서, 테이블이 탄약 상자입니다. 드럼통이 테이블인 좌석도 있고, 장식인지 전쟁 당시 쓰였을 것 같은 사이렌 스피커도 있습니다.
벽에는 베트콩 관련 사진들이 많이 걸려 있습니다. 공습에 대비해 맨홀에 들어가서 뚜껑 덮을 준비를 하는 시민들의 사진도 있었습니다. 재미 있다고 말하기엔 정말 씁쓸한 세계사의 한 장면이죠.